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④경찰 수심위 비공개…'임성근 불송치' 브리핑은 카메라 금지
편광현 기자 2024. 7. 8. 11:03
뒷문으로 빠져나간 심의위원들
경찰이 이토록 수심위 개최를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채 해병 수사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심의위원들이 아주 민감해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수사를 맡은 경찰들도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취재진은 수심위 회의가 끝나는 시각이라도 알려주면 위원들이 경찰서를 편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형사들이 나오는 모습만 촬영하고 심의위원들의 신상은 절대 노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협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수심위가 끝난 뒤, 경찰은 심의 결과도 제대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당시 경찰이 언론사들에 배포한 문자 내용입니다.
수심위는 회의를 마치며 피의자 9명에 대해 각각 송치 또는 불송치 결론을 내렸을텐데, 경북경찰청은 '이 중 6명만 송치해야 한다'며 부분적인 결론만 공개했습니다. 최대 관심사였던 임 전 사단장 송치 여부에 대한 심의 결과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경찰청 규정에는 "수심위의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수심위의 구체적인 심의 내용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지 개최 여부나 일시˙장소 등까지 무조건 밝히지 않아야 한단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수사 기관에서는 심의 결과를 사안에 따라 공개해 왔습니다.
3년 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경찰청은 수심위 개최 사실과 각 피의자에 대한 심의 결과를 당일 언론에 알렸습니다. 검찰 역시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였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심의 결과를 당일 공개했습니다. 심지어 이 회의에는 이태원 참사 유족 측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위원 각각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민적 관심 사안인 심의 결과는 외부에 충실히 알린 겁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경찰 관계자들에게 여러 번 들은 말 중 하나는 "어차피 곧 발표할 건데 수사심의 결과를 왜 이토록 궁금해하느냐"였습니다. 저희가 이 사건에 매달린 이유는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채 해병 지휘부의 책임을 묻는 이번 사건을 보통의 형사 사건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군대 내 안전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무고한 군인의 희생에 정부가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경찰은 이 사건의 진실을 최대한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채 해병 1주기가 다가오기 직전인 오늘 오후에야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경북경찰청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힌 지난해 8월 24일부터 320일째 되는 날입니다. 올해 상반기엔 기자들 사이에서 "경찰이 총선 전에 입장을 내기 곤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오갔고, 지난달엔 답답했던 채 해병의 어머니가 나서서 빠른 수사를 촉구하는 편지를 쓰시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건 관계인들도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조사 과정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통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는 길어야 반년이면 끝난다"며 "수사 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번 조사를 받았다는 또 다른 변호사 역시 "경찰이 직전 조사에서 했던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상하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피의자들의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하의 죽음에 책임을 지겠다'며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직속 대대장, 이용민 중령은 지난 5월부터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정신병원을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또,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대대장 이하 현직 간부들 역시 각자 부대에서 마음을 졸이며 군 생활을 이어오고 있을 것입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경북경찰청사 1층 회의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날까지도 취재 기자는 입장할 수 있지만 영상 사진 촬영 및 녹음은 불가능한 '비공개 브리핑'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다만 취재진의 공개 요구가 이어지자, 오늘 새벽 브리핑 중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오늘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을 송치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낼 것이 유력합니다. 임 전 사단장 명의로 대대급까지 하달된 '단편 명령서'가 최고 책임자로서 개진했던 의견이었을 뿐, 명시적으로 수중 수색을 지시한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미 일각에선 "정권의 입맛에 맞춘 결론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오랜 기간 수사해 내린 결론인 만큼, 그동안 쌓인 많은 의문점들을 비공개 브리핑에서나마 충분히 해소해 주길 바랍니다.
지난 5일 오후 4시 30분쯤 경북 경산경찰서에서 때아닌 술래잡기가 벌어졌습니다. 채 해병 순직 당시 해병대 간부 9명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참석자들이 뒷문과 옆문으로 빠져나갔고, 정문에 있던 취재진이 이들을 쫓아간 겁니다. 법과대학 교수 등 민간인 심의위원 11명과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 형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순간 뿔뿔이 흩어지면서 빠른 걸음으로 경찰서를 빠져나갔습니다.
