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스토리텔링 하는 법] <6> 해적처럼 싸우고 훔쳐라
영웅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늘이 내렸든 스스로 획득했든, 영웅을 만드는 것은 압도적인 기량이다. 문제를 바라보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영웅은 차원이 다른 역량으로 경이적인 성과를 획득한다. 대중이 영웅에 감탄하는 이유다.
영웅이 되려는 스타트업 창업자는 과업을 어떻게 수행하는가? 인력도 자금도 경험도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영웅은 어떻게 등장하는가? '해적질'이다! 가장 '악명' 높은 실리콘밸리의 두 '해적'을 보자.
스티브 잡스는 "해군에 입대하는 것보다 해적이 되는 게 더 낫다"며 아예 사무실에 해적 깃발을 걸었다. 실제로 잡스는 '해적질'한 기술로 컴퓨터와 휴대폰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나 오디오 압축 같은 기술을 몰래 베끼거나 지식재산권을 슬쩍 피해 가거나 터무니없이 싸게 산 것이다.
빌 게이츠의 '해적질'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IBM이 16비트 PC 시장에 진출하면서 운영체계가 필요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마땅한 제품이 없었다. 게이츠는 당시 나와 있던 '86-DOS'의 판권을 구해 IBM에 대리 납품하면서 그 개발자를 꼬드겨 비슷한 MS-DOS를 만들게 했다. 'DOS'도 없는 회사가 몇 달 만에 'DOS' 시장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훔친 물건을 날치기당하면 그 물건은 누구 것일까? 잡스와 게이츠는 서로의 '해적질'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제록스'(Xerox)의 GUI를 '훔쳐' 애플은 'LISA'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걸 '날치기' 해서 '윈도'(Windows)를 발표했다. 뒤통수를 쳤다고 따지는 잡스에게 게이츠가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에겐 제록스라는 부유한 이웃이 있었어. 나는 텔레비전(제록스의 GUI)을 훔치려고 그 집에 들어다가, 당신이 이미 훔쳤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이지."
해적끼리의 몸싸움은 영화처럼 재미있다. 잡스와 게이츠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은 영화 '실리콘밸리의 해적들'로 나왔고, 마크 저커버그와 윙클보스 형제의 눈치 게임은 '소셜네트워크'로 퍼졌다. 음원 시장을 놓고 스티브 잡스와 샅바를 다툰 다니엘 에크는 '플레이리스트'(Playlist)의 주인공이 됐고, '우주 돈키호테' 일론 머스크와 '실리콘밸리의 사무라이' 래리 엘리슨은 둘 다 '아이언맨2'(Iron Man 2)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아무리 상식적인 말도 '해적'들은 그냥 듣지 않는다. 말버릇을 보면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예, 그리고"로 끼어들고 '페이팔'의 피터 틸은 "아니, 그러나"로 토를 단다. 일론 머스크는 아예 듣지도 않고 자신의 '5단계 알고리즘'을 고집한다.
그 첫 번째 '모든 요구사항을 문제 삼아라.'에서 그는 단단히 윽박지른다. "법무 당국이나 안전 당국의 요구사항은 절대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라."
해적 선장이 해적에게 하는 말일까? '우버'(Uber)의 트래비스 캘러닉이 잘라 말했다. "허가를 얻기보다 용서를 구하는 게 낫다"고.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아예 '규칙 없음'을 선언했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는 해적들을 다그쳤다. "전쟁터에 있는 병사는 학습할 시간이 없다." '드롭박스'의 드류 휴스턴은 해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실패를 걱정 마라. 한 방이면 된다."
모범생의 우승보다 악동의 승리가 더 솔깃한 법이다. 정부 지원받고 온실에서 착실하게 성장한 벤처기업보다, 잡초처럼 규제를 뚫고 시장을 장악한 스타트업이 기특한 것이다. 당당하게 자랑할 해적질을 찾아보라. 하다못해 교실에서 슬쩍한 지우개나 군대에서 빼돌린 숟가락 하나라도, 창업자를 영웅으로 드러낼 서사(敍事)가 필요하다.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의 순간'을 드러내야 한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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