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으론 ‘필패’…토론회는 다행히 현실을 드러냈다
⑧민주당 후보 교체
대통령의 몸이 하루하루 더 쇠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당의 간부들은 그의 후보 지명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의 리더십 아래서 미국은 대공황에서 벗어났고 2차 세계대전에도 연합군 전체의 지도자가 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건강이 이런 상태라면 그가 취임한다고 해도 곧 대통령 유고 사태를 걱정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의지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1944년 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에도 나올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진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1945년 4선 대통령에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100일을 못 넘기고 사망했다. 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존 에프(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자 대통령직에 오른 린든 존슨은 1968년 재선에 나섰다가 예비 경선 도중에 후보직을 포기했다. 전국적으로 베트남전 반전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 반대’ 구호 아래 기존 문화에 저항하는 신세대들이 뭉쳤다. 민주당 지도부는 존슨의 후임으로 휴버트 험프리를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원들과 반전 운동 세력은 험프리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주도한 당 간부들은 밀실에서 험프리를 후보로 지명했다. 이에 반대하는 전국의 당원들과 반전운동 세력이 전당대회장으로 몰려와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해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의 이 전당대회는 ‘피의 전당대회(Blood Convention)’라고 불린다. 당 간부들의 추대로 밀실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은 그해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에게 참패를 당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을 후보로 지명한 1944년 민주당 전당대회와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후보로 지명한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모두 시카고에서 열렸다. 두 번 모두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이 되었다. 고령과 병약함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는, 미국 대선 사상 최고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예정인 전당대회도 오는 8월20일부터 시카고에서 열린다. 우연치고는 정말 고약한 우연이다.
지난달 27일 시엔엔(CNN) 방송의 주관으로 애틀랜타에서 첫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리게 된 배경에는 바이든 팀의 계산된 전략이 있었다. 2020년 첫 출마 당시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을 어기고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선거운동의 가장 큰 문제가 그의 건강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지난해부터 선거 운동 팀 내부 브리핑에서 필자는 “둘 중 하나도 없다”는 수군거림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1944년 4선에 나선 루스벨트 대통령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항상 의사가 옆에 따라다녀야 할 정도로 신체적으로는 허약했지만, 어떤 일에서도 명석한 리더쉽을 발휘했다. 머리가 없는 듯 무식하지만 체력은 불타오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다시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육체적, 정신적인 두가지 문제를 다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에게 가끔 나타나는 극도의 정신 허약 증세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의 재선 출마에 대한 당내 부정 여론을 통제하려면 전당대회 이전에 그것을 해결해야 했다. 바이든 선거운동 팀은 유권자들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바이든 대 트럼프’ 재대결의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방법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후보 토론을 촉구했다. 바이든 후보의 가장 큰 취약점은 그의 허약한 체력이다. 본격적인 본선 선거운동을 하기 전에 되도록 빨리 후보 토론회를 개최해 바이든의 취약점을 감추려 했다. 보통은 9월 말이나 10월에 개최하는 후보토론회가 6월27일로 앞당겨 개최된 이유다. 바이든 캠프의 도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참혹한 모습을 보이기 몇주 전에 그를 만난 몇몇 전 현직 관료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 보였고 더 무기력해 보였고 대화의 초점을 잃어갔다고 한다. 81살의 대통령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예리하고 사안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그는 문장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몇 가지 사실을 혼동하는 사례를 보여왔다고 한다. 전·현직 대통령 측근들은 인터뷰에서 최근 대통령의 실수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기억상실 증세가 더 뚜렷해졌다고 한다. 그가 많은 군중 속에 있을 때나 바쁜 일정으로 피곤할 때 그런 현상은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후보 토론회를 앞둔 20일 동안 바이든은 외국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위해 두 차례 대서양을 횡단했고 모금 행사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캘리포니아로 날아가는 등 젊은 보좌관들도 지쳐버리는 일정을 수행했다.
