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동행 정책’ 뚝심있게 추진… 사업 성과 내면 ‘확실한 보상’[Leadership]

이정민 기자 2024. 7. 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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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 서울’ 이끄는 오세훈 시장
안심소득·서울런·동행식당 등
시민 생활개선 정책과 ‘시너지’
직원들 창의적인 사업아이디어
포상하고 특별승진 도입하기도
경유버스 8000대 과감히 교체
합리적인 비판엔 귀 열고 수용
“약자와의 동행으로 보수의 이념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 온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4시 서울 종로4가 광장시장 중앙정류소에서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해 이른 새벽 출근하는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서울시청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의 리더십은 ‘성과로 말하는 합리적인 리더십’과 ‘약자와 함께하는 동행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지난 2006년 7월 45세의 나이로 민선 최연소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그는 ‘디자인 시정’이라는 개념을 행정에 최초로 도입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강 변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등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시키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추진했다.

2011년 8월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약 10년이 지난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으로 복귀하고, 2022년 7월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최초의 4선 서울시장이 됐다. 돌아온 오 시장은 이번엔 ‘약자와의 동행’을 핵심 정책 가치로 삼고,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일상혁명’을 내걸면서 서울을 각종 글로벌 도시 순위 상위권에 올려놓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인 미국 ‘스타트업 지놈’이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서 서울은 전 세계 300개 도시 중 일본 도쿄(東京)를 앞서며 9위로 평가돼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20위였다. 또 영국의 금융 컨설팅 회사 ‘지옌’이 매년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기준 10위에 올라, 2007년 43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오 시장은 “도시 경쟁력을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면서 각종 정책 마련과 ‘서울 세일즈’에 직접 나서고 있다.

◇성과로 말하는 합리적인 리더십 =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항상 두 단계 먼저 미래를 대비해야 시민들의 안정적인 현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와 시정을 펼치고 있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늘 준비하는 태도가 있어야 미래를 낙관적으로 맞이할 수 있고,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고난을 감내하며 내일을 더 성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사람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인센티브를 통해 더 큰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도 오 시장의 리더십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민선 8기에 들어서 2023년 2월 ‘창의 특별승진제도’를 도입했다. 담당 사업과 관련한 창의 아이디어를 제안해 포상을 받고 직접 실행, 그 성과에 대해 실적 가점 최고 등급을 부여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승진 소요 최저 연수만 채우면 특별승진을 검토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복지정책실의 이신옥 주무관(행정 6급)은 5급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시민·수용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1일에 있었던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와 관련해 “태극기 게양대 문제는 귀를 더 열겠다”면서 “합리적인 비판에는 반응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승부를 걸어야 할 땐 매우 단호하고, 때로는 독한 승부사 기질도 보인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당시 불리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경선에 나서 나경원, 조은희, 오신환 예비 후보에게 승리했다. 오 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 중이던 안철수 후보와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다. 당시 여론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선거를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서 치러진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며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쟁취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서울시 메타버스 서비스를 오는 10월에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실패를 자인하고 종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제가 지시했다”며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은 필요하면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교통 등 시민 생활 밀착형 ‘일상혁명’ = 환경과 교통 등 서울시민 일상 변화의 배경에도 오 시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2007년 ‘맑은 서울 2010’ 대책을 발표하면서 매연을 발생시키는 경유 시내버스 8000대를 한 번에 압축천연가스(CNG)로 교체했다. 2010년에는 ‘그린카 스마트 서울선언’을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 전기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수도권 주민들이 일상에서 누리는 ‘수도권 통합 교통환승제’도 오 시장 취임 이후인 2007년 경기, 2009년 인천이 참여하며 완성됐다. 최근에는 출시 70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선택한 기후동행카드(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를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전환, 대중교통의 편리성과 이용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리버버스(가칭), 도심항공교통(UAM) 실증사업, 자율주행 버스 운행 등으로 또 한 번의 교통 혁신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 전 구간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도 오 시장의 정책 결과물이다.

오 시장은 민원 다발과 충동으로 정체된 사업 해결에도 나서 역대 서울시장이 포기했던 ‘원지동 추모공원’과 권역별 환경형 쓰레기 소각장 설립을 진행시켰다. 또 유휴부지로 남아 있던 공간을 대형 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북서울꿈의숲’을 비롯해 서서울 호수공원, 창동 창포공원, 연트럴 파크 등 도심 공원 등을 조성해 시민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민원 전화번호가 ‘120’으로 통일된 것도 오 시장의 작품이다. 오 시장은 2006년 시장 취임 직후 ‘시민고객’이란 용어를 시정에 도입했다. 이후 시민의 민원 전화가 서울시청 전 실·국에 수십 개가 흩어져 있고 통화 연결을 위해 수십 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120’ 하나의 번호로 통합했다. 아울러 한강 자연성 회복과 시민 여가 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 한강 르네상스(여의도·난지·뚝섬·잠원 한강공원)가 자리를 잡아 한강이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서울을 방문하면 꼭 찾아야 하는 곳이 된 것도 오 시장 정책의 산물이다.

◇오세훈 리더십의 방점 ‘약자동행’ = 오 시장은 33∼34대(2006년 7월∼2011년 8월) 서울시장으로 역임할 당시 시정 전반에 스스로 일하는 혁신을 정착시킨 창의시정 추진부터 도시 경쟁력과 경제 강화, 디자인 서울,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추진 등 창의적 행정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의 핵심축으로 삼고 시민의 일상 행복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차별 없이 누리는 일상혁명으로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이 꿈꾸는 사회는 어디에 살든, 어떤 일을 하든 누구나 일상의 평온함을 누리며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사회”라며 “일상의 혁명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약자동행 철학은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대안적 소득보장제도인 ‘안심소득’과 취약계층 학생들이 유명 사설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서울런’, 동행식당·목욕탕 등 쪽방촌 시민 일상 중심의 정책과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5일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오 시장이 꽃피우고 계시는 약자와의 동행이 당 정강·정책에도 명시돼 있다”며 오 시장이 펼치고 있는 정책 행보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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