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는' 갑상선암 수술 조건과 방법은?
#. 50대 주부 김 모씨는 얼마 전 갑상선 암 초기 진단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초기 치료 시 회복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한 것도 잠시, 목 앞쪽을 가로로 절개해 수술을 할 경우 목주름처럼 흉터가 남거나 목소리가 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된 것. 평생 겉으로 남는 흉터가 생기는 것이 싫어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던 김씨는 입 안쪽을 통해 갑상선암 제거 수술이 가능한 '구강내시경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갑상선암은 다양한 암 질환 중에서도 비교적 발병이 흔한 편에 속한다. 실제로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68.6명으로 3년 연속 발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남녀를 불문하고 갑상선암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초기 단계에서 수술하면 생존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다른 암에 비해 예후도 좋은 편이다.
문제는 갑상선이 목 앞쪽에 위치한 기관인 만큼, 상대적으로 수술 흉터가 외부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갑상선 수술 후 스카프나 목도리 등으로 흉터를 항상 가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남베드로병원 갑상선센터 윤여규 원장은 "갑상선암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갑상선 절제수술로, 기존에 주로 시행되던 수술방법이 피부를 직접 절개해 진행하는 만큼 회복 후에도 흉터로 고민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흉터를 줄일 수 있는 내시경 수술 사례가 대폭 늘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암을 '흉터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수술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경우에 이런 수술이 가능할지에 대해 강남베드로병원 갑상선센터 윤여규 원장의 도움말로 정리했다.
▶갑상선 내 결절 커지거나 목에 압박감 있을 경우 암 의심
갑상선이 자리 잡은 곳은 목 앞쪽에 튀어나온 갑상 연골, 즉 목젖의 2~3㎝ 아래 정도 위치다. 이 갑상선에 혹이 생긴 것을 갑상선 결절이라 하는데, 전체 갑상선 결절 환자 중 약 5~10%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
윤여규 원장은 "갑상선 결절 자체는 초음파 검사 시 약 30%의 빈도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며, 보통은 아무런 증상도 없다가 초음파 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그러나 결절이 갑자기 커지거나 목에 압박감이 있는 경우, 목소리 변화나 숨이 찬 증상이 생기는 경우는 초음파 및 세침흡인검사 등을 통한 갑상선 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일 갑상선 암으로 진단될 경우, 우선 암의 종류를 구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갑상선암은 크게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및 역형성암 등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뉜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유두암과 여포암에 해당하며, 이들은 치료 시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75~80%에 해당하는 갑상선 유두암(PTC)은 종양이 한데 모여 자라는 암으로,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10년 생존율 역시 90% 이상이며 치료 후 대부분 문제없이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 전체 갑상선 암의 20%에 해당하는 여포암 역시 암세포의 성장이 느려 예후가 좋다. 반면 수질암과 미분화암, 역형성암은 전체 갑상선암 중 0.2~1% 수준으로 희귀하지만, 전이와 암세포 성장이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미분화암의 경우 진단과 동시에 4기로 분류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윤여규 원장은 "갑상선암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 안심은 금물"이라며 "전문의를 통해 암의 종류와 전이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갑상선암 치료는 수술적 치료를 기본으로 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범위 및 치료 방법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술범위에 따라 갑상선 전체를 잘라내는 '전절제술'과 종양이 있는 엽만 잘라내는 '엽절제술'로 나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갑상선 일부를 남기는 '아전절제술', 주변 림프절까지 제거하는 '경부림프절절제술'도 시행한다. 필요에 따라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 과정은 수술 전 충분한 검사와 갑상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된다.
▶BABA내시경·구강경유내시경 등 흉터 최소화한 수술 다양
수술 범위 확정 후에는 수술법을 결정하게 된다. 갑상선암 수술법은 크게 피부 절개술과 내시경 수술 두 가지로 나뉜다. 목젖 아래 부분 피부를 4~5㎝ 절개해 시행하는 경부 절개술은 오랫동안 시행된 전통적인 수술법 중 하나로, 암의 진행 정도와 상관없이 시행이 가능하지만 목 앞쪽에 흉터를 남긴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어 환자들의 고민이 많았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내시경 절제술이다. 윤여규 원장이 주축이 되어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BABA(양측액와유방접근법) 내시경 수술법은 널리 보급된 수술법 중 하나다. 이 수술은 양측 겨드랑이와 유륜에 1㎝ 이하의 미세 절개 후 내시경을 삽입해 병변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흉터 부담을 줄인 것은 물론 수유 및 유방암 검진 등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최근 고안된 구강경유내시경수술법은 이보다 한 단계 발전해 아예 흉터를 남기지 않도록 고안된 '무흉터 수술법'이다. 아랫잇몸과 입술 사이 점막에 3개의 미세 절개를 시행한 후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구강 점막은 상처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며 회복 후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피부 상처가 없어 수술 후 샤워가 바로 가능하고, 일상 복귀가 용이하며, 피부 유착의 위험 및 통증도 비교적 적어 환자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다만 모든 갑상선암 환자가 내시경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의 위치와 크기, 전이 위험에 따라 내시경 수술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윤여규 원장은 "암의 크기가 작고 전이 위험성이 낮은 초기 단계일수록 내시경 수술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수술의 예후도 더욱 좋게 나타난다"며 "환자별 상태에 따라 수술 범위와 수술법 적용 여부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갑상선 수술 및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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