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시청역 참극, 그 준엄한 경고

김지산 기자 2024. 7.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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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고령화 선배 나라인 일본만 해도 내년 6월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부착이 의무화 된다.

시청역 참극은 그동안의 안일함을 꾸짖는 준엄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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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종종 있었지만 9명 사망자를 낸 시청역 사고처럼 극단적 양상을 띤 것은 없었다. 시내 한복판에서, 게다가 역주행을 하고 하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지점으로 차가 돌진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CCTV 녹화 영상으로 목격했다.

이 순간 우리는 '그동안 다행이었다'가 아니라 '그동안 도대체 뭘 했었나' 질문을 던지는 게 마땅하다. '안일함'에 대한 반성이다.

돌이켜보면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과 언론의 주된 관심은 실제 차량 결함 여부였다. 언론은 사고 이후 결함을 밝혀야 할 주체가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에 있다며 현 제도를 비판했다. 딱 여기까지였다.

유의미한 진전이라고는 결함 유무를 소비자에 떠넘기지 않고 제조사가 해야 한다는 '도현이법'이 논의된 정도였다. 그나마도 21대 국회에서 제때 심사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사실 도현이법은 교통사고 사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것이어서 예방적 조치로서는 한계가 있다.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이다.

우선 고령 운전자들이 인지, 신체 반응 능력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도와야 한다. 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거나 운전 자격 유지검사 판정 기준을 강화하는 데 선결 조건이다.

설득에 필요한 통계는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게 2019년 서울과학수사연구소가 발간한 논문(급발진 추정 사고에서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관한 사례 연구)이다. 역대 급발진 추정 사고 중 50대 이상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였다. 특히 60대(28%)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20대(3%), 30대(4%)와 크게 대조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급발진 추정 사고의 76%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과 관련 있었다.

기술적 지원이 병행될 필요도 있다. 고령화 선배 나라인 일본만 해도 내년 6월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부착이 의무화 된다. 차량 앞뒤 카메라 센서가 주변 상황을 실시간 인식한 상태에서 비정상적 가속이 이뤄지면 자동으로 엔진 출력을 낮추는 방법이다.

법제화 이전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화 된 기술이다. 2018년 신차의 10%가 이 기술을 장착하더니 2022년에는 비율이 90%로 늘었다.

일본은 2011년 고령자의 페달 반응 특성을 실험한 결과 이들의 반응 시간과 인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인일수록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일본은 그러면서 기술로서 고령층 운전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뒀다

급발진 추정 사고의 진실을 따지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머무르기에는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시청역 참극은 그동안의 안일함을 꾸짖는 준엄한 경고다.

이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건 9명의 희생자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김지산 기자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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