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올라도’ 정부발 긴급대응…내집마련 수요자만 ‘패닉’ 만든다
“정부가 시장 일부 달궜으면서 국민 패닉만 지적” 비판도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떨어진다고 난리 치더니, 이제는 오른다고 하니깐 대출을 조이는 등 또 난리입니다. 집 사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오락가락하는 정부 대응 탓에 머리가 아픕니다.” (30대 직장인 이 모 씨)
정부가 앞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 혁파·지원 방안을 여러 차례 내놨다. 그러나 막상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과 함께 매수세가 늘자 경계하는 태도다. 가계 대출을 관리하면서 수년 전의 집값 폭등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선행적으로 판단하지 못해 현상 발생 후 대처하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또 사업 포기는 고려하지 않은 채 3기 신도시 등을 통한 공급 물량 확대 가능성만으로 민심을 달랜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0.07%→0.10%)·서울(0.15%→0.18%) 모두 상승 폭이 확대됐으며 지방(-0.05%→-0.04%)은 하락 폭이 축소됐다.
부동산원은 “서울의 경우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됐다”며 “선호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매도 희망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단지 호가 2021~2022년 수준…2년8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 ‘팔자 < 사자’
일부 단지 호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신공덕삼성래미안2차 전용면적 59m²는 9억원대 중후반에 거래됐다. 이어 지난달 온라인상에 등록된 동일 단지·면적 아파트 호가는 10억50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층에 수선을 마친 집이지만 호가가 2021~2022년 수준이라고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달에 수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있는데, ‘패닉바잉(시장 심리 불안으로 무리하게 구매하는 행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거래량이 회복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르자 정부가 대출을 옥죄려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매수 대기자들이 볼멘소리를 낸다”며 “실수요자까지 대출 규제를 크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정부가 평생 주거 상향을 하지 말라고 유도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고 덧붙였다.
매수심리는 크게 회복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 8일(100.9)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돌파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1일 기준 92.4로, 전주(91.9)보다 0.5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9에서 100.4로 올랐다. 특히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98.3→100.3)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강북지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99.5→100.6)보다 상승 폭이 컸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정부가 시장 일부 달궜으면서 국민 패닉만 지적”…“시장 양극화 막기 위한 개입 가능”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기신도시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시장을 달군 것도 있다”며 “국민들이 아무 이유 없이 패닉바잉을 하려는 것처럼 몰고 가면서 대출 규제 등에 나서는 게 어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아파트 공급 부족 얘기에 정부가 매번 3기신도시 타령”이라며 “최근 사전청약 신청을 받았던 일부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3기 신도시 아파트 사전 청약에 당첨된 예비 청약자 사이에서 (입주 지연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격 급등 등을 우려한 정부 개입은 부동산시장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 입장에서 부동산시장 침체를 바라지는 않지만, 서울 아파트만 국한돼 가격이 오르는 게 긍정적 효과보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서울 전월세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증가, 지방 주택 가치 상실 등이 예상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아파트의 주택 기능 회복과 단기적으로 금리를 상향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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