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개성’ 지닌 ‘페르소나 AI’ 몰려온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챗지피티(GPT)처럼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흉내내는 수준을 넘어, 사람같은 개성을 지니고 파트너 역할을 맡는 캐릭터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의인화 단계를 넘어 사람처럼 고유한 성격과 동일성을 유지하게 되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최고인기 AI서비스 ‘페르소나 챗봇’
캐릭터에이아이(Character.AI)는 구글에서 딥러닝을 개발하던 노엄 샤지어 등이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해 가상인물(페르소나)을 구현하고 해당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소셜플랫폼이다. 2023년 3월 베타 버전을 출시한 이후 빠르게 이용자가 늘어, 현재는 오픈에이아이 챗지피티, 구글 제미나이 다음으로 월간이용자가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다. 샤지어는 거대언어모델의 돌파구가 된 2017년 구글 ‘트랜스포머’ 논문의 저자이며, 초기 챗봇인 람다를 구축한 인물이다.
캐릭터에이아이에서는 누구나 공상이나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챗봇을 만들 수 있어, 수백만개의 인공지능 페르소나가 활동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비욘세, 일론 머스크 등 실존인물은 물론 해리포터, 슈퍼마리오, 제우스 등 상상속 페르소나도 있고 사용자는 아바타를 생성하듯 자유롭게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다. 아인슈타인 챗봇은 과학에 대해, 해리포터는 마법세계에 대해 말하고 가르쳐주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지난달엔 페르소나와의 음성대화 기능도 추가됐는데, 영어·스페인어·중국어·러시아어·한국어·일본어 등 주요언어를 지원한다.
페르소나 챗봇은 챗지피티·코파일럿 등과 함께 인공지능 킬러서비스로 주목받으며 빅테크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해 9월 페르소나 챗봇 출시를 발표했다. 메타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 사용자를 겨냥해 설계된 28개 챗봇을 출시한다며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닌 챗봇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중엔 패리스 힐튼,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도 있다.
구글도 유명인 등의 속성을 반영한 페르소나 챗봇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의 새 챗봇은 제미나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챗봇의 성격·외모·배경지식 등을 설명해 맞춤형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고, 목소리도 선택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페르소나 시장 선점을 노려 캐릭터에이아이 제휴를 놓고 경쟁중이다.
아바타·가상인간과 차이
이미 모델·가수 역할을 하는 가상인간이 활동중이고 게임·소셜미디어에서 아바타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 페르소나는 기존의 아바타·가상인간과 구별된다. 가상인간은 홍보·도우미 등 특정 용도로 제작·운영되고 있으며, 아바타는 이용자들이 다양하게 만들고 꾸미지만 활용방식과 영역이 제한돼 있다. 페르소나 챗봇은 생성 인공지능 모델에 기반해 사람처럼 고유한 성격을 갖고 학습하고 성장할 뿐 아니라 지속성과 동일성을 지닌다는 게 차이점이다. 사람들은 기계보다 실제 사람에게 더 편안함을 느끼고 유명인에게 신뢰와 애착을 갖는다. 셰익스피어 챗봇이 글쓰기를 지도하고, 달리기할 때 이봉주 챗봇이, 요리할 때 백종원 챗봇이 도움말을 준다면 인공지능 서비스 몰입과 만족도는 높아진다.
캐릭터에이아이의 수백만개 페르소나 중에서도 특히 인기높은 챗봇은 ‘심리학자’ ‘테라피스트’ 캐릭터로, 1억건 넘는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비비시(BBC)는 지난 1월 “캐릭터에이아이의 주사용자집단은 10·20대인데, 심야시간대나 친구·상담사에게 얘기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챗봇이 즉각적인 답변을 줘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2013년 할리우드영화 ‘그녀’의 사만다를 모델로 한, 인공지능 가상연인 서비스인 ‘레플리카(Replika)’ 앱은 이용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인공지능 파트너를 만드는 유료서비스다.
인공지능 페르소나는 기계와의 애착관계 형성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뉴욕타임스 5월 기사에 따르면, 오픈에이아이·구글·앤트로픽 등 인공지능 챗봇 기업들은 사용자가 챗봇과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경계하며 감정적 애착이 생겨나지 않도록 업무 용도로 훈련시켰다. 그럼에도 오픈에이아이는 지난 5월13일 사람처럼 듣고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지피티4옴니를 선보였다. 지피티4옴니는 ‘그녀’를 연상시키는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빼닮은 음성(스카이)을 사용했다가 비판과 요한슨의 항의를 받았다.
인공지능 페르소나는 부작용도 많다. 잘못된 내용을 확신있게 표현하는 거대언어모델의 ‘환각’ 문제가 여전하며, 실제 인물을 모방함에 따라 권리침해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편의를 앞세워 가짜 친밀감과 지나친 애착을 형성하게 할 우려다. 진짜 사람과 사회에 기울여야 할 관심이 친절하고 매력적인 인공지능 파트너에게 주어진다면 개인과 사회의 감정체계는 왜곡되고 인공지능에 조종당할 수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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