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을 넓혔다…그래서 볼넷이 늘었다, 응?![데이터 비키니]

황규인 기자 2024. 7.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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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부터 도입한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은 기본적으로 '칼'입니다.

ABS는 미리 입력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은 예외 없이 스트라이크, 그게 아니면 볼이라고 판정을 내립니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다고 난리였던 2021년(4.19개) 한 해만 올해보다 볼넷이 자주 나왔습니다.

인간 심판이라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을 공이 볼이 되니까 볼넷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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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심판 아닌 로봇. 이라스토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부터 도입한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은 기본적으로 ‘칼’입니다.

ABS는 미리 입력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은 예외 없이 스트라이크, 그게 아니면 볼이라고 판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인공지능(AI)에 투구 위치 추적 데이터를 주고 ‘스트라이크 존을 그려줘’라고 이야기해도 그냥 네모반듯한 그림이 나올 뿐입니다.

네모반듯한 2024년 스트라이크 존
지난해까지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맡았던 인간 심판은 달랐습니다.

인간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 꼭짓점 부근으로 들어온 공에는 손을 잘 올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그려 보면 상대적으로 둥근 모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둥글고 낮은 2023년 스트라이크 존
이 그림을 보면 인간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을 더 낮게 잡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인간 심판에게 스트라이크 존은 총 316칸이었습니다.

올해 ABS는 368칸이니까 스트라이크 존이 약 16.5% 정도 늘어난 셈입니다.

승부구를 던지는 투수. 이라스토야
스트라이크 존이 커지면 당연히 삼진이 늘어납니다.

현재까지 9이닝당 평균 탈삼진 개수(K/9)는 7.58개로 프로야구 43년 역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타자가 멀뚱히 서서 삼진을 당하는 ‘루킹 삼진’ 비율도 지난해 22.2%에서 올해 24.8%로 11.7% 올랐습니다.

투구를 지켜보는 타자. 이라스토야
타자는 보통 어떤 공이 볼이라고 생각할 때 투구를 지켜보게 마련입니다.

스트라이크를 하나만 더 ‘먹으면’ 삼진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알고 계신 것처럼 이럴 때는 심판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머뭇거렸습니다.

타자에게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는 좁아지는 스트라이크 존
지난해 볼 카운트 0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247칸이었습니다.

전체 평균이 316칸이었으니 78.2%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것.

ABS는 이 상황에서도 똑같은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니까 타자에게는 존이 1.5배 정도 넓어진 셈입니다.

볼넷은 장작. 이라스토야
재미있는 건 ABS가 볼넷도 늘렸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9이닝당 볼넷(BB/9)은 3.83개로 10개 구단 체제 도입(2015년) 이후 두 번째로 높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다고 난리였던 2021년(4.19개) 한 해만 올해보다 볼넷이 자주 나왔습니다.

투수에게 불리할 땐 넓어지는 스트라이크 존
인간 심판은 사실 볼넷 판정에도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 3볼 0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356칸이었습니다.

평소(316칸)보다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영역이 12.7% 늘어났던 겁니다.

심판이 누구든 포수는 그대로. 이라스토야
그리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 40칸 중 18칸(45%)이 스트라이크 존 하단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3볼에 몰린 상황에서 투수들은 낮은 쪽 코스를 향해 공을 던집니다.

인간 심판이라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을 공이 볼이 되니까 볼넷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이라스토야
지난해 타자들은 전체 투구 중 45.4%에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올해 전반기에도 이 비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대신 타자가 지켜본 공을 판정하는 존재가 바뀌면서 야구도 바뀌게 됐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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