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퇴진하면 경선 다시?…향후 美민주당 대선 절차는[딥포커스]
전당대회 후 물러나면 전국위 후보 선출 절차 거쳐야, 11월 대선까지 촉박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대선 TV토론에서 '고령 논란'에 불을 지핀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후보자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중도에 하차할 때 대체자 선정 등 향후 민주당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ABC 방송 인터뷰와 현장 유세 등 여러 일정을 치르며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말실수가 이어진 데다 그의 인지력 문제를 보좌진이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퇴 기로에 서 있다.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현역 의원이 6일 기준 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들은 11월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바이든이 사퇴하고 대안을 찾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민주당의 새 후보 선정 절차 및 그를 대체할 후보군 등을 문답식으로 살펴봤다.
Q. 전당대회 전 바이든이 사퇴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에서 전체 대의원 3987명 중 97.7%인 3894명을 확보했다. 바이든이 사퇴한다면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에게 투표할 예정이었던 대의원들 입장에서는 지지자가 없어지는 셈이다. '서약한 대의원(Pledged delegates)’이 ‘서약하지 않은 대의원(Unpledged delegates)’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바이든이 사퇴하면 다른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미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개방형 전당대회'가 된다.
바이든이 수일 내 전격적으로 사퇴하면 새 후보자를 정하고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이들 대의원은 바이든을 지지했던 만큼 바이든이 전당대회 전 물러나면서 후임을 지명하면, 후임 후보자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바이든을 후보자로 지명하기 전당대회보다 몇 주 앞서 후보 선출만 먼저 진행하는 '가상 롤 콜'(Virtual Roll Call)을 오하이오주의 대선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8월 7일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투표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바이든이 이른 시일 내 사퇴하고, 민주당이 이견 없이 후임자를 결정해야 가상 롤 콜로 전당대회 전에 새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바이든에서 새 후보자로 얼굴만 바뀐 채 예정했던 내용으로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셈이다.
Q.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을 떨어뜨릴 수 있나
바이든이 후보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표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낙마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대의원은 예비 경선에서 바이든을 선택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8월 전당대회에 후보자로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사퇴 압력을 극복하고, 민주당 후보자로 굳혀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당규는 대의원이 선량한 양심에 따라 자신들을 선출한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들 대의원이 지지자들의 뜻을 거스르긴 어렵다.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로 공식 지명하기 위한 날짜로 오는 21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선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다는 것이다.
Q.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을 대신할까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이고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라고 해서 바이든 사퇴 시 자동으로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칙대로라면 그녀는 다른 후보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의원의 표를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다만 당내 지위와 바이든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가장 유력한 대체 후보이기는 하다. 바이든이 해리스를 후임으로 민다고 해서 대의원들이 해리스를 반드시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를 얻는 데는 확실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Q. 다른 후보는 없나
개빈 뉴섬(56)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54) 미시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42) 교통부 장관, 조시 샤피로(51)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JB 프리츠커(59) 일리노이 주지사, 앤디 베시어(46) 켄터키 주지사 등도 바이든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후임을 지정하면, 이를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셀 오바마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출마 시 트럼프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녀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이번 민주당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전당대회 후 바이든이 사퇴하면
전당대회가 끝나고 바이든이 사퇴한다면 선거일(11월 5일)이 얼마 남지 않게 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다. 전당대회 이후 바이든이 사퇴하면 우선 제이미 해리슨 DNC 의장이 민주당 소속 주지사 및 상·하원 의원들과 새 후보 선출 절차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후 DNC 위원회 위원 435명이 특별회의를 열고 참석자 과반수 찬성으로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대의원 435명 중 75명은 의장이 임명하고 나머지는 주별로 선출하는데, 이런 절차를 모두 거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Q. 바이든 캠프 선거 자금은 어떻게 되나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바이든 선거캠프는 6월 말 기준 2억40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선거자금은 바이든이 사퇴할 경우 현행법상 타 후보에게 넘겨줄 수 없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그의 러닝메이트이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사용 가능하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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