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폭우, 낮엔 폭염… ‘야행성 장마’
본격 장마철인 7월 들어 전국에 거의 매일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수도권에 많은 비가 예고된 지난 6일 40㎜ 가까운 비가 내렸지만 “비를 보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람들이 잠든 밤~새벽 시간대에 강한 비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야행성 폭우’는 올 장맛비의 특징 중 하나다. 밤에 비가 내리고, 낮에 햇볕이 내리쬐면서 하루에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나타나는 지역도 늘고 있다.
이런 ‘야행성 폭우’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7일 기상청에 따르면, 답은 ‘공기의 흐름’에 있다. 여름철에는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이 우리나라로 원활하게 들어오면서 강수량이 늘어난다. 남풍은 비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를 대거 머금고 있다. 고도 1.5km 아래에서 남풍을 실어 수평으로 부는 이 바람길을 ‘하층 제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낮 동안 하층 제트 흐름이 방해받고 있다. 기온 상승 여파로 낮에 육지와 바다에서 공기가 더 쉽게 뜨거워지고, 이에 달궈진 공기가 더 많이 위로 떠오르면서 수직의 공기 흐름이 강화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공기는 고도 1.5km까지 올라갔다가 차갑게 식은 후 다시 아래로 떨어지고, 이내 강한 일사에 의해 다시 달궈져 하늘로 올라간다. 낮 동안 한반도의 이런 ‘수직 바람’이 ‘수평 바람’의 유입을 방해하는 것이다. 남풍이 들어오는 양도 줄어든다.
밤이 되고 해가 떨어지면 ‘수직 바람’이 사라지고, ‘수평 바람’이 봇물 터지듯 유입된다. 하층 제트 기류가 원활해지면서 밤사이 비구름대의 덩치가 팝콘 터지듯 커지고, 비를 강하게 뿌린 후 해소된다. 이런 ‘야행성 폭우’가 지나가고 날이 밝으면 낮 동안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무더위가 나타난다. 그러다 장마전선(정체전선)에 걸리거나, 중국 쪽에서 만들어진 저기압이 통과하는 지역에선 낮에도 비가 강하게 쏟아진다. 이에 지역에 따라 하루에 폭우·폭염이 번갈아 나타나기도 한다.
올여름엔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변화가 작은 편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주 확장·수축을 반복하면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고르게 비를 뿌리는데, 올해는 움직임이 덜해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큰 상황이다. 장마전선에 걸린 특정 지역에 강수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7일에도 대전, 충남, 충북 등지에는 곳곳에 120㎜ 넘는 비가 왔다. 이어 8~9일에도 장마전선 영향을 받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 8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도·충청권 30~100㎜, 호남·영남권 20~60㎜, 제주도 5~10㎜다. 9일은 충청·전북·경북권 20~60㎜, 제주도 5~10㎜, 수도권을 비롯한 그 밖 지역에 10~40㎜의 비가 예상된다.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에선 체감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르며 폭염이 찾아오겠다. 7일 현재 남부 지방과 제주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10~12일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장마전선이 남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남부 지방은 폭우가, 중부 지방은 폭염이 예상된다. 이때 습도가 높은 중부 지방에선 낮 동안 공기가 데워지며 대기 상·하층 온도 차로 간간이 강한 소나기가 내리겠다. 13~17일에는 장마전선이 다시 중부로 북상하면서 전선 위치에 따라 비가 오락가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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