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 조작 아니라며 내민 근거… 감리 기간 이후 맺은 계약

문수빈 기자 2024. 7.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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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 삼자 간 계약으로 운수회사서 20% 받았다가 17% 돌려주는 구조
금감원 “두 계약 동일, 3%만 매출 잡아야” vs 카카오 “각각 독립된 계약” 반박
카카오, 업무제휴 계약만 맺은 사례 있다고 해명했으나... 최근 맺은 것으로 확인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뉴스1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 조작이 아니라는 근거로 ‘업무 제휴 계약’만 체결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으나, 이는 금융감독원의 감리 기간 이후 체결한 계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회계 조작이 있었다고 지적한 기간이 아니라 그 이후에 계약을 맺어 놓고선 분식회계를 부인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조작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이자 가맹 면허 사업자인 케이엠솔루션과 가맹회원사인 운수회사 간 맺은 ‘가맹 계약’,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접 운수회사와 맺은 ‘업무 제휴 계약’이 하나의 계약인지 아닌지가 쟁점이다.

금감원은 두 계약이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사업 구조는 다음과 같다(아래 그래픽 참조). 운수회사가 케이엠솔루션에 운임의 20%를 지급하고, 케이엠솔루션이 모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운임의 19~20%를 지불한다.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수회사에 운임의 16~17%를 돌려준다.

지난해 7월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감리를 시작했고,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이 사실상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두 계약이 사실상 하나인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는 비용을 제한 약 3%만 매출로 잡아야 하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을 노리고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20%를 전액 매출로 잡았다고 봤다.

그래픽=정서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제재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회계 부정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 감리→감리위원회→증선위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다만 과징금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금융위 정례회의가 추가된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고의로 매출을 부풀렸다고 판단해 법인·개인에 약 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류긍선 대표 해임을 권고했다.

쟁점은 계약의 독립성 유무다. 독립성 유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 회계를 판가름할 결정적 지표다. 먼저 가맹 계약이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과 운수회사 간의 계약으로, 케이엠솔루션은 차량 관리, 차량 배차 플랫폼을 제공하고 운수회사는 그 대가로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으로 지급한다.

업무 제휴 계약의 대상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운수회사다. 운수회사가 차량 운행 데이터와 광고·마케팅 등에 참여하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에 대한 비용을 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급하는 제휴 비용은 각 비용 항목별로 산정 방식과 금액이 다르지만, 매출의 17% 정도다. 정리하자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운수회사로부터 20%를 받고 17%를 내주는 구조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수회사로부터 받은 20%를 모두 매출로 회계 처리했는데, 금감원은 순액인 3%(20-17%)만 실제 매출이라고 판단했다. 가맹 계약(케이엠솔루션·운수회사 간)과 업무 제휴 계약(카카오모빌리티·운수회사 간)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이 서로 간 구속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2022년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을 때 운수회사에 가맹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가맹비를 청구하지 않았지만 광고 활동비와 데이터 제공 대가는 지급했다는 게 근거다. 즉, 두 계약이 다르니 매출은 20% 모두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두 계약이 분리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운수회사 입장에선 업무 제휴 계약을 맺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업무 제휴 계약을 맺으면 기지급한 20% 중 17%를 돌려받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을 맺지 않고 업무 제휴 계약만 체결한 사례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감리 기간 이후인 지난해 말 맺은 계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말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 사업 건으로 특정 업체와 업무 제휴 계약을 맺었다. DRT란 승객의 수요에 맞춰 교통수단 등의 배차가 이뤄지고 최적의 경로를 따라 운행되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금감원의 감리 대상 기간(2020~2022년)엔 단 1건도 업무 제휴 계약만 맺은 경우가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가맹 계약을 맺은 업체에 대해서만 업무 제휴 계약을 맺었다는 뜻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계약을 맺지 않고 업무 제휴 계약만 체결한 시기는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인 택시든 개인 택시든 (계약 과정에서) 분리 체결의 자율이 있었는지, 분리 체결을 단 한 건이라고 한 사례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한 이후다. 이 원장이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두 계약을 분리했다는 근거로 삼을 만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DRT는 장기간 검토해 온 사업”이라며 “체결 의도를 감리와 연계해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항변했다.

금융위원회 전경/뉴스1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경제적 실질을 갖고 있다”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 역시 이동 빅데이터 확보를 기술 경쟁력 개발의 선결 조건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은 이유는 플랫폼 서비스 고도화와 미래 혁신산업 연구 개발을 위한 투자일뿐 가맹료를 돌려주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새롭게 출시하는 서비스에 두 계약 간에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 숨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료를 2.8%만 받는 새로운 가맹 택시 브랜드인 ‘네모 택시’를 출시할 예정인데, 네모 택시 가맹 운수회사는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그간 “가맹 택시 운행 데이터에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반박해 온 것을 고려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행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운임의 20%를 가맹 운수회사에 받고 17%를 업무 제휴 계약으로 지급하는 서비스인 ‘카카오T 블루’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이 서로 귀속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은 부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올해 2월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에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했고, 법인·개인에 약 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류긍선 대표의 해임도 권고했다. 다만 이는 금감원의 판단일 뿐 징계 수위는 증선위의 몫이다. 증선위는 6월 5일, 이달 2일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 증선위는 오는 17일이다. 증선위 이후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제재 수준이 확정될 전망이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올해 3월부턴 순액법으로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꿨다. 기준 변경으로 지난해 매출은 약 4000억원 줄어든 6014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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