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한미 내부조사 착수···기우는 경영권 분쟁 [시그널]

황정원 기자 2024. 7. 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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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코리 내부거래 의혹 조사
외부계약·일감몰아주기 등 들여다봐
감사위 요청에 박재현 대표, 임원에게 전달
최대주주 동일한 코리-DXVX, 공정거래 위반 여부
전문경영인 개편 맞물려 임종윤 대표 선임 무산될 듯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지난 3월 28일 수원시 화성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한미약품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실소유주인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의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 한미약품그룹 ‘키맨’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손잡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개편을 계획하는 데다 감사 이슈까지 불거져 한미약품 대표 자리를 꿈꿨던 임 사내이사의 계획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제약·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감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를 요청함에 따라 북경한미에 대한 업무진단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계약과 자금집행 등 북경한미 업무 전반과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치다.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5일 "한미약품 경영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생각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추가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은 임 사내이사가 100% 소유한 코리홍콩의 북경한미에 대한 초과 수익 발생 가능성과 함께, 북경한미의 지원을 통해 벌어 들인 코리그룹 수익을 또 다른 투자 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코리홍콩의 17개 계열사 중 하나인 오브맘홍콩은 룬메이캉을 100% 소유하고 있다. 룬메이캉은 임 사내이사가 북경에서 근무하던 2007년 중국에 설립돼 북경한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을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판매해왔다. 임 사내이사는 지난 2004년부터 20년간 북경한미에서 근무했고, 현재 회장(동사장)이다. 북경한미의 지난해 매출이 3976억 원이고, 룬메이캉과 북경한미간 거래가 지난해 2142억 원(연결기준)에 달한 점 등을 고려하면 룬메이캉 매출의 대부분은 북경한미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만든 코리그룹의 자금은 국내로도 흘러 들어왔다. 임 사내이사가 최대주주인 DXVX는 올해 초 지급보증과 담보 제공에도 투자자들이 꺼려 자금 조달에 실패했는데, 오브맘홍콩은 지난 3월 DXVX에 무담보로 254억 원을 빌려줬다.

지난 6월 2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코리그룹은 임 사내이사 대신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DXVX는 이번에 추진하는 유상증자가 진행돼도 2년 연속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50% 초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오브맘홍콩 대여금의 출자 전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번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로 DXVX의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황에도 정작 대주주인 임 사내이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매각자금도 챙기고 코리를 통한 지배력은 더욱 커져 투자자의 불만이 극도에 달한 상태이다.

임 사내이사는 지난 2021년 DXVX를 인수한 뒤 한미와 개인투자기업의 연결고리를 더 확장하고 나섰다. 코리그룹과 오브맘코리아 홈페이지에는 마치 한미약품의 계열사인 것처럼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주주총회 시즌에는 제2의 현대차·기아 모델과 같이 코리와 한미의 통합, 발전이 목표임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한미 오너 일가 분쟁의 불씨가 된 원인 중 하나가 코리그룹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적으로 한미그룹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음에도 임 사내이사는 코리를 활용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회사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지속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역시 코리그룹과 한미와의 연계, 상속세 재원 마련 활용에는 매우 부정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올해 초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배제한 채 OCI그룹과의 통합에 나서는 과정에서 갈등이 더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진은 7대3으로 모녀측이 임종윤·종훈 형제측보다 우세해 임 사내이사의 대표 선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투명한 경영, 선진화된 경영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해 의혹을 해소할 것이며 이슈가 있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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