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무능 정권 심판”…'슈퍼 선거의 해' 중간 결산[선거, G7흔들다⑤]

2024. 7.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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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반중 이어가는 대만
프랑스, 1차에서 우세하던 극우파 3위로
영국, 14년 만에 정권교체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이 투표소로 향하는 ‘슈퍼 선거의 해’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 포퓰리즘으로 인한 재정 확대, 이민·PC(정치적 올바름)주의에 대한 반발까지 다양한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영국에 이어 오는 11월 미국의 총선·대선을 앞둔 시점에 2024년 선거 결과를 중간 점검했다.
 


 1월 : ‘친미·반중’ 기조 이어가는 대만

‘슈퍼 선거의 해’를 열었던 대만의 총통(대통령 격) 선거에선 대만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당선됐다. 중국의 지속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6, 2020년에 이어 반중·친미 노선을 고수하는 세력이 집권했다.

하지만 입법원(국회) 선거는 친중 국민당과 중도 민중당 등 야권이 과반을 이루는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졌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라이 총통은 대만의 주권침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차이잉원 전 총통이 주창한 '네 가지 견지'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2월 : 대통령 아들 ‘러닝메이트’ 삼은 야당 후보의 승리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당선인(왼쪽)과 현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의 아들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당선인./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2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렀다. 야당 후보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인도네시아 38개 주 중 36개 주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정권교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프라보워 당선인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아들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후보로 임명하며 여당 표까지 흡수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1억9000만 명의 80% 이상이 투표를 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낙선 후보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소송을 기각하면서 대통령과 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3월 : 푸틴의 ‘답정너’ 선거…전쟁 장기화 조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한 직후 첫 군중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00년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5선 연임에 성공했다. 사실상 단독출마였기 때문에 승자가 정해진 선거였다. 투표율 77%, 득표율 87%로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푸틴의 강력한 지지율에는 2000년 첫 당선 이후 펴온 이른바 ‘강한 러시아’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고유가 환경 덕분에 버티고 있는 러시아 경제 상황이 푸틴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선을 확정 짓자마자 또 세계대전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파병설이 나온 서방에 경고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이 2020년 개헌을 추진하며 장기집권의 길을 터놔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해졌다. 


 4~6월 : 인도, 집권 세력 '심판'했지만 3번째 임기 시작

3 번째 임기를 시작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연합뉴스

인도 총선은 집권 권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나타났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지만 압승을 예상했던 의석수는 예상보다 한참 못 미쳤다.

10년 전 총리에 오른 모디는 경제성장이란 성과를 내세우며 압승을 노렸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했다. 인도 총선에서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은 5년 전 303석에서 63석을 잃은 240석만을 얻어 의석 절반도 차지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음에도 빈부격차, 소수민족 차별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모디 총리가 유세 과정에서 인구 80%를 차지하는 절대다수 힌두교 표심만을 노리고 무슬림을 의도적으로 차별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결과에 대해 “인도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충격적 선거 결과는 결국 인도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6월 : 반전 이어진 프랑스 총선


유럽의회 선거는 반이민, 재정확대를 내세운 극우가 약진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는 치솟고 경제·안보가 흔들리는 와중에 이민자 수가 늘면서 이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이다.

EU 회원국 국민은 5년마다 유럽의회의 차기 지도자를 뽑고 예산·법률안을 심의할 의원 720명을 결정한다.

각 나라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당에 투표하면 그 결과에 따라 각 회원국은 인구에 비례해 할당받은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을 나눠 유럽의회 의원으로 보낸다. 이들은 5년간 자국이 아닌 유럽을 대변하는 의원으로 활동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도 우파와 강경 우파, 극우파 등 우파가 결집한 정치연합이 우세했다. 

특히 프랑스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1당에 올랐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왼쪽)과 조르당 바르델라 원내 대표./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 권한을 실제 행사한 건 1997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7년 만이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프랑스 정치 시스템에서는 의회 다수당이 정부 운영권을 쥔 총리를 배출하는 게 관례다.

프랑스 민심이 극우 정당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중도파인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총선을 치른 것은 정치적 승부수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마크롱이 2027년 대선에 앞서 유권자들이 미리 RN의 정치를 경험해 혐오감을 느끼기 원했다는 주장이다.

프랑스는 대통령의 3선 연임이 불가능해 재선인 마크롱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대신 현재 프랑스 우파를 결집하고 있는 마린 르펜 의원이 다음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것만큼은 막고자 하는 것이다.

RN도 이를 감안해 르펜 대신 29세 조르당 바르델라를 당대표로 내세웠다. 7월 2일 치러진 1차 조기총선에서는 RN이 유럽의회 선거와 마찬가지로 범여당과 좌파연합을 누르고 1당을 차지했다.이번 1차 투표에서 18~24세 유권자의 48%, 25~34세 유권자의 38%가 RN을 찍는 등 젊은층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극우파의 집권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1차 투표와 달리 2차 투표에서는 또 한번 반전이 있었다. 2차 투표를 앞두고 좌파 연합과 범여권에서 RN 후보의 당선 저지를 위해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루면서 판세가 뒤집어진 것. 

8일 2차 투표 후 이어진 출구조사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출구조사대로 총선 결과가 나오면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인 289석을 차지하진 못해 정부 운영권을 두고 정치 진영 간 치열한 갈등이 예상된다. 

 

 7월 : 영국, 14년 만에 정권교체

정권교체를 이끌어 낸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연합뉴스


집권당의 변화는 다른 G7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14년 장기집권한 보수당이 7월 4일 총선에서 대패하며 노동당 정부가 탄생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불안감 높아졌고 보수당이 잇따른 스캔들로 민심을 잃으면서 창당 이래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브렉시트 이후 급증한 난민, 의료·교통 등 공공 서비스 붕괴 등으로 억눌렸던 민심이 대폭발하며 정권 심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던 리시 수낵 영국 전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노동당 대표였던 키어 스타머가 5일 신임 총리로 취임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직후 정책 대전환을 선포했다. 특히 ‘간판 정책’인 르완다 난민 이송 계획 폐기를 선언했고, 주요 공약이었던 공공의료 서비스 회복을 다시 약했다.  

리시 수낵 전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불해협(도버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망명·난민 신청을 막고 이들을 구금한 뒤, 르완다로 보내 난민 심사를 받게 하는 르완다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UNHCR)를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들이 “난민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이 이어져 시행에 수차례 제동이 걸려왔는데, 스타머 총리가 이를 전면 무효화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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