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백마지기 은하수 아래 데이지…“네가 제일 예뻐”

백소아 기자 2024. 7. 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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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아의 포토 굿즈는?격렬한 뉴스 현장에서도 틈틈이 우리 사회의 따스함을 전해온 백소아 기자가 독자님들의 마음의 창을 열 사진 선물을 들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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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별빛이 가득한 샤스타데이지 꽃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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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아의 포토 굿즈―1회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 하루의 끝과 시작이 만날 즈음 까만 밤하늘에 별이 쏟아집니다. 들리는 소리는 풀벌레 소리와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뿐…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기 전 은하수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백소아의 포토 굿즈는?

격렬한 뉴스 현장에서도 틈틈이 우리 사회의 따스함을 전해온 백소아 기자가 독자님들의 마음의 창을 열 사진 선물을 들고 옵니다. 그 창 너머 펼쳐지는 이 계절과 시대의 한 장을 지금 구독하세요. 격주 월요일 11시에 새 글이 올라옵니다

함께 일하는 선배에게 종종 꽃 선물을 받곤 했습니다. 특별한 날에도 잘 받지 못하는 선물에 어리둥절했습니다. 하루는 부서 막내 탈출을 축하한다며, 또 다른 날은 회사에 들어온 지 1년 되는 날이라고…. 소소한 축하의 꽃다발이 평범한 일상에 큰 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별것 아닌 제가 조금은 특별하고 어제와 같은 듯 다른 오늘이 행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요. 독자들에게도 그런 행복을 전하고자 합니다. 편지를 쓰듯이…. 월요일 아침, 권태감과 무기력감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힘차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 휴식 같은 사진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편안하게 숨을 쉬며 사진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은하를 강에 비유한 ‘은하수’는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산 아래에서 피어올랐습니다. 동쪽 언덕 위로 빼꼼히 피어올라 드넓게 뻗은 샤스타데이지 꽃밭으로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별빛이 가득한 샤스타데이지 꽃밭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육백 마지기는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넓은 들판’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입니다. 2018년 평창군은 많은 공을 들여 야생화 단지를 조성했습니다. 들판을 가득 채운 샤스타데이지는 5월부터 7월까지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맑은 날에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굽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하늘과 산이 손을 뻗어 닿을 듯합니다. 차박으로도 유명해, 산과 하늘 그 중간 어딘가를 향해 의자를 놓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후 6시쯤 도착하면 3시간 동안 다양한 장면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활짝 피어난 데이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색, 까만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 소리 없이 피어나는 은하수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바람에 춤을 추는 샤스타데이지를 보다가 문득 악동뮤지션의 ‘후라이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달걀프라이꽃이라는 샤스타데이지의 별명 때문일 겁니다. 모두 높을 곳을 우러러볼 때 차라리 흘러가겠다는 노랫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비 소식이 가득한 이번 주, 샤스타데이지 밭의 바람이 잠시라도 여러분께 닿기를 바라겠습니다.

혹시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보석 같은 곳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예쁘게 담아오겠습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데이지 꽃이 지더라도 별구경 하기 좋은 곳입니다. 육백마지기가 ‘육백 두락’이라는 지명에서 파생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육백(白)은 금성(샛별)·개밥바라기를, 마지기의 한자 표기인 두락(斗落)은 별이 떨어진다는 의미합니다.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면 ‘별을 맞이하는 곳’이 되겠지요.
비가 오락가락하는 여름의 또 다른 재미는 노을 구경입니다. 비가 내리기 전 날과 비가 갠 날 오후에는 맑은 하늘이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빛깔을 뽐내며 요란스럽게 태양의 퇴장을 알립니다.
뭐랄까...샤스타데이지들이 겨울 쿨톤에서 봄 웜톤이 된 느낌이랄까요?
뉘엿뉘엿 지며 점점 더 붉어지는 태양이 마치 샤스타데이지 꽃의 노란 꽃술같이 하얀 꽃잎 위로 내려앉습니다.
드넓은 육백마지기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꽃 하나하나를 따라 관찰해 보는 것입니다. 마치 ‘이 수많은 꽃 중에 네가 제일 예뻐’라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스스로에게도 한 번씩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네가 제일 예뻐.’
육백마지기 데이지 꽃들은 이미 만개의 절정을 찍고 서서히 지고 있습니다. 빼곡히 펼쳐졌던 하얀색과 노란색의 파도 곳곳에는 초록의 포말이 생겼습니다. 내년 봄, 또다시 파도처럼 밀려올 아름다움을 기다려보겠습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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