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백업이 없어? 쓰면 됩니다… 만년 2군의 반란, 이범호 확신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2023년 좋은 타격을 선보였지만 시즌 내내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이를 메워줄 만한 선수들이 부족해 타격 그래프를 이어 가는 게 쉽지 않았다. 때로는 후보 선수들을 과감하게 쓰는 것에 인색했다. 라인업 전체적으로 새로운 피가 모자랐다.
올해도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 사실이다. 물론 주전 선수들이 건강하게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직은 전체 타석에서 백업 선수들이 차지하는 타석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KIA는 지난해 타석 상위 13명의 선수가 전체 팀 타석의 83.1%를 차지했다. 올해는 94.9%로 더 높아졌다.
팀 타선이 리그 1위를 달릴 정도로 좋은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심했다는 점은 이 수치에서 읽을 수 있다. 체력 싸움으로 가는 후반기를 앞두고는 주축 선수들의 많은 출전 경기 수가 마음 한켠에 걸린다. 그래서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더 중요하다. 부상과 체력 저하로 인한 부진이 나올 시점이고, 이 시기에 백업들이 활약해야 팀 공격력이 끝까지 폭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올해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더더욱 이 명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만 희망도 보인다. 포수 쪽에서는 한준수(25)의 성장이 돋보인 전반기였다. 그간 큰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1군에서는 활약이 미비했던 한준수는 올해 경력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8경기에서 94타석을 기록했던 한준수는 올해 전반기만 해도 66경기에서 187타석을 소화했다. 모두 경력 최다다.
성적도 좋았다. 66경기에서 타율 0.305, 4홈런, 2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7을 기록했다. 포수로서는 좋은 공격 생산력에다 타석에서 장타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투수 리드와 수비도 경기 출전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올해 주전 포수로 시작했던 김태군(153타석)보다 더 많은 타석(187타석)에 나갔다. 김태군의 나이를 고려하면 반드시 그 뒤를 이을 포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 반가운 등장이다. 이미 군 문제도 해결해 앞으로 걸림돌이 없다.
내야에서는 역시 군 문제를 해결한 홍종표(24)가 등장했다. 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윤도현 박민이 더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전반기 마지막에 내야 백업으로 엔트리에 있었던 선수는 홍종표였다. 2020년 KIA의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인 홍종표는 2020년 88타석을 소화한 게 최다 기록이었다. 지난해에는 116일이나 1군 엔트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0경기에서 12타석 소화에 머물렀다. 철저한 백업이었고, 코칭스태프는 진짜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홍종표 카드를 꺼내드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올해는 나갈 때마다 공격 및 수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힘을 내고 있다. 샘플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51경기에서 타율 0.319와 OPS 0.808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여러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전반기 박찬호 김도영이 쉼 없이 달려왔고, 김선빈이 체력 관리가 필요한 베테랑임을 고려하면 후반기에는 홍종표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외야에서는 박정우(26)가 몇몇 시련을 이겨내고 점차 확신을 주고 있다. 퓨처스리그 도루왕 출신으로 수비와 주루에서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었던 선수다. 이범호 KIA 감독은 타격 코치 시절 박정우의 공격적 재능에도 주목했던 지도자이기도 하다. 올해 1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0.400을 기록하면서 콘택트에서는 재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방망이가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완연하게 살아나기는 했지만, 수비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이기는 경기에서 박정우의 투입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대주자로서의 중책도 있다. 대수비나 대주자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이미 한 차례 끝내기 주루사의 시련을 겪은 박정우는 이후 더 성숙해져 돌아왔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은다.
어떤 감독이든 백업 선수를 과감히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순위 싸움이 치열할 후반기는 더 그렇고,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팀이라는 점에서 여건이 녹록치는 않다. 좀 지쳤다고 해도 검증된 상수를 쓰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우승은 28명의 엔트리 구성원들이 모두 자기 기능을 해야 따낼 수 있다. 최근 이들의 활약에 이범호 감독이 더 확신을 가지고 후반기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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