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울고 웃는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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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제약업계에 희비가 엇갈린다.
신약개발사는 해외에서 수행하는 임상시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커진 반면, 달러나 유로화 매출 비중이 큰 위탁개발생산(CMDO)사는 환차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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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 기업은 환차익 기대↑
"해외매출 비중 큰 CDMO사 호재"
고환율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제약업계에 희비가 엇갈린다. 신약개발사는 해외에서 수행하는 임상시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커진 반면, 달러나 유로화 매출 비중이 큰 위탁개발생산(CMDO)사는 환차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연초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초대비 6.1% 상승한 1380.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럽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유로 대비 원화 환율도 상승세를 타며 지난달 11년 만에 1500원선을 넘었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비용과 임상시료(임상시험용 약물)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수입 원부자재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모든 신약개발사가 고환율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제약사에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기업들은 외화로 된 선급금이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취하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실제 에이비엘바이오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었던 지난 2022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총 계약금 10억6000만달러(1조4500억원)에 퇴행성뇌질환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면서 환차익을 누린 적이 있다.
바이오업체 한 관계자는 "실제 기술이전 계약금을 지급받는 시기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해외 임상시험 비용 등이 상승해도 원화로 환전할 필요 없이 받은 달러를 지급하면 돼 비용부담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
고환율이 반가운 곳은 또 있다. 주로 해외 제약사와 계약을 맺은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해 주는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이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화 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모든 생산공장이 국내에 위치해 인건비 등이 원화로 발생하면서 고환율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역별 매출액 중 유럽과 미국 비중은 각각 64.2%, 26.6%로 합산 90.8%에 달했다. 같은 기간 회사가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변화를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57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46.80원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이 지속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상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 가이던스(예상전망치)도 수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의약품 수출비중이 큰 셀트리온도 고환율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셀트리온은 '트룩시마' 등 주요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미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 첫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제인 '짐펜트라'를 미국에 출시해 달러 매출액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분기 기준 셀트리온의 지역별 바이오시밀러 매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전분기대비 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 지역 매출액은 전체 중 83%에 달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DMO사는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는 고객사가 부담하는 구조로 고환율로 인한 반사이익을 받는 대표 업종"이라며 "의약품 수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도 수혜를 볼 수 있으나 호재 여부를 판단하려면 원부자재 가격상승 등 이보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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