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그렇게 사과 원했으면 지금 하시면 된다 [7월8일 뉴스뷰리핑]

권태호 기자 2024. 7. 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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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왼쪽 둘째)가 지난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청에서 열린 분당갑 당원조직대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 캠프 제공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7.8) 가장 큰 뉴스는 △김건희-한동훈 문자가 뒤덮은 국민의힘 전당대회(6곳)입니다. 이어 △가계대출 급증(3곳) △검찰, 이재명 전 대표 부부 소환 예정(2곳) 등이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김건희-한동훈 문자 후폭풍

② 시선, 클릭!

- 가계대출 급증, 집값 오르나

- 장마에 채소값 폭등

- 사람닮은 AI

③ Now and Then : 읽씹 안읽씹(2020, 장민호)

① 차이의 발견

# 김건희-한동훈 문자 얘기뿐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지난 4일(목) 밤 CBS ‘한판승부’에서 처음 공개된 ‘김건희-한동훈 텔레그램 문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든 이슈를 뒤덮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쪽과 한 위원장 쪽 주장은 다릅니다. ‘명품백 수수 사과’ 여부를 놓고 김 여사 쪽은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한 전 위원장이 무시했다’는 주장이고, 한 전 위원장 쪽은 ‘공식라인으로 대통령실에 ‘사과’를 요구했고, 김 여사 문자 내용은 ‘사과가 힘들다’는 뜻’이라고 주장합니다. 김건희, 한동훈, 윤석열, 그리고 국민의힘 모두 이해가 잘 안됩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김건희 여사는 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나?

- ‘사과’할 뜻이 있으면, 대통령과 상의하면 됩니다. 당시 사과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아닌, 김건희 여사가 하는 것입니다.

-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싶더라도, 이는 대통령실을 통하는 게 맞습니다.

- 한동훈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여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할 순 있겠지만, 신분과 위치가 달라진 상황에서 과거의 인간관계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그리고 여당 비대위원장의 의견은 `용산'에서 들으면 됩니다.

-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이 답을 안 해서, 사과를 안 한 것인가요. 그래서 ‘사과 안해서 총선 졌고, 사과 안 한 건 ‘한동훈’ 때문이고, 그래서 총선 진 건 한동훈 때문’이라는 삼단논법이 지금 국민의힘 친윤계의 주장인 셈인데, 이게 논리가 성립하는 말일까요.

2.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왜 ‘읽씹’ 했을까?

1) 검찰총장 부인은 되고, 대통령 부인은 안 되나?

- 당시 당대표 입장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김 여사가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것입니다. 먼저 문자로 ‘고맙습니다. 앞으로 대통령실과 상의해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사님께서도 사과 의사를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정도의 내용을 보내고, 이어 대통령실과 이 내용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공식, 비공식’을 따지고 그럴까요.

- 그런데 한 전 위원장은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자체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건 `정치'가 아닙니다.

-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322차례 카톡을 주고받았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던 시기입니다. 당시 한 전 비대위원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였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매일 보고가 필요했기 때문에 카톡을 했던 것이다. (윤 당선인에게)보고가 안 될 경우 총장 사모를 통해서 연락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이때는 ‘공식라인’을 통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때 도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연락이 안 되고, 부인한테는 연락이 됐을까요? 그리고 그때 카톡을 주고받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

2)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사과를 요구하긴 했을까?

- 한동훈 후보는 지금 문자 논란에 대해 “당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 그런데 당시 공식석상에서는 반대로 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는 지난 1월19일 왔다고 한 후보가 직접 밝혔습니다.

- 1월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리 앙트와네트’에 비유하며 ‘영부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 1월18일 국민의힘 의총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하태경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 1월18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함정 몰카’이지만, 전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 1월19일 한 위원장은 “저의 입장은 어제(18일)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렸다고 말씀드리겠고요. (대응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갈등설도 불거지고 있는데?)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문제니까요. 갈등이라고 할 만한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렸다는 건’, 이 사건의 본질은 ‘함정 몰카’라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이날 카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카톡 전인지, 후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 1월25일에는 이렇게 또 말이 달라집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겠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 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김건희 여사 사과를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요”, 이에 기자들이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염려하지 않았나’라고 되묻자 “제가 드렸던 말 그대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 ‘사과를 말한 적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전 위원장은 바깥에는 ‘사과’를 말하지 않고, ‘용산’에만 ‘사과하십시오’라고 말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본질은 아닙니다만, 정치인이 대화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과를 말한 적이 없다’고 하면 될 일을, ‘내가 사과라고 한 적 있던가요?’라고 되묻는 것은 상대방을 역공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말을 모호하게 합니다.

- 그리고 당시 한동훈 전 위원장은 이 장면을 보도한 뉴시스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합니다. 기사 제목에 “‘김건희 사과’서 물러선”이라는 표현과, 본문에서 “물러선 모양새”라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자신은 ‘김건희 사과’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 이렇게 강하게 외부에서는 ‘김건희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표명한 사람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용산’을 향해 여러 차례 ‘영부인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하는데, 잘 믿기지 않습니다.

3) `사과'로 해석되지 않으면, `읽씹'하면 되나?

