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들' 일할 맛나게…연 5000억 순익 '초우량' 키운다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정리=배규민 기자 2024. 7. 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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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이문구 동양생명 대표이사 "동양생명만의 기업문화 만들겠다"
이문구 동양생명 대표이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하나금융지주 인수설이 채 가라앉기 전에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하면서 동양생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동양생명의 올 1분기말 기준 총 자산은 32조4402억원으로 자산기준 업계 6위다. 지난해 3000억원에 가까운 순익을 올렸다. 2015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됐는데 9년만에 다시 대주주가 한국회사로 바뀔지 관심이 뜨겁다.

관심의 주인공인 동양생명 이문구 대표이사(사진)를 지난 4일 종로구 본사에서 만났다. 대주주 사이에선 협의가 오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동양생명에서 처음으로 직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그는 동양생명을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제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차기 CEO(최고경영자)로 내정된 이후 5년 중장기 성장 플랜부터 만들었다. 연임이 가능하겠지만 그가 받은 임기는 1년. 1년짜리 CEO가 5년 계획을 만든 건 단기적인 순이익에만 집중하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의 매각 여부, 본인의 임기와 상관없이 어린 직원부터 중간관리자들이 믿고 일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그의 비전은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업계 5위를 목표로 한다. 생명보험 업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강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우리금융과 인수합병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아직 초기 단계다.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대주주가 지난달 25일 우리금융과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현재 협의중이다. 그룹으로부터 회사 경영상황에 관한 정보 제공을 요청받아 자료 제출을 준비중이다. 인수합병과 무관하게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동양생명이 중국 그룹에 매각된 후 처음으로 발탁된 한국인 CEO다. 남다른 목표가 있을 것 같다.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해서 5kg를 뺐는데 올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후 5kg가 더 빠졌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나부터 직원으로 시작했다. 신입 직원을 볼 때마다 그들이 계속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5년 중장기 성장 플랜을 세운 것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외국 CEO가 부임하면서 동양생명이 가지고 있었던 본연의 기업문화가 희석됐다. 동양생명에 오래 재직하면서 내부를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소통'을 기반으로 동양생명만의 긍정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취임식에서 '초우량 보험사로 도약'이라는 목표를 언급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면 초우량 보험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영업성장, 자산관리, 시장의 변동성을 반영한 자본관리 등이 필요하다. 영업은 상품에서 출발하는데 규모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즉 질이 중요하다. 자산관리부문에서는 안정적이면서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거두려고 한다. 자본관리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 최근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임원, 조직별로 핵심 업무를 줬고 철저히 평가하고 보상한다. 정확하게 평가받아야 조직이 성공한다.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보험은 장기 상품이지만 CEO 임기는 그렇지 않다, 한계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임기는 중요하지 않다. 5년 플랜도 내가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 만들었다. 근본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고 기틀을 먼저 잡아야 지속적이고 보폭이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올해는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기반을 다지고 내년까지는 틀이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후에는 폭풍 성장도 가능하다. 5~10년 큰 비전 속에서 영업을 열심히 하고 목표 달성을 하는 건 나쁘지 않다. 큰 흐름 없이 단기 실적에 매몰돼 영업에 올인하는 건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동양생명의 기업문화를 살리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린다.
▶소통하고 서로 상호 존중하는 문화와 업무 개선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사내 커뮤니티에 칭찬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가장 칭찬을 많이 한 직원들을 선발해 상·하반기 여행을 보내준다. 직원 제안에는 빠르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한다. 업무 혁신을 위해서는 AI(인공지능)의 적극적인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후 회사에 ChatGPT를 다 깔았다. 앞으로 AI 시대가 활짝 열린다.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변화를 따라갈 수는 있어야 한다. AI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도 한다. 업무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뿐 아니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적인 역량 향상을 신경쓰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는데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1분기는 8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분기보다 13.1% 증가했다. 건강보험 중심의 보장성 상품 판매를 늘리면서 1분기 신계약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은 20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9% 증가했다. 2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보다 괜찮을 것으로 본다.

-최근 글로벌 재보험사와 2000억원 규모의 공동 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번 계약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보험은 리스크가 크다. 공동재보험 계약은 금리 등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선제 대응이다. 위험보험료뿐 아니라 금리와 해지 리스크 등도 함께 재보험사에 이전해 리스크 관리에 보탬이 된다. 특히 글로벌 재보험사와의 계약은 국내 보험사로서 처음인데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계약 체결로 자본 건전성 지표인 킥스(지급여력비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손익 안정성도 더욱 높아졌다.

-동양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고유 브랜드 '수호천사'를 만들었다. 10년 만에 브랜드 광고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다. 설계사를 모델로 활용해 '수호천사를 만나다'라는 콘셉트로 버스 광고를 진행 중이다. 인기 애니메이션인 브레드이발소와의 협업을 통해 하반기 중 유튜브 광고도 시행할 계획이다. 동양생명이 일상 속 수호천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상품과 서비스, 기업문화까지 연계한 브랜딩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인식 변화 등으로 생명보험업 미래에 우려가 크다. 32년간 생보사가 몸담은 보험인으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번도 어렵지 않다고 한 해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최근에는 인구 변화가 크고 어려움의 강도가 다르긴 하다. 그래서 더더욱 살아남으려면 업계서 톱3, 톱5가 되는 게 중요하다. 점점 더 생손보 영역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시장을 넓히고 타사와 차별화된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성장은 어렵다. 아무리 어려워도 살아남을 기업은 살아남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기업도 생길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뚝섬한강공원에 어린이들을 위한 수호천사의 정원을 조성했다. 취임 후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있을까.
▶기부든 사회공헌활동이든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의미 있게 하고 싶었다. 대표 취임 후 가장 아쉬운 부분이 관성적으로 돈을 쓰는 일이다. 사회공헌도 기부도 진짜 어려운 사람을 찾아서, 누가 봐도 정말 잘 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고 싶어 의미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정원 조성은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생각한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만큼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미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도 즐겁게 해야 한다.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서로 소통하고 직원의 제안에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 실제로 반영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실행시킨다. 여기에 제대로 된 보상을 한다면 일은 재미있어진다. 이런 기업문화가 동양생명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정리=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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