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한 표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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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보수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전남 순천 지역에서 당선한 이력 덕에 보수진영의 특별한 자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총선에서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당선해 전남 지역 유일의 보수정당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사표를 통해 현 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올라 있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기존 당론과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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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보수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전남 순천 지역에서 당선한 이력 덕에 보수진영의 특별한 자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어느 해 총선 유세 기간에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다. 마침 순천 쪽에 볼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지나가던 중에 우연히 그의 모습을 목격했다. 고속도로가 시작되고 끝나는 인터체인지 입구의 도로에서 그는 연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마치 맨땅에 헤딩하듯 멈추지 않고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그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그는 총선에서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당선해 전남 지역 유일의 보수정당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당시의 기적 같은 성공에 대해 후일 "(지지율) 3%에서 시작해 당선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그가 확률 낮은 도박이라고까지 평가받은 지역구 선거에 출마해, 산 위로 거대한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라도 된 양 그 외진 곳에서 오래 한자리를 지키며 끊임없이 인사 유세를 벌인 것은 그만큼 표를 향한 절실함이 컸고, 소중한 한 표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떨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이정현 전 의원 사례를 서두에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선거를 숙명으로 여기는 정치인이 지녀야 할 그 '한 표의 떨림'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예의와 열망을 말하고자 함이다. 그 떨림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이기거나 졌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던 감정이다. 예전에 대학 입시생들 사이에 퍼졌던 '4당5락(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낙방한다)'이라는 말처럼 그들은 자신이 공들인 시간에 따라 단 몇 표 차이로도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우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10 총선에서도 몇몇 지역구에서는 불과 몇백 표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오는 7월23일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윤상현 의원이 서로 나뉘어 격돌하는 형국이다,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선거 현장에서 '한 표'를 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뛰었던 5선과 3선의 베테랑 정치인이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라는 표현을 내놓기까지 했다. 현재의 판세로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을 듣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그런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출사표를 통해 현 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올라 있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기존 당론과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대법원장과 같은 제삼자가 특검을 선정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그에 대해 다른 주자들은 '배신자 정치'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협공하는 양상이다.
이 선거는 잘 알려졌다시피 당원투표 80%, 일반 여론조사 20%로 판가름 난다. 한 전 위원장의 위세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의미로 회자된 이른바 '공한증(恐韓症)'의 크기가 어떻든 간에 당원의 표심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그 당심 너머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전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총선 실패의 질곡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정치 초심자든, 정치 베테랑이든 '한 표의 떨림'에 더 민감한 후보만이 국민의힘을 살릴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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