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곰, 토끼'…패션업계, 동물 로고에 꽂힌 이유

김지우 2024. 7. 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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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심벌 로고 브랜드 매출 증가
브랜드명 간접 노출 가능…충성고객 확보
/사진=아이클릭아트

로고리스 패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동물 심벌 로고 브랜드 상품이 꾸준히 각광받고 있다. 신명품으로 불리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부터 오픈런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동물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명을 직접 명시하지 않고도 동물 로고를 통해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브랜드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인기 비결로 분석된다.

동물 로고 아이템 매출 '쑥'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는 시그니처 곰 캐릭터 '스티브' 로고 제품의 올해(1~5월)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이는 후아유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5% 성장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스티브는 후아유 모든 카테고리에 적용돼 있다. 티셔츠와 셔츠, 바지와 스커트 같은 의류 제품부터 양말이나 모자 같은 잡화 제품까지 120개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메종키츠네'도 브랜드의 상징인 여우 로고가 박힌 아이템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SSF샵에서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아이템은 메종키츠네의 '유니섹스 더블 폭스 헤드 패치 클래식 티셔츠'였다. 올 봄 시즌엔 가수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앞세워 여성을 겨냥한 '베이비 폭스' 컬렉션을 내놨다. 

후아유(왼쪽), 메종키츠네, 헤지스 동물로고 적용 제품 /사진=각 사

메종키츠네는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아울렛으로 유통채널을 확장했다. 지난 달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에 오픈한 '메종키츠네 아카이브'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오픈한 단독 아울렛 매장이다. 이 매장에선 이월상품을 최대 60% 할인가에 판매한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고객을 추가 유입하겠다는 취지다.

LF의 헤지스는 강아지 로고가 포인트인 '아이코닉' 라인은 2020년부터 최근 4년 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약 90%를 기록했다. 헤지스 브랜드 전체 매출에서 아이코닉 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에서 지난해 약 30%로 성장했다. 헤지스 매장에서 아이코닉 라인을 찾는 고객이 10명 중 3명인 셈이다.

'오픈런' 해외브랜드 국내 진출

일본 패션 브랜드 휴먼메이드는 오는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정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국내 공식 진출할 예정이다. 휴먼메이드는 최근 일본 관광 시 패션피플들이 오픈런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휴먼메이드는 지난 2010년 일본 패션 디자이너 니고가 만든 스트리트 브랜드다. 니고는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며, 유인원 캐릭터로 붐을 일으킨 '베이프'를 창립한 인물이다. 

휴먼메이드 동물 디자인 제품 /사진=젠테 캡처

휴먼메이드는 1950년대 아메리카 빈티지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에 하트 로고 혹은 다양한 동물 그래픽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픽에는 독수리, 호랑이, 오리, 사슴, 개 등 다양한 동물들을 적용한다. 최근엔 그룹가수 뉴진스가 토끼 그래픽이 들어간 휴먼메이드 티셔츠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현재 휴먼메이드 국내 공식 유통업체는 웍스아웃, 에크루 등 4곳이다. 이외 파페치, 젠테 등 명품플랫폼에서도 해외직구 방식으로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 로고는 동물 심벌 로고의 경우 브랜드명을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고 있어 간접적으로 어떤 브랜드인지 알아볼 수 있다"며 "동물을 캐릭터로 표현해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중요

심벌 로고 아이템은 브랜드의 '엔트리' 라인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로고 플레이는 충성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라인을 구매하기 시작하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간다. 이후 해당 브랜드 제품에 로고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소비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브랜드들이 심벌 라인 외에 로고가 없는 라인을 다양하게 구비하는 이유다. 시그니처 아이템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전달한 후 록인(lock-in)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아유는 지난해부터 스티브 제품 뿐만 아니라 곰 로고가 없는 미니멀한 아이템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고객층 확대를 위해서다. 휴먼메이드 역시 지난해 동물 그래픽 시즌 상품 이후 타이포그래피와 문구를 넣은 디자인을 확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헤지스 아이코닉 /사진=LF

물론 로고만으로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품의 소재나 디자인 포인트 등을 얼마나 경쟁력 있게 갖췄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 후 충성고객 여부가 판가름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고플레이는 소비자가 브랜드 상품을 착용했을 때 그만큼의 가격을 들였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심리를 겨냥한 디자인"이라며 "엔트리 라인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 로고가 없더라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 포인트나 헤리티지에 따라 꾸준한 소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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