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이규형의 스펙트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떤 역할이어도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다. 그 믿음에는 데뷔 초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해 오며 조금씩 넓혀왔던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렇듯 배우 이규형의 그 스펙트럼은 우리로 하여금 믿고 볼 수 있다는 믿음이 됐다.
지난달 19일 전편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감독 신연식)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규형은 극 중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 강성민을 연기했다.
이규형은 전체 회차 중 총 4회 분량의 대본만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악역처럼 악독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유약한 강성민의 다면적인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신경 쓰며 강성민을 다채롭게 만들어내려고 했다. 유약하고 날카롭지만 어딘가 사람을 아래로 깔아보는 듯한 나른한 말투 등 여러 디테일을 통해 강성민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이규형이다.
이규형은 강성민의 과거를 파고들고 또 파고들의 강성민의 여러 축들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위기의 순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려고 드는 강성민의 악랄함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힌트를 찾았다. 이규형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지점도 있는 것 같다.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해서 바로 칼 들고 아버지를 죽이려는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지 않나. 그런 선택이 어떻게 보면 이 인물의 천성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규형은 자신이 강성민을 다채롭게 그려낼 수 있었던 이유로 아역 배우를 언급했다. 강성민의 과거 서사를 아역 배우가 잘 그려내줬기 때문에 자신이 그 토대 위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고.
또한 이규형은 신연식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강성민의 뼈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나갔다. 말투부터 의상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디어를 나눴다고. 이에 대해 이규형은 “감독님과 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감독님이 제 의견을 많이 수용해 주시면서도 또 다른 아이디어를 던져주시니까 배우로서 재밌었다”면서 “이걸 잘 소화하기만 하면 이 인물이 다채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초반부만 보면 단편적으로 나쁜 놈으로만 보일 인물이었는데 다행히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규형이 현장에서 강성민으로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송강호 주진모 등 대선배들이 덕분이었다. 이규형은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일례로 강성민이 안요섭(주진모)에게 안민철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해당 장면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한 대로 연기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 송강호가 “어차피 오케이 컷은 나왔으니 감정을 계산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막 연기를 해봐라”는 디렉션을 줬단다.
송강호의 조언대로 이규형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나오는 대로 연기를 쏟아냈고, 이는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이규형은 “마지막 테이크에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더라.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는 투박할 수 있는 연기 톤이었지만 만장일치로 오케이 컷으로 결정이 났다”라고 했다.
강성민이 삼식이 삼촌에게 의지하고 유일하게 유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송강호는 이규형에게 큰 기둥 같은 존재였다. 이규형은 “처음에는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긴장되기도 하면서 설레기도 했다. 선배님이랑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모든 리액션을 잘 살려주시지 않나. 큰 기둥 아래서 저는 제 역량을 자유롭게 발산하면서 놀 수 있었다”면서 송강호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삼식이 삼촌’으로 악랄하지만 연민할 수밖에 없는 악역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했던 이규형은 현재 영화 ‘핸섬가이즈’로 180도 다른 모습을 동시에 선보이며 안방과 극장을 오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대극과 장르물, 코미디 등 어느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결의 연기로 자신 만의 길을 가고 있는 이규형이다.
이규형이 어느 한 영역에만 매몰되지 않고 연기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건 대학로 경험 덕분이었다. 이규형은 “대학로 시절에는 제가 선택받는 입장이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해야 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나한테 맞는 것만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한 군 복무 시절 연극단 활동 역시 이규형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던 무대였다.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규형의 영역을 넓혀왔고, 이는 이규형의 유일무이함이 됐다.
제작자나 감독이 믿고 역할을 맡길 수 있는 배우뿐만 아니라 대중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길 소망한다는 이규형이다. 이에 이규형은 “그렇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하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앞으로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해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디즈니+]
삼식이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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