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김희애의 원동력 "절대 멈추지 마세요"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김희애가 4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대중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 수많은 허들 앞에서 멈추지 않고 일단 넘는 마음, 그 마음이 지금의 김희애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지난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극본 박경수·연출 김용완)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김희애는 극 중 경제부총리 정수진을 연기했다.
평소 박경수 작가의 팬이었다는 김희애에게 ‘돌풍’은 꿈만 같은 작품이었다. 마치 요리사가 좋은 재료를 만났을 때 요리할 생각에 설레는 것처럼, 김희애는 ‘돌풍’ 대본을 받고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특히 정수진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고. 김희애는 “처음에 정수진은 박동호를 괴롭히는 악당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대본을 읽을수록 정수진 캐릭터에 깊이와 서사가 있더라”면서 “정수진에게 너무 연민을 느꼈고,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김희애는 정수진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희애는 “이 사람도 처음엔 정의롭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신념을 지켰던 어린 소녀였지만 남편 한민호(이해영)가 타락한 사람과 손을 잡으면서 같이 구렁텅이게 빠지게 되지 않나. 그래서 정수진을 나쁘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라고 했다.
박경수 작가의 밀도 높은 대사는 김희애에게 고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법률, 정치 용어로 가득한 대사를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더불어 박경수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녹아든 대사가 귀하고 소중해서 어지간한 마음가짐으로는 하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김희애다. 이에 김희애는 “단순히 대사를 외우려고만 하지 말고 아껴가며 하자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희애는 극 중반부 정수진이 몰락 직전인 한민호에게 “당신이 박동호였어야 했다”라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 어느 장면보다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계속해서 수습하기 힘든 일을 벌이는 남편 한민호에게 후회와 애증이 담아 내뱉은 그 대사는 이후 이야기 전개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수진에게 있어 중요한 대사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우리 작품에 명대사가 많았지만, 저는 그 대사를 제일 잘하고 싶었다. 그 대사를 보면서 정수진이 어떤 인물이라는 게 읽히더라”라고 말했다.
그 대사를 기점으로 정수진은 브레이크를 잃은 자동차처럼 그야말로 폭주한다. 박동호를 짓밟기 위해 자신을 고문한 공안 출신 의원 조상천(장광)과 손을 잡을 정도로 후반부 정수진의 모습은 무서움을 넘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정이 급변한다. 김희애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정수진의 연기 결을 초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표현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정수진의 서사가 나오지 않았을 때에는 그저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경제부총리의 모습이었다면 후반부에서는 이성을 잃은 사람이다. 그래서 초반부에는 대사 전달력에만 신경 썼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성을 잃으면서 감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했다.
‘돌풍’으로 필모그래피에 유의미한 캐릭터를 추가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김희애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한 작품, 한 작품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일의 일부였고,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을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깊이 생각할수록 다음을 위해 비워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오랜 연기 생활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과거 연기는 생활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아실현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는 김희애다. 김희애는 “연기를 하면 제가 살아있는 걸 느낀다. 물론 촬영할 때는 힘들고 괴롭지만, 그걸 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만났을 때 더 행복을 느끼게 된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일을 안 했으면 그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레 은퇴수순을 밟었던 또래 여자배우들과 다르게 김희애는 계속해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 중이다. 물론 김희애가 여기까지 오는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의 앞에는 늘 허들이 있었지만, 김희애는 피하지 않고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그 허들을 넘었다. 그 시간들이 ‘돌풍’으로까지 이어졌다.
자신 앞에 놓인 허들을 넘고 또 넘어왔던 김희애는 자신처럼 허들 앞에 서있는 이들을 위해 한 마디를 남겼다. “여러분들도 절대 멈추지 마세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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