후보 토론회를 앞둔 주말인 지난 6월21일 바이든 선거 팀은 캠프 데이비드에 모였다. 토론회를 준비하려고 바이든의 핵심 3인방이 모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썼다. 전 비서실장 론 클라인, 선거대책위원장인 마이크 도닐런 그리고 바이든의 50여년 정치인생 내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해온 테드 카우프먼이다. 카우프먼은 질 바이든 여사를 빼고는 바이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바이든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늘 카우프먼을 꼽는다. 카우프먼은 2009년 바이든이 부통령에 오르자 그의 상원의원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이다. 그런데 토론 준비를 위해 참모들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모이기도 전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친 상태였다. 어떤 준비도 오전 11시가 되기 전에는 시작되지 않았으며 매일 오후 대통령의 낮잠 시간이 주어져야 했다.
토론회에서의 바이든 모습은 최악이었다.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장을 제대로 끝내지도 못하고, 금방 주저앉을 듯한 대통령의 모습에 미국 시민들은 경악했다. 당황한 캠프 쪽은 임기응변으로 토론회 도중에 ‘감기 걸린 대통령’이란 뉴스를 내보내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 민주당계의 여론을 주도하는 뉴욕타임스는 90분 토론이 미처 끝나기도 전부터 바이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들이 일제히 후보 교체만이 답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튿날 ‘국가를 위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떠나라(To Serve His Country, President Biden Should Leave the Race)’란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측근들과 캠페인 진영에서 억제하고 수습하려고 할수록 점점 더 후보 사태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오말리 딜론 선거대책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들과 민주당 간부들, 그리고 대통령급 지도자들을 동원해 수습에 나섰다. 주말 공중파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 전체를 점유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가장 중요한 민주당 돈줄의 이탈을 막느라 선거대책팀은 급히 델라웨어 본부로 복귀해 줌으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대통령을 사수하라‘라는 질 바이든 여사의 강한 의지로 토론회 뒤 첫 주말을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를 당한 첫 후보 토론이 있은 지 며칠 후 미 대법원은 마침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허용하는 방향의 결정을 내렸다. 공화당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법을 어길 수 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의 형사범죄에 축복이 내리는 모습이다. 그러한 가운데에 후보직을 사퇴하라는 거센 여론을 돌파하느라 추진한 에비이시(AB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능하신 하나님만이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사퇴 여론에 못을 박았지만 5명의 현직 하원의원이 이름을 밝히면서 강력하게 후보사퇴를 요구했고 상원에서 돌아다니는 사퇴요구 연판장의 주인공은 버지니아 상원의원인 마크 워너로 밝혀졌다. ‘마크 워너’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였던 중도주의의 핵심이다. 바이든에게 가장 강력한 압력이 될 하원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는 월요일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찰스 슈머 상원대표는 여론과 지지율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후보 토론 결과가 반영된 경합주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의 트럼프 우위가 오차 범위 밖으로 크게 벌여졌다. 선거판에 요동치는 바이든의 모습을 즐기는 트럼프는 의외로 침묵 모드다.
미국 대선이 4개월 남았다. 선거에서 4개월은 평소의 4년과 같다고 한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상상해 보면 그것은 재앙이다. 소수계 이민자에겐 더욱 그렇다. 트럼프 4년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트럼프의 재집권 시나리오(해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를 보면 더욱 무시무시하다. 그건 이미 미국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종료되고 이민자 국가를 해체하는 정책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미국 시민들이 뭐라도 해야 할 시점이다. 노령으로 병약한 바이든으로는 필패다. 다행히 첫 후보 토론회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트럼프를 이기려면 바이든의 자진사퇴가 답이다. 트럼프를 상대하면서 지난 수년간 단련된 민주당은 새로운 대통령 후보를 무난하게 선택할 만큼 똑똑하며 민첩하다. 그럴 만한 시간도 후보자도 충분하다. 분명하게 드러난 중요한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계속 후보 자리를 지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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