경북경찰청은 회의가 시작될 때까지도 수심위 개최 장소를 철저히 숨겼습니다. 취재진이 뒤늦게 파악한 장소는 경북경찰청사나 형사기동대 건물이 아닌 경산경찰서 2층 회의실이었습니다. 수사와 전혀 상관 없는 곳입니다. 경산경찰서 경무과 직원조차 당일 오전까지 수심위가 열리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경북경찰청은 회의가 시작될 때까지도 수심위 개최 장소를 철저히 숨겼습니다. 취재진이 뒤늦게 파악한 장소는 경북경찰청사나 형사기동대 건물이 아닌 경산경찰서 2층 회의실이었습니다. 수사와 전혀 상관 없는 곳입니다. 경산경찰서 경무과 직원조차 당일 오전까지 수심위가 열리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경찰이 이토록 수심위 개최를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채 해병 수사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심의위원들이 아주 민감해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수사를 맡은 경찰들도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취재진은 수심위 회의가 끝나는 시각이라도 알려주면 위원들이 경찰서를 편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형사들이 나오는 모습만 촬영하고 심의위원들의 신상은 절대 노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협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9명 중 6명 송치"…임성근 심의 결과도 숨겨
"해병대 1사단장 등 9명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송치ㆍ불송치 결정 여부에 대해 심의한 결과,
6명에 대해서 송치 의견,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의견을 내었음.
* 심의과정에서 구체적인 심의내용 및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음"
수심위는 회의를 마치며 피의자 9명에 대해 각각 송치 또는 불송치 결론을 내렸을텐데, 경북경찰청은 '이 중 6명만 송치해야 한다'며 부분적인 결론만 공개했습니다. 최대 관심사였던 임 전 사단장 송치 여부에 대한 심의 결과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경찰청 규정에는 "수심위의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수심위의 구체적인 심의 내용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지 개최 여부나 일시˙장소 등까지 무조건 밝히지 않아야 한단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수사 기관에서는 심의 결과를 사안에 따라 공개해 왔습니다.
3년 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경찰청은 수심위 개최 사실과 각 피의자에 대한 심의 결과를 당일 언론에 알렸습니다. 검찰 역시 지난 1월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였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심의 결과를 당일 공개했습니다. 심지어 이 회의에는 이태원 참사 유족 측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위원 각각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민적 관심 사안인 심의 결과는 외부에 충실히 알린 겁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수사 기간 '320일'
이번 취재를 하면서 경찰 관계자들에게 여러 번 들은 말 중 하나는 "어차피 곧 발표할 건데 수사심의 결과를 왜 이토록 궁금해하느냐"였습니다. 저희가 이 사건에 매달린 이유는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채 해병 지휘부의 책임을 묻는 이번 사건을 보통의 형사 사건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군대 내 안전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무고한 군인의 희생에 정부가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경찰은 이 사건의 진실을 최대한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채 해병 1주기가 다가오기 직전인 오늘 오후에야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경북경찰청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힌 지난해 8월 24일부터 320일째 되는 날입니다. 올해 상반기엔 기자들 사이에서 "경찰이 총선 전에 입장을 내기 곤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오갔고, 지난달엔 답답했던 채 해병의 어머니가 나서서 빠른 수사를 촉구하는 편지를 쓰시기도 했습니다.
7월 19일이면 저희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주기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수사에 진전이 없고 엄마의 입장에서 염려가 되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
2024년 6월 11일, 고 채00 엄마 올림.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건 관계인들도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조사 과정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통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는 길어야 반년이면 끝난다"며 "수사 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번 조사를 받았다는 또 다른 변호사 역시 "경찰이 직전 조사에서 했던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상하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피의자들의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하의 죽음에 책임을 지겠다'며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직속 대대장, 이용민 중령은 지난 5월부터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정신병원을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또,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대대장 이하 현직 간부들 역시 각자 부대에서 마음을 졸이며 군 생활을 이어오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최종 결과 발표…임성근은 불송치
경찰은 오늘 오후 경북경찰청사 1층 회의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날까지도 취재 기자는 입장할 수 있지만 영상 사진 촬영 및 녹음은 불가능한 '비공개 브리핑'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다만 취재진의 공개 요구가 이어지자, 오늘 새벽 브리핑 중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오늘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을 송치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낼 것이 유력합니다. 임 전 사단장 명의로 대대급까지 하달된 '단편 명령서'가 최고 책임자로서 개진했던 의견이었을 뿐, 명시적으로 수중 수색을 지시한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미 일각에선 "정권의 입맛에 맞춘 결론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오랜 기간 수사해 내린 결론인 만큼, 그동안 쌓인 많은 의문점들을 비공개 브리핑에서나마 충분히 해소해 주길 바랍니다.
편광현 기자 ghp@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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