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박스집,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올린다… LH, 모듈러 주택 확대 박차

오은선 기자 2024. 7. 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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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12층→20층으로 모듈러 주택 고층화
전문인력 부족, 높은 공사비에 부담
기술개발·사업물량 확보 등으로 6년뒤 연 5000호 목표

지난 4일 세종시 6-3 UR2 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 현장. 이동식 크레인에는 폭 3.3m, 길이 약 7m의 직사각형 모양 모듈러 주택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날 아침 완성된 상태 그대로 현장에 도착한 23톤(t)의 모듈러 주택 한 채다. 모듈러 주택과 크레인을 연결해주는 밸런스빔에 매달린 채 움직이기 시작해 4층 높이에 올라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완전하게 밀착 전 결합부위를 최종점검하는 등의 시간까지 합치면 약 10분 만에 방 한 칸이 만들어졌다. 이후 장판이나 도배, 붙박이 가구 설치 등의 작업이 이뤄지면 집 한 채가 새롭게 탄생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을 추진한다. 2022년 세종시 6-3 생활권에서 7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 416가구를 착공한 데 이어 적용 가구 수와 층수를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LH는 모듈러 공법 확대 적용을 통해 설계와 시공 오류를 줄이고 공사기간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고층 모듈러 추진… 시공품질 균일화에 공기도 30% 단축

8일 LH에 따르면 의왕초평지구에 20층 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을 추진한다. 지난 3월 29일 세종 스마트시티 시범도시(5-1생활권)에서 지상 12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450가구)를 발주한 지 4개월 만에 대규모 모듈러 주택을 연이어 추진하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은 건설업의 제조업화, 자동화와 건설의 탈현장화를 주도하는 건축공법이다. 외벽체, 창호, 배관 등을 포함한 개별 주거공간을 박스 형태로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여 현장으로 운송 후 설치한다. 전체 공정의 80% 이상이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장 인력소요가 줄고, 현장에서 제작하는 자재나 부품들을 자동화·표준화된 공장 설비로 생산하기 때문에 기능공의 숙련도에 따라 현장 별로 들쭉날쭉하던 시공품질이 일정해진다.

현재 최고층 모듈러주택은 13층이다. 모듈러 주택의 높이는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영국은 44층 이상, 미국 역시 30층 이상의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 되고 있어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왔다. 초고층 모듈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기존 공법 대비 약 30% 높은 공사비로 공공 발주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세종시 6-3 UR2 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 현장./오은선 기자

LH는 이 같은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고층 모듈러 기술 개발과 사업물량 증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현재 자체·국가R&D·위탁 사업 등 총 7개 지구 918호의 실증사업을 선도 중에 있고, 모듈러 주택 기준을 정립하고 기술개발 테스트베드도 제공한다. 2030년까지 공기를 50% 절감하고 철근 콘크리트 공사 수준으로 공사비를 절감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2030년 정착기가 되면 연 5000호 수준의 공급 뿐 아니라 민간 시장에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H가 모듈러 공법을 확대 적용하게 되면 건설 자동화, 제조업화를 통하여 설계·시공오류, 기후변화로 인한 공기지연, 현장 안전사고 및 건설폐기물 발생도 줄일 수 있다. 개별 주거공간을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폭염, 혹한, 장마 등에 따른 작업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고, 건설현장 기피에 따른 숙련공 부족, 현장 여건 등으로 인해 주택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공기단축이 가능해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발생도 줄일 수도 있다. 슬라브 단변 폭이나 두께 등을 표준화해 층간소음 영향 요인도 통제 가능하다.

우선 LH는 모듈러주택 시장확대와 대량생산 기반을 만드는데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LH는 지난 6월 스마트모듈러포럼, 한국철강협회, LG전자, 모듈러 제조기업 4곳과 기술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참여기관들과 협력해 연내 모듈러 표준 설계·평면을 개발하여 대량 생산체계 기반을 마련하고, 층간소음 저감에 최적화된 바닥구조 등 기술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30년마다 재건축 논의가 나오는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모듈러 주택은 주기별 부품만 교체하면 100년까지 사용 가능한 장수명주택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세종시 6-3 UR2 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 현장 내 모듈러 샘플주택 전용 37㎡ 타입 내부./오은선 기자
지난 4일 세종시 6-3 UR2 블록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 현장 내 모듈러 샘플주택 전용 37㎡ 타입 내부./오은선 기자

◇관련 제도 정비 필요… PC공법도 활성화

다만 모듈러 주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현재는 모듈러 설치 이후에 전기와 통신, 소방 등을 분리해 발주하다보니 관련 공사비가 철근콘크리트 대비 30% 이상 높다. 건축법상 13층 이상 건물에는 3시간 이상 내화 기준(화재 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LH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 공사 규모가 가뜩이나 소규모인데 전기와 통신 소방 등 발주에도 공사비가 더 들어가다보니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전기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신은 정보통신과학기술부, 소방은 소방청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국토부와 협력해 이 같은 규제 완화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H는 모듈러 주택 이외에도 탈현장 공법 중의 하나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Precast Concrete) 공법도 시범 적용한다. 모듈러 주택이 개별 주거 공간을 통째로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라면 PC 공법은 기둥, 보, 벽체 등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국가 R&D 실증사업으로 평택고덕지구 A58BL에서 건축 중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현장 노동자 수급 문제 등 건설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건설기술, 탈현장 건설 공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다양한 실증사업을 통해 탈현장 건설공법을 표준화하고, 관련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우수 기술 개발하는 등 스마트 건설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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