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꿀벌 실종’, 인간을 의심하라

류석우 기자 2024. 7. 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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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곤충 대발생이 보내는 경고-하] 대발생과 대실종, 동전의 양면
2022년 5월30일 더비키스 김일숙 대표가 벌집을 꺼내 꿀벌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착한 러브버그 없애려다 ‘더 큰 놈’ 온다’ 기사(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757.html)에서 이어집니다

“대발생 문제는 대소멸 문제와 동전의 양면으로 봐야 해요. 꿀벌 붕괴 같은 것들도 결국엔 대발생 문제와 같은 개념의 피해거든요. (인간의) 어떤 제어 기작은 콜로니(Colony·집단)를 이루는 사회성 곤충 전체에 다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거죠.” 한동욱 에코코리아 한국피지에이(PGA)생태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대발생의 뒷면엔 대실종이 있다. 2022년, 국내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꿀벌 실종사건’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만 있었던 일이 국내에서 발생하자 양봉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한국양봉협회가 집계한 2022년 월동 피해 봉군은 87만9722군이었다. 1군당 2만 마리로 계산하면 약 176억 마리의 꿀벌이 실종된 셈이다. 당시 농촌진흥청(농진청)에서는 민관 합동 조사를 진행한 뒤 “꿀벌 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꿀벌 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 등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인과 대응 방향까지 내놨지만, 이듬해 꿀벌 실종은 더 심각해졌다. 한국양봉협회에서 받은 연도별 월동 봉군 소멸 피해 현황 자료를 보면, 2023년 전국 월동 피해 봉군 수는 94만4040군(약 189억 마리)에 이른다. 피해율도 2022년 57%에서 2023년 61%로 늘었다. 2024년에도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2024년 3월 기준 피해 군 수는 41만0689군이다. 조사 농가 수가 2022~2023년의 절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피해 수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꿀벌 실종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2006년 대규모 꿀벌 실종을 겪은 뒤 지속적으로 꿀벌 실종을 연구해온 미국이나 유럽도 단일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응애나 살충제, 영양 문제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보고 있다.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농진청의 결론과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다. 국외에선 살충제가 꿀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2022년 ‘‘농정’이 꿀벌 80억 마리를 죽였다’(제1416호)를 통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실종에 미친 영향에 관해 보도했다. 2021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의 국내 판매량이 전체 살충제 판매량의 22.7%를 차지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 보도가 나온 지 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관련 국내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선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금지하지만 한국은 어떤 규제도 없다.

“저는 (꿀벌 실종의) 일차적인 원인이 살비제(응애류를 선택적으로 살상시키는 약제)에 저항성을 가진 꿀벌 응애의 밀도가 높아진 거로 생각해요. 다만 기후변화 이슈나 살충제 노출 등 다른 요인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국내에선 이런 연구들이 진행되지 않아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도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장기적으로 꿀벌에게 어떤 식으로 노출되는지, 그 경로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아직 없어요.”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이시혁 교수가 말했다.

우리 정부도 응애를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2월 보도자료를 내어 “꿀벌 피해 발생은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장기간 특정 성분(플루발리네이트)의 방제제가 널리 활용됨에 따라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확산하였고, 사육 중인 꿀벌에게 피해를 줬다”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대로 응애가 주요 원인이라 해도, 그 또한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다. 이시혁 교수는 2023년 발간된 ‘생물검정 및 분자 마커 기반 꿀벌응애 살비제 저항성 모니터링 기법 개발 및 추가적인 저항성 인자 탐색' 논문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논문엔 “꿀벌이 겨울철 온실에서 딸기 수분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데, 이런 방법은 겨울철에도 응애의 번식을 촉진했을 수 있다”며 “이 군락 중 일부를 양봉장에 다시 넣으면 저항성이 있는 응애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응애가) 10년 전에도 있었고 20년 전에도 있었는데 뭐가 달라졌느냐. 환경이 달라졌어요. 딸기를 이제 겨울에 먹잖아요. 옛날에는 6월에 먹었거든요. 겨울철에 전국에서 재배하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화분 매개용 꿀벌이 필요해요. 그런데 하우스 온도가 높다보니 꿀벌도 번식하고 응애도 증식하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한 지역에서 저항성이 발달하면 순식간에 다 퍼지죠. 농업 관행이 바뀐 거고 식문화가 바뀐 건데 사실 양봉 농가에서는 그것까지 생각 안 해요.” 이시혁 교수가 설명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벌을 키우는 더비키스 김일숙 대표는 “사람의 잘못으로 벌이 살기가 힘들어진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약 때문에 여전히 벌이 많이 죽거든요. 저독성 표기가 된 약으로도 죽어요. 저희 벌들이 죽는 것도 봤어요. 이런 건 충분히 교육이 돼야 하는데 꿀벌의 농약 피해에 대해선 알리지 않아요. 꿀벌의 경제 가치만 떠들지 농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행동 강령이 있어야 하는지 매뉴얼이 없습니다.”

결국 그는 주변 농가에 살충제의 위험성을 직접 알린다. 뿌리지 말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벌이 주로 활동하는 낮 시간을 피해 저녁에 뿌려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정부가 할 일을 개별 양봉업자가 하는 셈이다. 그마저도 살충제의 위험성을 잘 모르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기후위기로 생태계가 파괴돼 위험하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기후위기 이전에 농약으로 죽는 꿀벌이 있어요. 농약만 제대로 사용해도 꿀벌을 더 살릴 수 있는데, 사람이 잘못해서 죽는 게 더 많다는 거예요.”

