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그렇게 사과 원했으면 지금 하시면 된다 [7월8일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7.8) 가장 큰 뉴스는 △김건희-한동훈 문자가 뒤덮은 국민의힘 전당대회(6곳)입니다. 이어 △가계대출 급증(3곳) △검찰, 이재명 전 대표 부부 소환 예정(2곳) 등이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김건희-한동훈 문자 후폭풍
② 시선, 클릭!
- 가계대출 급증, 집값 오르나
- 장마에 채소값 폭등
- 사람닮은 AI
③ Now and Then : 읽씹 안읽씹(2020, 장민호)
① 차이의 발견
# 김건희-한동훈 문자 얘기뿐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지난 4일(목) 밤 CBS ‘한판승부’에서 처음 공개된 ‘김건희-한동훈 텔레그램 문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든 이슈를 뒤덮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쪽과 한 위원장 쪽 주장은 다릅니다. ‘명품백 수수 사과’ 여부를 놓고 김 여사 쪽은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한 전 위원장이 무시했다’는 주장이고, 한 전 위원장 쪽은 ‘공식라인으로 대통령실에 ‘사과’를 요구했고, 김 여사 문자 내용은 ‘사과가 힘들다’는 뜻’이라고 주장합니다. 김건희, 한동훈, 윤석열, 그리고 국민의힘 모두 이해가 잘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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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건희 여사는 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나?
- ‘사과’할 뜻이 있으면, 대통령과 상의하면 됩니다. 당시 사과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아닌, 김건희 여사가 하는 것입니다.
-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싶더라도, 이는 대통령실을 통하는 게 맞습니다.
- 한동훈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여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할 순 있겠지만, 신분과 위치가 달라진 상황에서 과거의 인간관계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그리고 여당 비대위원장의 의견은 `용산'에서 들으면 됩니다.
-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이 답을 안 해서, 사과를 안 한 것인가요. 그래서 ‘사과 안해서 총선 졌고, 사과 안 한 건 ‘한동훈’ 때문이고, 그래서 총선 진 건 한동훈 때문’이라는 삼단논법이 지금 국민의힘 친윤계의 주장인 셈인데, 이게 논리가 성립하는 말일까요.
2.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왜 ‘읽씹’ 했을까?
1) 검찰총장 부인은 되고, 대통령 부인은 안 되나?
- 당시 당대표 입장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김 여사가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것입니다. 먼저 문자로 ‘고맙습니다. 앞으로 대통령실과 상의해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사님께서도 사과 의사를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정도의 내용을 보내고, 이어 대통령실과 이 내용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공식, 비공식’을 따지고 그럴까요.
- 그런데 한 전 위원장은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자체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건 `정치'가 아닙니다.
-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322차례 카톡을 주고받았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던 시기입니다. 당시 한 전 비대위원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였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매일 보고가 필요했기 때문에 카톡을 했던 것이다. (윤 당선인에게)보고가 안 될 경우 총장 사모를 통해서 연락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이때는 ‘공식라인’을 통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때 도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연락이 안 되고, 부인한테는 연락이 됐을까요? 그리고 그때 카톡을 주고받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2)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사과를 요구하긴 했을까?
- 한동훈 후보는 지금 문자 논란에 대해 “당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 그런데 당시 공식석상에서는 반대로 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는 지난 1월19일 왔다고 한 후보가 직접 밝혔습니다.
- 1월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리 앙트와네트’에 비유하며 ‘영부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 1월18일 국민의힘 의총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하태경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 1월18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이지만,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 1월19일 한 위원장은 “저의 입장은 어제(18일)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렸다고 말씀드리겠고요. (대응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갈등설도 불거지고 있는데?)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문제니까요. 갈등이라고 할 만한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렸다는 건’, 이 사건의 본질은 ‘함정 몰카’라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이날 카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카톡 전인지, 후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 1월25일에는 이렇게 또 말이 달라집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겠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 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김건희 여사 사과를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요”, 이에 기자들이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염려하지 않았나’라고 되묻자 “제가 드렸던 말 그대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 ‘사과를 말한 적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전 위원장은 바깥에는 ‘사과’를 말하지 않고, ‘용산’에만 ‘사과하십시오’라고 말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본질은 아닙니다만, 정치인이 대화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과를 말한 적이 없다’고 하면 될 일을, ‘내가 사과라고 한 적 있던가요?’라고 되묻는 것은 상대방을 역공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말을 모호하게 합니다.
- 그리고 당시 한동훈 전 위원장은 이 장면을 보도한 뉴시스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합니다. 기사 제목에 “‘김건희 사과’서 물러선”이라는 표현과, 본문에서 “물러선 모양새”라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자신은 ‘김건희 사과’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 이렇게 강하게 외부에서는 ‘김건희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표명한 사람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용산’을 향해 여러 차례 ‘영부인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하는데, 잘 믿기지 않습니다.
3) `사과'로 해석되지 않으면, `읽씹'하면 되나?
