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 기로에 선 K무역] ②“韓은 홍콩의 오랜 파트너, 최근 한식 인기 실감”

민서연 기자 2024. 7.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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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리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지부 지부장
韓과 홍콩은 오랜 파트너, K-푸드 인기 높아지는 중
中과 정치적 우려에도 불구, 홍콩은 여전히 강력한 자유무역 도시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아시아의 금융허브. 비단 금융 뿐만 아니라 산업, 문화에 이르기까지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중국의 개혁 이후 1970년대 본격적으로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홍콩은 중화권에 속해있으면서도, 자유로운 외환거래와 유연한 노동시장, 투자를 끌어들이는 최소한의 규제와 낮은 세율,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으로 전 세계 큰 손들을 끌어들여 세계 자유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역할도 톡톡히 수행했다. 미국 조차도 홍콩을 중국과 달리 대우하면서, 경제 자유 구역으로서 관세·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했었다.

무역으로 먹고 살아온 한국에게도 홍콩은 중요하다. 홍콩은 한국에게 수출 규모 기준 4위의 수출대상 지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홍콩으로의 수출금액은 27억710만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의 4.7%를 차지하는데, 중국과 미국, 베트남의 뒤를 잇는다. 수출품목은 대부분이 반도체이며, 나머지는 석유제품과 금은 및 백금 등이다.

홍콩의 빅토리아항 야경. /로이터통신

홍콩은 최근 인구 및 자본 유출, 증가하는 이민율과 싸우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홍콩을 떠나 중국 본토로 직접 진출하거나 홍콩의 경쟁자인 싱가포르에 아시아 허브를 세우고, 중국 주요 기업 다수가 상장된 홍콩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무역에도 암운이 감돌았다. 수출 전망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홍콩 무역발전국 수출지수(HKTDC Export Index)는 지난해 3분기 40.5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 47.8보다 7.3포인트 하락한 수준으로, 수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홍콩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존재한다. 올 1월 발표된 홍콩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홍콩의 실질 GDP는 민간소비와 서비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또한 올해 홍콩은 탄력을 받은 내수 회복세와 상품 수출의 반등 가능성으로 2~4% 대의 완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에서의 홍콩의 무역과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빌리 리(Billy Lee)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지부 지부장(HKTDC·Hong Kong Trade Development Council)을 조선비즈가 만났다. 앞서 홍콩무역발전국 항저우지사를 거쳐 올해 초부터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지부를 맡아온 그에게서 홍콩과 한국의 무역 시너지와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빌리 리 홍콩무역대표부 한국지부 지부장./HKTDC 제공

─무역에서 한국과 홍콩은 어떤 관계인가.

“한국과 홍콩은 서로에게 오래된 중요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한국은 홍콩의 여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로, 무역 규모는 381억 2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홍콩 전체 무역의 3.4%를 차지했다. 한국은 홍콩의 10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이자 네 번째로 큰 수입국으로,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94억 5000만 달러와 286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 올해 첫 4개월 동안 홍콩-한국 간 무역은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특히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55.6% 증가하여 전체 무역 증가를 이끌었다. 또한 홍콩은 중국 본토와 한국의 무역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2019년 이후 홍콩을 통해 본토로 재수출된 한국산 제품의 가치는 한국의 본토 수출액의 20% 이상에 해당한다.”

─양국의 주요 교류 품목과 확대를 계획 중인 분야는?

“우선 양국의 무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 제품이다. 작년 홍콩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상위 5개 제품은 ▲반도체(35.9%) ▲전기 기계(10.7%) ▲통신 장비(8.6%) ▲여행용 가방 및 핸드백(6.5%) ▲컴퓨터(4.3%)이며, 한국에서 홍콩으로 수입된 상위 5개 제품은 ▲반도체(58.7%) ▲향수 및 화장품(8.0%) ▲통신 장비(7.0%) ▲사무기기 및 컴퓨터 부품(5.8%) ▲석유 오일(3.7%)이었다. 특히 2019년과 2023년을 비교해 보면 홍콩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품목 중 가장 크게 증가한 부분은 의약품인데, 2019년에 비해 253.9% 증가한 1억 2250만 달러에 달했다.

홍콩에서는 최근 한류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고 중국 본토에서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홍콩에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려하고 있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수년간 HKTDC의 홍콩 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한국 농산물을 홍보해왔다. 최근 한국 음식의 인기와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한국 기업 및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공간을 25% 가량 확대할 예정이다.”

