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발목 잡힌 바이든, 레이건처럼 반전 드라마 쓸 수 있을까[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4. 7.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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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선에 나선 1984년, 그의 나이는 73세였다. 50대였던 상대 후보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은 당시로서는 고령인 레이건의 나이를 물고 늘어졌다. 레이건은 “나는 먼데일의 지나친 젊음과 경력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역공에 나섰다. 그의 유머 섞인 대응은 연령 논란을 자신의 고령이 아닌 상대방의 경험 부족 프레임으로 전환시켰고, 결국 재선에 성공했다. 레이건은 첫 취임 당시인 1980년 고령 논란이 일었을 때도 “재임 중 심각한 인지능력 저하를 느끼면 사임하겠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40년 전의 일이 다시 소환된 것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령 논란 때문이다. 레이건과 같은 문제에 봉착한 바이든은 TV 토론에서 레이건과 같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TV토론 직후 거센 사퇴 공세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 11월생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이다. 만약 연임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기존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 나이는 77세였다.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 직후 언론매체들은 바이든의 나이와 통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에도 바이든의 나이와 인지능력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조심스럽게 제기됐거나 수면 아래 잠복해있던 사퇴 요구가 TV 토론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다는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사퇴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TV토론 직후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칼리지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바이든의 나이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등록 유권자의 74%는 “바이든이 유능한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너무 늙었다는 응답(43%)에 비해 월등히 높다. 더 심각한 것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했던 사람 중 62%,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59%가 바이든이 이제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직은 고사하고 선거 운동을 제대로 치러낼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이렇게 응답했다고 해서 실제 투표에서 바이든을 찍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90분간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이 지난 3년 반 동안 바이든의 업적은 가리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TV토론이 대선 경쟁의 근본적인 역학관계를 바꾸는 데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지난 1~5일 경합주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5%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7%)과의 격차를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민심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유세를 한데 이어 ABC 방송과 22분간 무(無)편집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TV토론 당시 심한 감기에 걸려 몸이 너무 안 좋았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직을 충분히 수행할 만큼 건강하다며 후보직 사퇴 요구도 거부했다. 지난 29일 뉴욕주 이스트 햄프턴에서 열린 선거 모금행사에서도 그는 “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은 끊임없이 자신의 건강과 인지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주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의 일거수일투족도 집중적인 관찰 대상이 될 것이다. 바이든이 레이건과 같은 반전 드라마를 쓰며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 미국의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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