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미국, 불안감 탓 중국과 대립…아시아 내 대리전 우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7. 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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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교수, 홍콩 매체와 인터뷰
"미국 개입 멈추면 양안문제 평화 해결…
21세기엔 어떤 나라도 패권 차지 못해"
제프리 삭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종결될까. 종결된다면 종결 시점은 언제일까. 아니, 종래에 종결되기는 할까. 1극 패권주의 시대의 종말과 다극주의 시작을 주장하는 미국 석학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가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만 전략을 직접 비판했다. 미중 모두 패권국이 되지 못할 거라며 탈패권시대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삭스 교수는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8일 게재된 인터뷰에서 "2015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들은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을 봉쇄하지 못했고 글로벌 긴장감을 고조시켰으며, 경제적 안녕과 세계 경제의 효율성을 낮추고, 세계의 경제를 분열시켰으며,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삭스 교수는 미국 경제학계의 대표적 석학이자 탈패권주의자다. 연초 기고를 통해 미국인들은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중국이 패권을 잡을 것을 두려워하지만 탈패권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인도와 남미, 아프리카 등 경쟁지역들을 통한 다극화가 시작된 데다, 중국의 인구가 줄어들며 지금의 생산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삭스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같은 주장을 유지했다. 그는 "중국은 다가올 25년 동안 필요한 주요 글로벌 기술 중 태양광, 풍력, 모듈형 원자로, 장거리 송전, 5G, 배터리 등 많은 분야에서 첨단 수준을 확보했다"며 "중국 경제는 더 발전할 것이며 무역이나 금융 관계는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으로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미국을 넘어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21세기엔 어느 나라도 패권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1인당 소득 수준을 계속 높이겠지만 인구의 절대적 감소 속에 중국의 세계 생산량 점유율은 2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생산량에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14.8%, 18.5%다.

삭스 교수는 "중국의 인구는 현재 세계 인구의 18% 수준이나 2100년까지 10% 정도로 감소할 것"이라며 "웰빙이나 안보 측면의 문제는 없겠으나 세계 생산량 점유율은 인구 통계적 측면에 의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미국 대선이 미중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누가 선출되든 미중관계는 어렵게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의 딥스테이트(백악관과 국방부, 록히드마틴 등 방산기업을 두루 포괄하는 오피니언리더 개념)들이 중국의 발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미국 우월'의 망상에 따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망상이며 우크라이나의 미국-러시아 대리전처럼 아시아에서도 미국-중국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딥스테이트들은 1947년(CIA창설년도) 이후 약 90건의 은밀하거나 공개적인 정권교체 작업과 전쟁에 관여했다"며 "약 80여개국에 있는 750개 이상 해외 군사기지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 작전 기지는 미국 주도 전쟁 및 정권교체 작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삭스 교수는 "미국은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멈춰야 하며,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양안은) 문제를 평화롭게 처리할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으로 갈등의 위험은 훨씬 높아지며, 이는 미국의 잘못된 판단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세계화의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글로벌 연계를 더 즉각적으로 만들며 앞으로도 세계화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 경제 부상에 따라 보호주의는 증가하고 있고,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지 못하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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