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초’ 타이틀에 만족해선 안돼

조영창 기자 2024. 7.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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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계에 여성 수장이 대거 등장했다.

이에 지방 농촌진흥분야로의 여성의 진출은 당연하면서도 기쁜 소식이다.

농촌 내 양성평등 확대와 여성농민의 농작업 여건 개선 등 여성 친화적 정책과 함께 농업·농촌의 큰 그림도 놓쳐선 안된다.

"이제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없어요." 최초의 여성 인재 발탁이 새로운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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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계에 여성 수장이 대거 등장했다. 지방 농촌진흥분야도 그중 하나다. 1일 김행란 전남도농업기술원장이 취임하며 전국 도농기원 9곳 가운데 여성이 원장실을 차지한 곳은 처음으로 4곳이 됐다.

더욱이 농가수가 전국 1·2위인 경북·전남에서의 여성 원장 배출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충남·북을 포함하면 전체 농가의 49.7%에 해당하는 곳의 농촌진흥을 여성이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 뒤늦은 감이 있다.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1970년 농가 인구의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인구)는 98.7명이었고 지난해(96.3명)까지 ‘여초’ 현상이 계속돼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여성이 농업경영주로 등록한 건수는 53만8000건(29.7%)이고 매해 늘고 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어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 이후 1990년대초 농촌진흥청 등 농업기관의 공개 채용을 거쳐 공직에 입문한 여성들도 많아졌다.

지역 농·축협의 여성조합원 비율 또한 매해 높아져 지난해 4월 기준 34.2%(71만4000명)에 달할 정도로 농업에서 여성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방 농촌진흥분야로의 여성의 진출은 당연하면서도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최초’에만 안주하기엔 농촌의 현실은 척박하다.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농작물 피해는 늘어나고 있고 농가 인구는 10년 동안 70만명가량 감소했다. 유리천장을 처음으로 깼다는 의의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산적한 문제들을 타파하는 새로운 도약을 보여줘야 할 때다.

농촌 내 양성평등 확대와 여성농민의 농작업 여건 개선 등 여성 친화적 정책과 함께 농업·농촌의 큰 그림도 놓쳐선 안된다. ‘202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민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남성보다 농번기에 48분, 농한기엔 1시간18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작물을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는 기술도 신속하게 개발·보급해야 한다. 지방소멸 극복은 농촌경제 활성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 해남에서 만난 벼농가의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돈다. “이제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없어요.” 최초의 여성 인재 발탁이 새로운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농업계 다수 여성 수장의 등장이 단순히 공허한 기대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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