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하지불안증후군은 유난'이 아닌 ‘질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권승원 교수]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다리 안에서 불쾌한 감각,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만 21~69살 성인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 5.4% 가 이 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보고 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일시적으로 호전되지만, 다시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을 보인다. 같은 자세로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등 휴식 시에 증상이 일어나며, 수면을 취해야 할 야간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수면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부위가 다리일 뿐,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체나 코끝에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구별하는 핵심은 가만히 휴식하고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 증상 탓에 영화관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다고도 표현하는 환자도 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평소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여 ‘유난스럽다’ 혹은 정신질환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장애와 같은 환자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일찍 발병한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서 유전적 경향을 보여, 온 가족이 유사한 증상을 가지기도 한다.
증상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주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파킨슨병 치료제이기도 한 ‘도파민 효현제’나 ‘레보도파’가 활용되다 보니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받으면 파킨슨병에도 걸린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두 질환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하지불안증후군을 호소할 수 있으나, 하지불안증후군 환자가 꼭 파킨슨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파민을 생성하는데 철(Fe)이 필요하다보니, 빈혈이 없더라도 철분 결핍이 하지불안 증후군 증상을 발생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
한방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작약(芍藥)’ 위주의 한약 처방과 침 치료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근육통 완화, 근육경력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억제하기 위해 시호계지탕, 계지복령환, 작약감초탕 등을 주로 처방하는데, 모두 작약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특유의 감각이상증상이 뇌가 철 결핍상태에 놓여 체내 아데노신A1수용체의 기능이 저하돼 나타나는 현상인데, 작약의 주성분인 파에오니플로린이 아데노신A1 수용체의 활성제 역할을 해 하지불안증후군을 개선하는 데 도움 된다. 한약 처방과 함께 저주파 전류 자극을 함께 활용한 전침 요법도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지에 위치한 경혈에 침과 약침, 뜸 치료 등을 통해 감각역치의 변화와 통증을 감소시켜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양약을 복용해도 증상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와 시간이 지나면서 양약의 내성이 생긴 경우, 양약부작용으로 치료가 어려운 모든 경우에 한방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양약 치료가 작용하는 기전과 한약 치료가 작용하는 기전은 엄연히 다르다. 상호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적고 오히려 함께 사용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생활습관도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수면장애가 있다면,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평소 스트레칭을 자주하고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당사자가 병을 인지하지 못해 오랜 기간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병인지 모르고 방치하며 지내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질병이며, 빠르게 증상을 파악하고 그와 관련된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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