-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대해 `사과를 못하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양쪽의 주장이 다릅니다. 어느 쪽에서든 문자를 공개해야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당 대표 입장에서 설령 김 여사가 애매모호하게 문자를 보냈다 하더라도, 그때 `음, 사과를 안 하겠다는 뜻이군'하고 무시하는 게 맞을까요? 오히려 `작은 실마리'라도 잡아서, `사과를 하시겠다는 뜻이지요'라고 요구하는 게 맞고, 설령 강하게 `거부'하더라도,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설득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요?

- 그때 모습을 보면, 마치 작은 티끌 하나라도 자기 몸에 튈까봐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정치는 진흙탕 속에 들어가 함께 뛰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3.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에 격노했나?

-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읽씹’을 언제 알았을까요? 2월7일 방영된 KBS 대담에선 명품백 수수를 “박절하지 못해서”라고 말합니다.

- 그리고 윤 대통령이 ‘읽씹’에 격노했다는 말이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전해지는데, 이게 ‘격노’할 일인가요? 대통령이라면 오히려 ‘사과’ 문제를 진지하게 대통령실 참모들과 상의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도 논의하는 게 먼저이지, ‘읽씹이냐, 아니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불경’죄라도 저지렀단 말인가요?

4. 6개월 뒤인 지금 왜 이 문자가 공개될까?

- 둘 사이의 문자는 둘 중 한쪽에서 공개해야 알려집니다. 상황을 보면, 김건희 여사 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개된 것은 대통령실 또는 김건희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 다만, 백보 양보하면, 당시 ‘문자 읽씹’이 흘러나왔는데, 그러다 묻혔는데, 지금 이슈가 되면서 그때 문자 내용이 친윤계 쪽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내용은 외부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여의도 등에서 일부 알음알음 소문이 있기도 했습니다.

5.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앞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남은 보름동안 이 문제로 날밤을 새울 것입니다. 친윤 쪽에서 추가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판장 사태를 다시 일으키려다 불발된 것에서 보듯 조직력이 이전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전당대회에는 친윤 쪽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의원을 쉽게 주저앉혔지만,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가 직접 나선 꼴이 됐습니다. 상황이 그만큼 ‘용산’에 더 안 좋아졌기 때문이겠죠.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 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의 개입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 한쪽에선 영남 쪽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성토’ 분위기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구도가 ‘한동훈 대 반한동훈’으로 더욱 공고화되는 느낌이 납니다. 이 상태에서 한동훈 후보가 최종적으로 당대표가 된다면, 이후 국민의힘과 용산과의 관계에서 한 후보가 이니셔티브를 쥐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6. 어떻게 해야 할까?

- 어떻게 보면 한심스럽습니다. 총선 참패 직후 전당대회라면, ‘총선 참패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정권 재창출 비전’을 제시하고, ‘보수의 나아갈 길’을 천명하는 것이 이상적이자, 정상적일 것입니다.

- 그러나 지금 ‘대통령과의 관계’가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가 되고, ‘영부인 문자를 씹었네, 안 씹었네’가 논란이 되는 자체가 상황을 너무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동훈 후보 쪽을 공격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격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감히 김건희 여사 문자를 보고도 씹을 수 있느냐’는 점인지, 아니면 ‘그때 사과를 하도록 했으면 총선 안 졌을 것 아니냐’인 것인지. 전자라면 언급할 가치가 없고, 후자라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과하시라’고 요청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 또한 만일 이번 문자 공개가 김건희 여사 쪽에서 추진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당무 개입’에 해당합니다. 대통령 부인은 ‘직권’이 없으므로, ‘남용’도 없을런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조사하고, 경위를 밝혀야 합니다.

- 그리고 애초 문자 내용을 보면, ‘사과’ 여부를 오로지 ‘총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이 ‘읽씹’한 이유도 그 ‘진의’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중에 괜히 책잡히는 단서를 남겨놓지 않겠다는 생각이 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의 유·불리와 안위만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니.

7. 언론보도

- 사설 제목만 보겠습니다. 포인트는 조금 다르지만, 진보·보수 언론 모두 비판조입니다.

한겨레 = 하다 하다 '김건희 문자' 공방까지, 한심한 여당 전대

경향 =대통령실은 '사과 문자' 진상 밝히고, 김 여사는 수사받으라

한국 = 의문투성이 '김 여사 문자' 파동 속히 해소해야

동아 = “누가 죽는지 보자” “끌어들이지 말라”…민망한 ‘여사 문자’ 공방

중앙 = 낯 뜨거운 집권여당의 '한동훈-김건희' 문자 논란

조선 =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없다"는 대통령실, 사실인가

② 시선, 클릭!

# 가계대출 급증, 집값 오르나

## 장마에 채소값 폭등

### 사람닮은 AI

③ Now and Then

오늘 영상은 트롯트 가수 장민호의 ‘읽씹 안읽씹’(2020) 입니다. 연인 사이에서 가끔 일어나는 카톡 ‘읽씹’ 다툼입니다. 이 상황을 너무 희화화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망설였습니다만, 그동안 듣도보도 못한 집권여당의 ‘대통령 부인 문자 읽씹’ 논쟁 상황은 정말 웃픈(우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입니다.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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