대출 뺏기고 규제받고...시중은행 진퇴양난

2024. 7. 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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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초기 인뱅으로 이동 많아
신규는 금융당국 관리에 제약 커져
울며 겨자먹기 금리도 ↓ 위기 느껴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마음놓고 늘릴 수 없게 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경영목표를 채우기 위해선 개인여신이 필요한데, 기존 가계대출은 대환시장에서 빼앗김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신규 대출까지 제약받는 탓이다. 은행들 사이에선 가계대출 총량에서 정책대출이나 대환대출분을 제외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5대 시중銀 주담대 잔액 이틀만에 3000억원씩 ‘쑥’=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대 주요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2조44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6월 말(552조1526억원) 대비 이틀만에 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주요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증가하고 있다. 5월 말 546조3060억원에서 6월 말 552조1526억원으로 한 달 새 5조8467억원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방학을 앞두고 이사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에 더해, 주택 매매가 증가세를 타며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이다.

주담대가 늘어남에 따라 총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올해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5대 금융은 지난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달 26일 이미 707조53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목표치를 훌쩍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당국에 가계대출 취합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하고 나섰다. 신생아특례대출과 같은 정책금융과 온라인 대환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유입된 대출은 가계대출 증가 관리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생아특례대출에 대한 문의가 너무 많아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가계대출 관리를 하려고 해도 정책모기지에 대한 수요는 밀려들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 관리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銀, 카뱅·케뱅에 빼앗기고, 신규대출도 못하고=실제 은행권에서는 정책모기지에 대한 신청이 끊임없이 들어옴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대출 갈아타기’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이동한 대출은 약 10조9000억원으로 현재는 11조원을 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오는 3·4분기부터는 분양 아파트 잔금대출, 그리고 오피스텔·빌라에 대한 전세대출도 갈아타기 대상에 포함되며 대환 시장은 더 치열하게 뺏고 빼앗기는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시중은행은 대환대출이 시작된 초기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대출을 인터넷은행에 빼앗겼다. 앞서 점포·임직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인터넷은행이 저렴한 금리로 ‘블랙홀’처럼 대환대출을 흡수한 결과 기존 대출을 상당 부분 빼앗겼고, 이에 현재는 신규 대출을 적극 취급해야 경영 목표를 겨우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서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 인하도 단행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2.88%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연 3.473%를, 케이뱅크는 연 3.41%을 최저로 제공하고 있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중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신규 대출을 하기 보단 개별 은행들이 기존에 창구를 통해 어렵게 모아온 주담대를 대환으로 흡수하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반 은행은 경영 목표를 채우기 위해 더 가열차게 영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합산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환대출이 활성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영업이 더욱 활발해지면 가계대출 총량은 늘어날 일밖에 안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국 관계자는 “이미 가계대출은 정책모기지와 대환대출을 감안해 관리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당초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대환대출에 대한 목표를 별도로 세우지 않고 신규 대출을 세웠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 정책대출과 대환대출분을 제외해달라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하며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은행을 관리선상에 포함시켜 주기적으로 담당자들을 면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전세대출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대상에 포함시켜 차주들의 상환능력을 더 면밀이 파악해보기로 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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