─무역 교류 중 흥미로운 수출·수입품이 있다면.

“홍콩에서 일본의 소고기인 와규는 거의 ‘롤스로이스’급 최고급 소고기다. 하지만 한국의 한우도 매우 매력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고 있다. 홍콩은 2015년 한우의 첫 수출 대상국이 되었으며, 현재는 마카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함께 한국 소고기의 공식 수출 대상국 중 하나다. SCMP에 따르면, 2022년 한우 수출의 약 90%가 홍콩을 향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동안 홍콩에서 한국 식당과 슈퍼마켓의 수가 증가했는데, 이는 여행 제한 탓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음식 옵션은 한국 바비큐와 프라이드 치킨을 넘어 커피, 디저트, 고급 식사까지 다양하다. 6월 12일 기준으로 홍콩의 대표적인 식당사이트 오픈라이스에 등록된 한국 식당 수는 570개다. 도전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홍콩의 외식업계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 수치는, 홍콩 내 한식 레스토랑의 경쟁력과 회복탄력성을 보여준다.”

─한국 제품들의 강점과 약점은?

“한국 생산자들은 우수한 품질, 혁신 및 다양한 가격 옵션에 대한 확고한 헌신으로 홍콩 시장에서 단단한 명성을 쌓았다. 이는 다양한 소비자 그룹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홍콩 소비자들은 돈의 가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홍콩은 전 세계 제품과 브랜드에 접근할 수 있는 작은 개방 경제로서, 한국 제품은 혁신과 뛰어난 품질 기준을 활용하여 홍콩 소비자들 사이에서 매력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홍콩 금융 중심가 IFC 빌딩. /로이터

─전통적으로 홍콩은 금융과 물류의 허브였으나, 몇 년새 싱가포르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콩과 싱가포르는 깊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경쟁관계라는 외부 시선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고 탄탄하며 풍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세안(ASEAN) 국가들과 중국 본토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을 바라보는 경쟁적 시선은 변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의 강점을 보완하여 아시아의 경제 중심을 강화할 수 있는 많은 여지가 있다. 금융 및 투자 협력, 문화 및 교육 교류, 연결성 및 인프라, 새로운 시장 접근 등 많은 기회가 있으며, 이는 싱가포르와 홍콩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지역에도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세계 최대 무역 블록인 새롭게 출범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과 같은 새로운 협력 프레임워크가 이러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양국의 스타트업을 통한 투자 및 교류의 잠재력을 기대하는 관계자들도 상당하던데.

“전통적인 금융, 전문 서비스 및 물류 분야 외에도 홍콩은 혁신 및 기술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홍콩에는 약 4000개의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 중 4분의 1은 홍콩 출신이 아닌 창업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홍콩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개발 및 지식재산 인프라, 최고 수준의 학술 연구 및 IT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는 홍콩 북부 대도시 개발은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제 활성화 구역인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홍콩은 타국의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및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들도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싶다.”

─홍콩과 마카오 두 개의 특별행정구와 선전 등 광둥성의 9개 도시로 구성된 GBA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권이다. 한국과 홍콩의 무역 및 교류에서 GBA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GBA는 중국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한국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성장 잠재력이 크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홍콩의 국제 물류 및 이행 서비스를 협력하여 GBA에서 수출 시장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GBA는 또한 중요한 혁신 기술 연구개발 허브이자 글로벌 기술 중심지다. 다양한 연구 전문성, 상업화 경험, 세계적인 국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결합한 GBA는 해외 혁신 기술 기업의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하고 변환할 수 있다. 한국 기술 기업들은 홍콩 플랫폼을 통해 GBA의 혜택과 시스템을 활용하여 GBA 시장 전반에서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홍콩의 정치적 환경,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등의 이슈가 있다. 이같은 외부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콩의 전통적인 강점은 여전히 강력하다. 홍콩은 사업하기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부패 수준이 낮고 국제 인재 풀과 자본, 상품, 사람 및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의 성장 잠재력과 홍콩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여전히 우리의 강점에 대해 신뢰를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

홍콩 경제의 안정정은 점차 회복되고 있다. 9000개 이상의 국제 및 중국 본토 기업이 홍콩에서 사업 중이며, 스타트업 수도 탄탄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홍콩이 막강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신뢰의 지표다. 홍콩과 아세안 지역 간의 자유 무역 협정의 이행, 그리고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의 발효로 인해 역내 무역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는 홍콩 경제를 더욱 부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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