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에 집 한 채 올렸다···탈현장화 주도하는 모듈러주택

유희곤 기자 2024. 7. 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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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
크레인으로 사전제작 전용면적 21㎡ 주택 양중
결합 현장 인원은 단 4명
품질 유지·공기 30% 단축 등 장점
높은 공사비·설계 변경 제한은 과제
지난 4일 세종시 산울동 372-2 일원의 6-3 생활권 UR1·2블록 공사 현장에서 전용면적 21㎡ 주택 모듈이 설치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공

지난 4일 오전 10시50분 세종시 산울동 372-2 일원의 6-3 생활권 UR1·2블록 공사 현장. 사이렌이 울리자 트레일러에 실려 있던 전용면적 21㎡ 주택 모듈이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최대 38t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600t급 이동식 크레인은 23t에 달하는 집 한 채를 5층까지 양중(중장비 등으로 건설자재를 들어 올림)했다.

모듈이 안착할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장 인원은 단 4명이었다. 작업자들은 모듈에 묶인 끈으로 균형을 잡으며 블록을 쌓듯이 4층 위에 5층 집을 설치했다. 양중부터 설치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었고, ‘집게’ 역할을 하는 3t 규모의 밸런스빔을 모듈에 연결하는 시간까지 합쳐도 30분이면 충분했다.

모듈러 공법은 부재 등을 건설 현장 밖에서 상자 형태로 사전에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탈현장건설(OSC) 방식 중 하나이다. 전체 공정의 80% 이상이 공장에서 진행돼 ‘건설업의 제조업화·자동화’로 불린다. 현장 인력 수요가 많지 않고, 시공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공기를 30%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UR1·2블록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으로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7층 아파트 4개동에 통합공공임대 416가구가 들어선다. 시공사는 계룡건설산업·금호건설·이수건설·흥한주택종합건설·신흥디앤씨이다. 시공사에 선정 권한이 있는 모듈러 제조사는 포스코A&C이다.

이건진 계룡건설 현장소장은 “145㎞ 떨어진 전북 군산 공장에서 철골 구조체, 바닥콘크리트, 설비배관, 바닥 마감, 가구공사 등 12개 공정을 마친 모듈러가 2시간을 달려 이곳에 오면 현장에서 골조를 연결하고 상·하·좌·우 모듈러를 결합하면 된다”면서 “한 동 당 모듈러 140개가 설치된다”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진 전용면적 37㎡ 견본(샘플)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공

인근에 마련된 모듈러 공법 적용 전용면적 37㎡ 견본(샘플)주택은 침실·욕실과 부엌·거실 총 두 개 모듈을 결합한 라멘(기둥식) 구조였다. 라멘 구조는 층을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와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이 건물 하중을 버티는 건축 방식이다.

외관으로는 기존의 현장 건설 방식인지 모듈러 공법을 적용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 주택과 같은 모습이었다. LH는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모듈러주택의 장점으로 층간소음 방지를 꼽는다.

김수진 LH 세종특별본부 주택사업처장은 “모듈끼리 결합하다 보니 바닥과 천장이 이중 구조가 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공 오차를 공장 생산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아파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벽식 구조 대신 라멘 구조라는 점도 층간소음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LH는 8일 의왕초평지구에 20층 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층수는 모듈러주택의 기술력 지표로 꼽힌다. 현재 국내 모듈러주택 최고 높이는 13층이고 해외에는 55층 건물도 있다.

LH는 지난 3월에도 세종 스마트시티 시범도시(5-1 생활권)에서 12층 450가구를 발주하는 등 모듈러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다만 높은 공사비는 모듈러주택 확대의 걸림돌이다. 토지주택연구원의 ‘모듈러주택 공사비 특성 분석 및 내역체계 수립’ 보고서를 보면 모듈러주택 공사비는 전체 아파트단지 기준으로는 일반주택의 1.28배, 개별 아파트동만 비교하면 1.32배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공장에서 정해진 규격에 맞게 집을 짓는 만큼 설계 변경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해 노태극 LH 스마트하우징사업팀장은 “라멘 구조가 벽식 구조보다 단가가 비싸고, 현행법상 제조업과 건설업의 명확한 경계가 없어서 감리를 이중으로 받는 등 규제 문제도 있다”면서 “아직 공급량이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건설 현장 인력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모듈러 공법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공기 단축, 품질 향상, 안전 강화 등 장점이 많다”면서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물량을 계속 확대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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