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도 못 막은 ‘어닝 서프’ 호재…‘신고가’ 삼성전자, ‘9만→12만전자’ 언제쯤?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서경원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 넘는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대해 투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8일 장 초반 8만9000원대까지 근접하면서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롭게 쓰기도 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26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4% 오른 8만74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보다 0.92% 오른 8만7900원에 장을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8만86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강세는 오전 9시 30분(잠정) 현재 1116억원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지난 5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52% 증가한 1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인 8조원보다 약 25%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3% 늘어난 74조원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결과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전 거래일보다 2500원(2.96%) 오른 8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부터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하지만, 주가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쟁의 행위를 시작할 계획이다. 오는 10일까지 사흘 동안 1차 파업이 예정됐다.
전삼노는 총파업 설문조사에 8115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5000명 이상이 실제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온 전삼노는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 5월 29일 사상 처음 파업을 선언했다. 지난달 7일에는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을 했으나 우려했던 생산 차질 등은 없었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도 노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파업 참여 인원이 제한적이어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편,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D램 등 범용 메모리의 판가 상승에서 왔다고 분석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리뷰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 가운데 유진투자증권(10만7000원→11만원), NH투자증권(10만원→12만원), 하나증권(10만6000원→11만7000원), 키움증권(11만원→12만원), 유안타증권(10만원→11만원) 등 대부분이 목표가와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10조4000억원 가운데 6조1000억∼6조5000억원가량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나왔을 것으로 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범용 메모리(DDR5, LPDDR5X) 중심의 D램, 낸드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2만원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범용 D램 매출 비중은 연말로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연간 영업이익을 44조원, 60조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목표가 12만원을 유지한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 역시 “D램, 낸드 모두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실적 증가에 기여했고,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이면서 DS 부문 전체가 전사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했다”고 짚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의 급상승으로 1분기 말 쌓여있던 재고 손실 충당금 5조5000억원 중 일부가 환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와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44조5000억원, 66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강한 삼성전자로 인정받으려면 여전히 더 많은 것들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HBM 성과 차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SK하이닉스에 뒤지기 시작했으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서도 SK하이닉스와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결국 밸류에이션 갭(차이)을 좁히기 위해서는 HBM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8조6000억원)를 대폭 상회했으나 매출액은 시장 기대 수준으로 발표됐다”며 “이는 주로 메모리 판가 상승에 기반한 DS 실적 개선이 강력한 영업 레버리지를 유발한 데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출액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결국 실적은 매출 증대가 아닌 비용절감 또는 충당금 환입 등 비용 요인에 기반했을 것이라는 회계적 해석도 가능한 점이 다소 아쉽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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