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우크라에 살상무기 제공하면 동북아에 악영향”
“한국의 행동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중국 정법대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아·태 지역 안보 등을 연구하는 한셴둥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만난 그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을 체결된 배경에는 한국의 대미 편향외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북·러 정상회담 다음날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너무 빠르고 과격한 결정이었다”며 “중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한·미·일 3각 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던 한 교수는 이 답변을 할 때는 “중국은”이라는 표현을 썼으며, 한·미·일 삼각협력을 “삼각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24년 만에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양국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만났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었다. 앞서 두 차례 만남과 달리 이번에는 두 정상이 서면으로 회담 성과를 내놨다. 이는 양국의 안보협력 수준이 1961년 양국이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의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조문 내용이 약간 차이가 있다. 1961년 조약은 첫 조항이 안보 관련 내용이었지만, 이번에는 4번째이다. 또 1961년 조약에는 안보 조항에 유엔 헌장(51조)과 양국 국내법을 따른다는 내용이 없는데 이번 조약에는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북·러 관계 발전에 중요한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는 예상했던 수준인가, 가장 주목한 점은?
“예상 범위 안에 있다. 러시아와 북한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양국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공개적인 공식 서면 조약을 내놓을지 주목했는데, 그렇게 했다. 앞서 두 차례 회담 때는 공개 조약이 없었고, 특히 지난해 북한 매체가 일련의 협약이 있었다고 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국제 정세의 발전상 공개 조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북·러 조약을 군사동맹으로 볼 수 있는가?
“학계 등에서 군사동맹에 대한 일치된 정의가 없다. 이번 조약은 안보협력의 내용을 담고 있고, 김 위원장도 양국 관계를 ‘동맹’이라고 했지만 군사동맹과 완전히 같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한·미 동맹과 많이 다른데, 한·미 동맹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연합 지휘기구와 연합 군사훈련이 있고, 함께 공동의 무기를 연구·개발한다. 한·미 동맹과 비교하면 북·러 조약은 안보 협력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상황 변화에 따라 양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하거나 공동의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러 회담 하루 만에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밝혔다.
“한국의 우려와 초조함은 이해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너무 빠르고 과격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종식과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러시아는 이에 대응할 수단도 갖고 있다. 한국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더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신중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한국 정부는 바로 무기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기술을 지원한다면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북·러 조약도 마찬가지로, 전쟁 상황이 되면 지원한다는 것이다. 현재 남·북 간에 어떤 소통 통로도 없는데, 북·러 조약 다음날 한국이 이런 민감한 발표를 하는 것은 서로를 쉽게 오해할 수 있게 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과 위성 기술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북·러 조약을 보면 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곧바로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는 구체적인 상황을 보면서, 예컨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중국은 당연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한미일 삼각 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북·러가 밀착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애초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이런 군사협력 조약이 없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위기 발생 이후 최근까지 일본은 우크라이나에 100억달러 이상, 한국은 20억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또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3각 동맹’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러시아가 압력을 받고, 한·미·일 동맹 강화는 북한을 압박한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런 상황들이 양국을 밀착하게 한다. 한국의 행동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중국은 북·러 회담에 대해 말을 아끼며 ‘두 나라 간 일이다’, ‘공고한 우호관계 확립을 환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말을 아끼는 게 아니고 분별 있고 예의 있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이번 회담이 두 나라 일이라는 중국 외교부의 평가는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중국과 가까운 이웃으로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은 이웃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중국이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 북·러 간 밀착을 껄끄러워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 않다. 중국이 북·러 밀착을 불편해한다는 것은 서방 전문가들이 자신들 논리로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서방 전문가들은 국가 관계를 권력관계로 보고, 너의 영향력이 커지면 내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본다. 중국의 ‘발전’(굴기)도 그렇게 보는데, 이건 서방의 논리이다. 우리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서로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며, 공동의 이익을 갖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한·미·일 3각 협력에 맞서 중·북·러 밀착이 강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3각 동맹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하고 북한을 위협했는데, 이는 중·러, 북·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미·일 3각 동맹과 달리 중·북·러 간에는 동맹이 아닌 안보협력 관계가 존재한다. 이는 분명하게 구분하고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한·미·일 3각 동맹 강화는 현재 동북아 지역의 긴장된 안보 상황에 주요한 책임이 있다.”
-한·중·일 관계는 어떻게 보나.
“지난 5월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기로 했지만, 동시에 리창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에 갔다. 중국은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가 발전하기를 원하지만 한국, 일본과의 관계도 발전하기를 원한다. 다만 중·북·러 관계는 한·미·일과 같은 동맹 관계가 아니다.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중국의 외교 대원칙은 변하지 않았으며, 외교적으로 소그룹을 형성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한·미·일이 계속해서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한셴둥 중국 정법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아·태 지역 안보 등을 연구한다. 중국 인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경남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대칭 게임: 미북 관계 30년’ 등의 책을 썼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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