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는 배당 늘리는데...현대모비스는

박찬규 기자 2024. 7. 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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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주환원정책 발표 이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 시나리오 재조명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박찬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움직임을 본격화한 가운데 주력 계열사들의 주주 친화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건강에 대한 '지라시'가 돌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들썩인 데다 현대글로비스의 무상증자와 배당 확대 등 정책이 발표되면서부터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특히 순환출자 연결고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충분히 보유하지 않은 점은 주가가 들썩인 근본적 이유다.

큰 틀에서 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 21.4%→현대차가 기아의 지분 34.2%→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5%를 보유하며 순환고리를 형성한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0.32%, 정몽구 명예회장이 7.19%를 보유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이 20% 지분을 가진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무상증자와 함께 배당금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주주의 경우 최대 네 배가량 배당금이 늘어날 수 있다.

새로운 배당정책은 앞으로 3년 동안 적용하는데 우선 '전년도 주당배당금(DPS)의 5~50% 상향'에서 '전년 대비 배당금 최소 5%상향과 배당성향 최소 25%이상'으로 조건이 바뀐다.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성향 최소치인 25%를 가정해도 2027년 주당배당금이 2023년(6300원) 대비 1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1대1 무상증자도 실시한다. 무상증자를 통해 발행 주식 수량이 3750만주에서 7500만주로 늘어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7월15일이고 신주는 8월2일 상장된다. 주식 수량이 두 배가량 늘면서 주당 가격은 절반으로 낮아지게 돼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매입과 주식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적어 과감한 배당 정책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평도 나온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새로운 배당 정책 발표 이후 크게 치솟으며 현대모비스를 넘어섰다.


현대모비스가 관심받는 이유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모비온'이 시연 중이다. /사진=뉴시스
현대모비스가 주목받는 건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기준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은 22조5048억원으로 58조8459억원의 현대차나 50조5021억원의 기아와 비교해 한참 적다. 지배구조 재편 시 부족한 재원은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끊을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과거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을 시도했을 당시처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부문 분할 후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본다.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은 크게 모듈 및 부품제조 사업부문과 A/S 부품 사업부문으로 구분된다. 이 중 A/S 사업부문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2%인데 영업이익은 사실상 이 사업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캐시카우'로 불리는 A/S 사업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2018년엔 현대모비스를 지주사처럼 활용하며 그룹 재편안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헤지펀드 엘리엇의 거센 반대로 개편 작업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이에 업계는 최근 잇따른 주주환원 정책 발표는 기존 개편안의 틀을 유지하면서 기업 간 지분교환 등을 위해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해외 사업에도 직접 투자하며 비전을 밝히고 있다"며 "신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면서도 해외 주식시장 상장 등을 통한 재원 마련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지배구조 재편 당시 엘리엇의 공격에 허를 찔렸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 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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