-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대해 `사과를 못하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양쪽의 주장이 다릅니다. 어느 쪽에서든 문자를 공개해야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당 대표 입장에서 설령 김 여사가 애매모호하게 문자를 보냈다 하더라도, 그때 `음, 사과를 안 하겠다는 뜻이군'하고 무시하는 게 맞을까요? 오히려 `작은 실마리'라도 잡아서, `사과를 하시겠다는 뜻이지요'라고 요구하는 게 맞고, 설령 강하게 `거부'하더라도,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설득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요?
- 그때 모습을 보면, 마치 작은 티끌 하나라도 자기 몸에 튈까봐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정치는 진흙탕 속에 들어가 함께 뛰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3.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에 격노했나?
-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읽씹’을 언제 알았을까요? 2월7일 방영된 KBS 대담에선 명품백 수수를 “박절하지 못해서”라고 말합니다.
- 그리고 윤 대통령이 ‘읽씹’에 격노했다는 말이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전해지는데, 이게 ‘격노’할 일인가요? 대통령이라면 오히려 ‘사과’ 문제를 진지하게 대통령실 참모들과 상의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도 논의하는 게 먼저이지, ‘읽씹이냐, 아니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불경’죄라도 저지렀단 말인가요?
4. 6개월 뒤인 지금 왜 이 문자가 공개될까?
- 둘 사이의 문자는 둘 중 한쪽에서 공개해야 알려집니다. 상황을 보면, 김건희 여사 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개된 것은 대통령실 또는 김건희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 다만, 백보 양보하면, 당시 ‘문자 읽씹’이 흘러나왔는데, 그러다 묻혔는데, 지금 이슈가 되면서 그때 문자 내용이 친윤계 쪽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내용은 외부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여의도 등에서 일부 알음알음 소문이 있기도 했습니다.
5.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앞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남은 보름동안 이 문제로 날밤을 새울 것입니다. 친윤 쪽에서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판장 사태를 다시 일으키려다 불발된 것에서 보듯 조직력이 이전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전당대회에는 친윤 쪽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의원을 쉽게 주저앉혔지만,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가 직접 나선 꼴이 됐습니다. 상황이 그만큼 ‘용산’에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이겠죠.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 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의 개입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 한쪽에선 영남 쪽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성토’ 분위기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구도가 ‘한동훈 대 반한동훈’으로 더욱 공고화되는 느낌이 납니다. 이 상태에서 한동훈 후보가 최종적으로 당대표가 된다면, 이후 국민의힘과 용산과의 관계에서 한 후보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6. 어떻게 해야 할까?
- 어떻게 보면 한심스럽습니다. 총선 참패 직후 전당대회라면, ‘총선 참패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정권 재창출 비전’을 제시하고, ‘보수의 나아갈 길’을 천명하는 것이 이상적이자, 정상적일 것입니다.
- 그러나 지금 ‘대통령과의 관계’가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가 되고, ‘영부인 문자를 씹었네, 안 씹었네’가 논란이 되는 자체가 상황을 너무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동훈 후보 쪽을 공격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격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감히 김건희 여사 문자를 보고도 씹을 수 있느냐’는 점인지, 아니면 ‘그때 사과를 하도록 했으면 총선 안 졌을 것 아니냐’인 것인지. 전자라면 언급할 가치가 없고, 후자라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과하시라’고 요청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 또한 만일 이번 문자 공개가 김건희 여사 쪽에서 추진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당무 개입’에 해당합니다. 대통령 부인은 ‘직권’이 없으므로, ‘남용’도 없을런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조사하고, 경위를 밝혀야 합니다.
- 그리고 애초 문자 내용을 보면, ‘사과’ 여부를 오로지 ‘총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읽씹’한 이유도 그 ‘진의’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중에 괜히 책잡히는 단서를 남겨놓지 않겠다는 생각이 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의 유·불리와 안위만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니.
7. 언론보도
- 사설 제목만 보겠습니다. 포인트는 조금 다르지만, 진보·보수 언론 모두 비판조입니다.
한겨레 = 하다 하다 '김건희 문자' 공방까지, 한심한 여당 전대
경향 =대통령실은 '사과 문자' 진상 밝히고, 김 여사는 수사받으라
한국 = 의문투성이 '김 여사 문자' 파동 속히 해소해야
동아 = “누가 죽는지 보자” “끌어들이지 말라”…민망한 ‘여사 문자’ 공방
중앙 = 낯 뜨거운 집권여당의 '한동훈-김건희' 문자 논란
조선 =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없다"는 대통령실, 사실인가
② 시선, 클릭!
# 가계대출 급증, 집값 오르나
## 장마에 채소값 폭등
### 사람닮은 AI
③ Now and Then
오늘 영상은 트롯트 가수 장민호의 ‘읽씹 안읽씹’(2020) 입니다. 연인 사이에서 가끔 일어나는 카톡 ‘읽씹’ 다툼입니다. 이 상황을 너무 희화화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망설였습니다만, 그동안 듣도보도 못한 집권여당의 ‘대통령 부인 문자 읽씹’ 논쟁 상황은 정말 웃픈(우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입니다.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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