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치도 해법” … 근로자에 특별비자, 유학생에 학자금 지원[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박팔령 기자 2024. 7.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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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5) ‘이민정책’ 힘쏟는 지자체들 <끝>
국내거주 등록 외국인 140만명
지역 장기 정착인구 모시기 분주
전북, 지역특화 비자 선발급 추진
전남 ‘청년이민국’ 최초로 세워
경북 봉화엔 베트남 밸리 조성
강원은 빈집 정비해 제공하기도
인구감소·지역소멸위기 지역 자치단체들이 소멸극복의 한 방법으로 외국인 정착을 돕고 나선 가운데 전북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의 한 기업에 취업한 베트남 출신 당 후옹 리에(왼쪽)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팔령 기자

전주=박팔령·대구=박천학·광주=김대우·원주=이성현 기자

“대학졸업 후 지방 업체 취업으로 한국에 장기체류할 수 있는 지역 특화 비자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평생 살 수 있는 영주권도 취득하고 결혼도 하고 부모님도 모셔오고 싶습니다.” 지난 5일 전북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당 후옹 리에(25·세중산업) 씨는 7년 전 한국 땅을 밟아 지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한 어엿한 김제 시민이다. 식품 포장재를 생산하는 업체에 입사한 뒤 전북도가 추천해 준 지역 특화 비자(F-2-R)로 전환해 당분간 베트남으로 돌아갈 걱정 없이 맘 놓고 한국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인구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마다 청년·어르신 인구 유입 정책과 생활인구 늘리기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는 오는 2033년까지 주민등록 인구 185만 명의 10%인 18만5000명을 외국인으로 채우겠다고 나섰다.

전북과 함께 전남, 경북, 강원도에서도 외국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외국인 유치 등 이민자 수용 방안을 쏟아내면서 이민이 인구감소·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법무부가 집계한 국내 거주 등록 외국인은 지난 5월 말 현재 140만9950명이다. 외국 국적 동포들이 포함된 거소신고 외국인 54만3669명을 포함해 장기체류 외국인은 195만3619명, 단기체류 외국인 47만9269명을 포함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5월 말 현재 243만2888명이다. 등록 외국인은 지역별로 서울·경기·인천에 78만1377명(57.2%)이 거주하고 영남 23만6333명(17.3%)과 충청 17만4469명(12.8%), 호남 12만1121명(8.9%), 기타 5만3542명(3.9%) 순이다.

전북은 외국인의 수도권 집중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역 장기 정착 외국인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이민 지원 확대 방안 등을 법무부에 요청한 상태다. 실제로 전북도는 지난해 10월 전북도청에서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전라북도 외국인·이민 정책 테스트베드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법무부가 인구감소 지역이나 기업에 일정 기간 취업하거나 거주하는 조건으로 유학(D-2), 구직(D-10), 비전문취업(E-9) 비자 등을 지역 특화 비자(F-2-R)로 전환해 선발급해 주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주대에서 열린 외국유학생 대상 취업박람회 포스터를 바라보는 유학생들 모습이다. 전북도청 제공

이와 함께 전북도는 이민자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일명 ‘18만5000명 고향만들기’ 프로젝트에도 돌입했다. 대학들과 협조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한 뒤 지역에 안착할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산업체나 농어업 분야 계절 근로자로 들어 왔던 외국인들에게도 장기 체류가 가능한 방안 등을 다양하게 마련 중이다. 전북도는 2030년쯤이면 전북에는 한 해 1만 명씩 외국인 주민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열고 법률·노무·행정·금융 분야 등 전문가들을 연결해 상담을 해주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이 고향처럼 전북에서 살게 하겠다는 취지다. 전북도는 지역 대학 졸업 유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난달 30일 전주대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기숙사 제공은 기본이고 연봉 4000만 원, 명절 휴가비와 자녀 학자금 등 업체마다 다양한 조건이 내걸렸다. 전북의 인구 감소 지역인 10개 시·군에 취업하고 5년 이상 정착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F-2-R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근책까지 내걸렸다. 도내 26개 기업이 참가한 올해 첫 박람회에 6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같은 유학생 취업박람회는 경북 경일대(8월 28일), 전남 목포대(9월 12일), 부산 경성대(9월 27일), 충북 충북대(10월 31일)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전남도청에서 열린 외국인 이민정책 TF회의 모습이다. 전남도청 제공

전북과 마찬가지로 전남과 경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별로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민정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남에서는 지난 1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국(局) 단위 외국인 전담 기구인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하고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정식 직제로 전환했다. 3개 과 9개 팀으로 꾸려진 인구청년이민국은 인구 정책과 이민 정책을 총괄한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국 단위 외국인 전담 기구 설치는 전남이 처음이다.

경북에서도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단위 외국인 전담부서로서 지난해 지방시대정책국 산하에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고 이민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유입을 위해 경북글로벌학당을 개설하고 한국어교육, 조기적응프로그램, 취·창업교육과 함께 K(경북)-드림 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해 비자발급을 비롯한 취업·거주지 마련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형 특화마을로 봉화에 K-베트남 밸리도 조성한다. 이는 베트남 관광인구, 근로자·유학생·다문화가정 등 생활·정주인구 증가에 따라 이주민과 원주민이 융합하기 위한 것이다. 경북도는 외국인 유입부터 정주까지 책임지는 개방사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원주시)에서도 장기적인 인구 유입 정책인 ‘컴 온 원주(Come On Wonju)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생활한 이민 1세대에게 빈집을 정비·제공해 이들이 지역에서 다시 뿌리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이주 정착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다. ‘인큐베이션 시스템’으로 명명한 이 지원 시스템은 원주 알리기, 살아보기, 정착하기 등 3단계로 단계별 세부 정책 사업을 추진한다.

나해수 전북도 대외국제소통국장은 “그간 유학생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도적 한계로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고국으로 중도 출국해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며 “지역 기업에 성실히 근무한 외국인들이 전북에 장기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남호 전북연구원장도 “‘성을 쌓으면 망하고 길을 열면 흥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인구 감소·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에서 더 적극적으로 성별·인종·민족·성적 취향에 개의치 않고 개방적이고 관용적으로 외국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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