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산 자폭드론 써달라는데"…한국軍 결국 도입하나 [김동현의 K웨폰]
우리 무기도 구매해야" 요구
절충 교역 검토 대상 아니지만
韓, 2차 수출 앞두고 거절 힘들 듯
"초기 단계지만 (폴란드산 무기 구매) 제안에는 라크(RAK) 자주 박격포, 보르숙 보병전투차량, 패시브 레이더, 바오밥-K 지뢰살포 차량, 플라이아이(FlyEye) 무인기, 글래디우스(Gladius) 무인 시스템이 포함돼 있습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겸 국방장관)
지난달 21일 폴란드 정부는 '한국과의 협력은 전략적이다'는 제목의 한·폴란드 전략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내용을 보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겸 국방장관은 "한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이같은 폴란드산 무기 목록을 공개했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K9 자주포, K2 전차, 다연장 로켓(천무) 등을 대량으로 도입하니 폴란드산 무기도 구매해야 한다는 이른바 '절충 교역' 요구다. 절충 교역은 외국에 무기나 장비 등 수출할 때 구매하는 계약 상대국에 반대 급부로 무기, 자원 등을 사오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교역이다. 방산업계에선 한국이 폴란드산 무기를 산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실전 성능이 입증된 무인기 도입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 국방 "韓, 폴란드의 무기 구매 제안 받아"
지난달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폴란드 국방장관 간의 전략대화가 열렸다. 이날 양국 국방장관의 합의 내용을 보면 카미슈 폴란드 국방장관은 "한국 측이 폴란드 무기 산업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폴란드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K2 전차 등 폴란드 수출을 위한 2차 실행계약을 앞두고 폴란드 정부가 절충 교역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란드 고위급 정부 인사가 공식적으로 무기거래 절충 교역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폴란드와의 절충 교역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폴란드 방산수출 계약은 국가간 긴급조달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이라며 "절충교역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자국산 자주포, 장갑차 등을 언급했지만 한국군도 비슷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폴란드가 제안한 무기 중 가장 도입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기는 군용 드론 등 무인기라는게 국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폴란드는 유럽 내에서 상당한 무인항공기 및 드론 제조국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폴란드 드론 시장의 매출 규모는 2560만 달러(작년 기준)로 추정되고, 2023~2028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4.3%로 예상된다.
폴란드에선 WB일렉트로닉스가 정찰 드론인 '플라이아이' 폭격 드론인 '워메이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워메이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의 군용드론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상용 무기다. 드론 앞부분에 고폭탄, 대전차탄, 열압력탄 등을 필요에 따라 바꿔 끼울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현재 워메이트는 전쟁 기간동안 신뢰성이 입증돼 생산량의 약 90~95%가 우크라이나로 수출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WB일렉트로닉스는 워메이트를 2022년 2000대 생산했는데, 지난해 4000대 이상을 생산했다. 플라이아이 역시 지난해 80대, 올해 200대 생산할 계획이다.
폴란드 군비청은 군 현대화 계획에 따라 2022년 '글래디우스' 무인 드론 시스템 도입계약을 WB일렉트로닉와 체결하기도 했다. 글래디우스 시스템은 지휘차량과 이동식 발사차량, FT-5 무인정찰기, BSP-U 무인타격기 등으로 구성돼 있고 발사 지점서 100㎞ 넘는 목표물 타격을 위해 고안됐다. FT-5 무인 정찰기, BSP-U 무인 타격기는 폴란드 군의 자체 사격통제시스템(TOPAZ)와 통합된다. WB일렉트로닉스의 공개 데이터를 보면 FT-5는 이착륙이 완전 자동으로 진행되고, 최대 10시간 하늘 위에 떠서 실시간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같은 드론들이 한국에 도입되면 지난해 창설된 우리 군의 '드론작전사령부'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이미 폴란드 드론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석종건 방위청장은 최근 폴란드 군사매체 '디펜스24'와의 인터뷰에서 "글래디우스 (시스템), 플라이아이, 워메이트 등 드론과 관련해 폴란드와 협력할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폴 자폭드론 상대적 저렴…경제성 충분"
절충 교역은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빈번하게 이뤄진다. 방산 특성상 무기 관련 기술 이전이나 후속 군수 지원을 구매국이 요구하고, 자국산 무기 체계 개발이란 더 큰 목적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르웨이가 지난해 차기 전차 도입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국 콩스버그 사의 원격 기관총 포탑과 스텔스 미사일(JSM)을 구매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구매 요구를 거절했고, K2 전차 수주 역시 실패했다.
세계 '방산 4강'을 목표로 폴란드와 K2 전차의 2차 수출 이행계약을 체결해야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이같은 폴란드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에 K2 전차 1000대를 납품한다는 기본 계약을 맺었고, 이 중 180대에 대해 첫 실행 계약을 맺었다. 이후 나머지 820대 관련 구체적인 납품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방사청은 오는 9월까지 폴란드와 추가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선 폴란드가 최소 수천 억원 규모의 절충 교역을 원하고 있고, 수십 조원 단위의 무기 수출을 위해 결국 우리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폴란드의 드론 도입시 대부분 활주로가 필요없이 발사대 차량에서 발사할 수 있는 점도 우리 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군은 현재 무인기 운용부대에 활주로를 확보하는 것보다 어디서든 띄울 수 있는 무인기를 운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수직이착륙 무인기 보급을 늘릴 계획을 세운 상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최근 차기 탱크와 장갑차에 모두 자폭드론을 싣는 추세"라며 "폴란드산 드론이 비슷한 성능의 이스라엘 등 타국 드론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방산 기업 입장에서도 도입시 상당한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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