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티'와 '아옮'을 아시나요...부정 티켓팅, 근절 대안은?
암표 근절 움직임 속 빈틈 노린 '꼼수'는 계속, 높아지는 관객 원성티켓 예매처 "창과 방패의 싸움, 대응 방안 다각화 모색 중"
"댈티(대리 티켓팅) 진행합니다" "스탠딩석 티켓 양도합니다. 아옮(아이디 옮기기) 가능"
현재 SNS상에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을 검색하면 쏟아지는 글의 내용들이다. '댈티' '아옮' '직링' 등 언뜻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단어들은 바로 최근 가요 공연계에 성행하고 있는 부정 티켓팅 방법을 일컫는 용어들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부정 티켓팅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일명 '댈티'로 불리는 대리 티켓팅은 전문 업자가 티켓팅을 의뢰한 사람의 티켓 예매처 계정에 대신 접속해 매크로를 사용, 대리로 티켓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아옮'(아이디 옮기기)은 매크로를 사용해 미리 좋은 자리의 티켓을 예매한 업자 등이 다른 사람에게 티켓을 양도할 때 쓰는 방법으로, 접속자가 적은 시간대를 노려 기존에 예매해 둔 표를 취소하는 동시에 양도 받는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해 곧바로 해당 취소표를 예매하는 식으로 다른 아이디에 티켓을 옮기는 방식을 일컫는다. '직링'(직통 링크)은 일반적인 예매 화면 접속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기 없이 바로 예매창에 들어가는 편법이다.
대리 티켓팅과 아이디 옮기기는 앞서 수백만 원대의 웃돈을 요구하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티켓 예매처, 소속사 등에서 예매자의 본인 확인을 강화함에 따라 등장한 일종의 '꼼수'다. 기본 티켓 가격보다 높은 웃돈을 주고 전문 업자들을 통해 티켓을 구하는 것은 기존의 암표와 동일하지만, 까다로운 본인 확인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구매자의 계정으로 티켓을 옮길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한 수법이다.
지난 3월 자동입력 프로그램인 이른바 '매크로'를 사용해 예매한 표를 웃돈을 받고 재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대리 티켓팅, 아이디 옮기기, 직링 등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부정 티켓팅 꼼수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성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일반 팬들이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을 직접 예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 수준이다. 높은 웃돈을 노린 업자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콘서트 티켓팅 시작 직후 좌석들이 순식간에 동이 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자들이 매크로나 직링 등 편법을 사용해 티켓을 선점하는 탓에 팬들은 오랜 대기에도 남아있는 좌석을 보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SNS에는 콘서트 예매 오픈 직후부터 '아이디 옮기기' 등의 방식으로 웃돈을 붙인 티켓 양도글들이 넘쳐난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프리미엄을 붙인 '대리 티켓팅'이나 '아이디 옮기기' 등의 방식이 아니면 원하는 공연을 가기 어렵다는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많게는 티켓 가격의 몇 배를 훌쩍 뛰어 넘는 웃돈도 문제지만, 이를 악용한 사기 행태도 문제다. 대리 티켓팅의 경우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티켓 예매에 실패하더라도 수고비를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가 상당수이지만 티켓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큰 팬들의 경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리 티켓팅을 의뢰하는데, 이를 악용해 수고비를 편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디 옮기기'의 경우 피해액은 더욱 큰 규모다. 상당한 웃돈이 붙은 티켓을 구매했음에도 이를 본인의 아이디로 옮기는 과정에서 업체가 실패를 하면 티켓 및 웃돈은 보상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디 옮기기를 위한 선수금을 미리 지불한 상태라면 이 역시 실패 후에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티켓 예매처들, 부정 예매 근절 대응 마련에 총력..."관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진행 중"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부정 티켓팅 수법의 진화에 티켓 예매처들 역시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매크로 등 부정 프로그램 사용 사례는 물론, 리셀러 등을 골라낼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을 케이스별로 다각화하는 등으로 부정 티켓팅을 막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파크 티켓 측 관계자는 본지에 "인터파크에서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진입하는 접속 및 행동하는 로그를 파악하여 매크로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차단하고 있다"라며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 더 다양한 매크로 로그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지속적으로 차단 및 패널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부정예매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인증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 방안 준비 중에 있다"라고 전했다.
멜론 티켓 측 역시 "멜론티켓은 비정상적인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시스템적 모니터링과 인적 확인 및 검증을 복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크로 차단을 위해 보안문자를 통한 인증예매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부정예매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예시를 말씀드리고 싶으나, 이를 우회하거나 이용할 여지가 있어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멜론 티켓 측은 리셀러 방지를 위해 부정예매 여부 데이터 검증 후(리셀러 예매건이 맞을 경우) 예매 대상자에게 소명절차를 진행하여 리셀러로 확인이 되면, (기획사와 협의 하에) 예매 취소 및 블랙리스트 등록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등록될 경우 예매 서비스 이용이 불가한 방식이다.
끝으로 예스24 티켓 측도 "부정 예매 케이스를 지속적으로 예측, 발굴하고 케이스별 내부 대응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티켓 예매 완료 시 실시간 내부 관제 시스템을 통해 매크로 등 부정 프로그램은 1차 차단이 되며, 로그 기록 등을 확인하여 부정 예매 의심 정황 포착 시 데이터 확인 후 강제 취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와 강제 취소 여부를 협의 후 부정 예매가 확실한 건들에 한해 취소가 진행된다.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 관리를 통한 티켓 사이트 접근 차단, 세분화된 매크로 기준을 활용한 수동 차단도 실시하고 있다.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 티켓팅을 근절하기 위해 꾸준한 투자 역시 진행 중이다. 예스24 티켓 측은 "지속적으로 매크로 및 부정 예매 방지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부정 예매 포함 고객 정보, 자산 보호를 위한 보안 솔루션 및 상시 모니터링에 2022년 기준 10억 원 내외를 투자하고, 지난해에는 약 10% 증가된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역시 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매크로 방지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며, 하반기에는 매크로 차단을 위한 외부 솔루션 도입 및 테스트 예정이다. 또한 해외를 통한 매크로 공격 및 부정 예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방지를 위해 글로벌 회원 인증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강화된 부정 티켓팅 대응 시스템 구축을 예고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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