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실적도 HBM이 주도…엔비디아 '조기 인증'이 관건"
AI 효과로 범용 D램·낸드 수요↑
단가 두배 불러도 구매할 수밖에
수익성 높은 HBM 납품이 필수
파운드리선 소형팹리스 협업 중요
[이데일리 김응열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사양 고대역폭메모리(HBM) 외에 범용 메모리까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역시 거의 6년 만의 최대 실적을 거둘 게 유력하다.
다만 일부에서는 전방 수요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탓에 메모리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HBM 수익성이 높은 만큼 엔비디아를 비롯한 HBM 고객사와의 협업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7일 “범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데 물량을 맞춰 공급할 기업은 많지 않다”며 “삼성전자가 메모리 단가를 두 배 높게 불러도 고객사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AI 효과가 범용 메모리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을 두고 “DDR5 D램에선 기술적 문제가 딱히 없는 만큼 범용 메모리 판매 실적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D램 평균 가격은 전기 대비 13~18% 올랐다. PC용 및 서버용 DDR5 D램은 각각 15~20% 상승했고 모바일용 D램과 그래픽용 GDDR도 각각 5~10%, 3~8% 뛰었다. DDR4 D램 역시 상승 행렬에 동참했다. 현재 범용 D램은 웨이퍼 투입량이 많은 HBM 생산이 늘어나면서 생산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초과수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기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AI 데이터센터향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7개 분기 만에 10조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이같은 범용 메모리 초호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는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000660)의 시장 컨센서스는 각각 매출 16조420억원, 영업이익 5조766억원이다. 실제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는다면 지난 2018년 3분기(6조4724억원) 이후 23개 분기 만의, 즉 거의 6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불확실성 해소하려면 HBM 납품 필수”
하반기 역시 업황 성장이 계속될 전망이지만 전방 수요가 가라앉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세계 경기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돌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호실적을 성장 국면 진입으로 보기에는 섣부르다”며 “PC와 스마트폰 시장은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가격이 올라 실적 상승은 이어지겠지만 폭 자체는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장 가속을 위해 HBM 납품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HBM은 공급이 현저히 부족하고 D램 여러 개를 쌓아 만들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HBM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했고 D램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삼성전자 부사장을 팀장으로 선임했다. 김형준 단장은 “DDR5 덕에 실적이 잘 나왔지만 안일하게 볼 상황은 아니다”라며 “HBM 퀄 문제는 발열인데 원인과 해결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했다.
“소형 팹리스 협업 강화” 파운드리 조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향한 조언 역시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2나노미터(nm) 시장을 파운드리 승부처로 보고 있는데, 업계 1위 TSMC는 대규모 투자로 맞서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강점은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다 하는 것”이라며 “’원스톱 턴키 솔루션’의 이점을 최대한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유망한 소형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인재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당장 수익이 높지 않더라도 유망한 팹리스와 초기부터 신뢰를 쌓아야 미래 대형 고객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8일 오전 경기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다. 내부 지지세가 약하다 보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거의 없다. 다만 파업 자체가 삼성 반도체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금 사도 안 늦어?"..삼성전자, 10만전자 갈까
- 50대인데 자꾸 깜빡.. 이상민도 겪는 '경도인지장애' 증상 보니
- 기업이 원하는 'AI 개발자' 양성…6년간 취업률 96.5%
- 시청역 유족에 날아든 80만원 청구서…“부적절”VS“당연”
- YS 만나려던 김일성 사망…배후엔 아들 김정일?[그해 오늘]
- "우유 1리터가 고작 1900원" 요즘 마트서 불티난 '이것'
- '팬텀싱어2' 성악가 조민웅, 사망 비보 뒤늦게 전해져
- '김태호vs나영석' 스타PD가 사는 집은? [누구집]
- 잘나가던 토종 브랜드의 추락.. 살길 찾는 ‘K밀폐용기’
- [단독]“○○○에게 당했다”.. 티켓사려다 33억 뜯긴 4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