동양하루살이 급증도 인간의 개발 탓

실제 인간의 활동이 곤충의 대발생에 영향을 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매년 5월과 9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한강 일대에 대거 출몰하는 동양하루살이가 대표적이다. 동양하루살이는 몸집에 견줘 날개가 커서 ‘팅커벨'이라는 별명이 붙은 곤충이다. 성충이 되면 짝짓기를 위해 집단 군무를 하는데, 군무 후 빛에 끌리는 습성 때문에 사람들 눈에 많이 띈다. 질병을 매개하는 곤충이 아닌데도 많이 보인다는 이유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인간 입장에선 최근 들어 하루살이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살이는 하루아침에 대발생한 곤충이 아니다. “도시화가 이뤄지기 전인 1950년대 이전엔 동양하루살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거예요. 한강이 더러워지면서 많이 없어졌다가 한강정비 사업이 진행되면서 물이 깨끗해졌거든요. 수질이 좋아지니까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거예요. (그사이에) 사람들이 한강 수변을 개발해 문제가 생긴 거죠.” 배경석 한국생태연구소 소장이 말했다.

2022년 발간된 ‘동양하루살이 개체수 증가에 따른 대처방안 연구’를 보면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하루살이도 증가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남양주시, 구리시, 하남시, 강동구 일대의 한강 구간은 동양하루살이 유충의 서식 환경에 적합한 수질과 서식 환경이 갖춰져 있어 동양하루살이 대량 발생이 매년 반복되어왔다. 특히 근래에 급속히 진행된 한강변 인접 지역의 신도시 개발과 상업지구의 확산은 야간 조명 밝기에 현저한 증가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환경은 빛에 끌리는 동양하루살이의 대발생에 대한 피해를 피부로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

동양하루살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배연재 고려대 교수는 강을 사이에 둔 남양주와 하남을 보면 이런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한다. “남양주가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극심한 이유가 불빛 때문이에요. 하루살이는 알을 낳고 몸이 가벼워지면 불빛에 끌리는 특성이 있거든요. 하남 같은 경우는 (강과 도시 사이에) 숲이 있어서 하루살이들이 그쪽에 내려앉아요. 남양주는 강변에 아파트나 공원의 불빛이 밝으니까 그쪽으로 유인되는 거예요.”

하루살이가 살던 영역에 인간이 들어가 불빛을 만들어놓고 대발생했다며 하루살이에게 불만을 호소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 물러서진 못하고 방제를 외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왔다. 배 교수는 “그쪽은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살충제를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날아오르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며 “어떤 방제 방법도 가능하지 않은 상태고, 지금은 불빛으로 유인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3년 7월 남양주시 와부읍 직원들이 동양하루살이 발생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남양주시 제공

개발과 같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긴 ‘불편함’을 다시 방제를 통해 없애려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00년대 초 경남 진해시 신항만 건설 당시 웅동 투기장에 쌓아놓은 준설토에서 깔따구가 대발생했다. 정부는 수십억원을 들여 곤충 성장억제제를 살포했지만 피해는 계속됐다.

공사를 멈추든 준설토 위에 복토 작업을 하든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을 다시 바꾸는 것이 필요했지만, 해양수산부는 90억원을 들여 곤충 성장억제제만 뿌렸다. 그래도 피해가 이어지자 2007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해수부가 주민들에게 17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곤충에 의한 피해를 처음 인정한 사례다. 그러나 이후에도 깔따구 피해는 계속됐다. 윤영모 진해시 수도마을 어촌계장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깔따구 피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피해가 사그라든 건 2021년 창원시의회가 나선 이후다. “당시에 몇십억원을 들여 준설토에 곤충 억제제를 살포했지만 계속 반복됐어요. 계속 (깔따구 피해가) 반복되니까 다른 방안으로 해결하자고 해서 2021년 의회에서 의결한 거예요.” 전홍표 창원시 의원이 말했다. 창원시의회는 2021년 ‘준설 투기장 및 신항 매립지 습지대에 대한 복토 작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바람’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안을 의결했다. 깔따구 피해가 발생한 지 20여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고양시 대벌레는 내버려두니 ‘자연 감소’

일단 대발생한 곤충을 제어할 방법은 전혀 없을까. 10년 전인 2014년, 경기도 고양시 성라산에 대벌레가 대발생한 적이 있었다. 고양시가 2010~2013년 성라산을 포함해 누리길을 조성한 직후였다. “누리길 조성을 위해 활엽수림 중간에 길을 냈거든요. 그 주변에 조명도 만들면서 숲의 기온이 올라갔고, 대벌레가 월동하기 좋은 조건이 된 거 같아요.” 한동욱 소장이 말했다.

대발생한 대벌레를 고양시는 그냥 뒀다. 방제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벌레가 자연적으로 줄었다. 이를 모니터링한 단체가 에코코리아였다. 고양시의 의뢰로 누리길 조성 이후의 성라산 생태를 조사했는데, 대벌레의 자연 감소를 확인했다. 당시 국립생태원에서 대발생 제어 연구를 담당했던 한 소장은 “성라산이 활엽수 지역이고 기본 먹이사슬이 좋아서 금방 제어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약을 친다고 해도 저항성이 생기거나 전략이 우수한 종들은 한계가 있잖아요. 인간을 위해 방제한 지역은 충분히 대발생이 일어날 수 있겠죠.”

2014년의 대벌레와 2024년의 러브버그, 무엇이 다를까.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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