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공사에 인센티브 10억"…공사기간 한 달 줄인 '공로'

이효정 2024. 7.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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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 트리지아' 조합, 임시총회서 1개월 금융비용의 30% 지급케 의결
"시공사에 인센티브 지급은 드문 일"…의결 후 조합 임원 전원 물러나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평촌 트리지아(융창아파트주변지구)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에 공사기간 1개월을 단축한 공로로 10억원 가량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일은 찾아보기 드문 사례여서 주목된다.

오는 8월 1일부터 입주 예정이었던 '평촌 트리지아' 아파트 전경 2024.07.05 [사진=이효정 기자 ]

8일 정비업계와 입주 예정자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평촌 트리지아 재개발사업 조합이 개최한 임시 총회에서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여부의 건'을 상정해 의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합원의 찬성률은 90%가 넘었다는 전언이다.

A조합원은 관련 안건이 통과된 2월 총회에 대해 "당시에 OS요원들이 와서 (사전 서면 동의서 등을) 쓰고 갔다"며 "정작 총회에는 100여명 밖에 안 왔다. 안건이 총회 관련 책자에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총회에서 (인센티브 지급 안건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사기간을 37개월에서 36개월로 1개월 단축하면서 8월 1일부터 입주가 가능해질 수 있게 됐다며 1개월분의 이자 30억원을 기준으로 50%인 15억원을 인센티브로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조합 임원들은 조율을 통해 인센티브 비율을 30%로 조정했다며 관련 안건을 총회에 상정, 가결했다.

당시 총회 회의록을 보면 B조합장은 "(조합이) 한 달에 나가는 전체 이자가 30억원이 조금 넘는다. 50%면 15억원을 달라는 것인데 우리는 25%를 제안했다"며 "(시공사가) 못 받아들인다고 해서 5%를 더해 30%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억원의 30%면 10억원 가까이 되지만 결국 조합으로서는 20억원을 세이브(절약)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조합장은 정비사업의 수익성 지표인 비례율 문제로 자진 사임했다. 나머지 조합 임원들도 지난달 23일 융창지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추진한 총회에서 해임됐다. 비대위는 조합 임원 중 업무 대리를 맡을 임원을 맡기려고 했지만, 기존의 조합 임원들이 거부하면서 전원 해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에 평촌 트리지아는 임원의 부재 등으로 오는 8월1일부터 예정됐던 입주가 한 달 가량 지연될 처지에 놓인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시공사이나 조합 입장에서 공사 시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각종 비용이) 절약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이라면서도 "시공사에서 요청했다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한 행위는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는 "총회 의결 후 지난달 시공사를 만나 확인해보니 구두 계약만 한 상태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며 "향후 조합 임원이 새로 선임된 후 해당 내용을 철회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안건을 무효화 하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을 담은 안건을 다시 총회에 상정해 의결해야 한다. 현재 조합은 업무를 대리할 임원이 없는 상황으로 조합장 등 조합 임원을 새로 구성하고 현안인 입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에서 시행사인 조합이 시공사인 건설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과거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공사 현장 인력 등을 위한 명분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안건이 총회에 상정된 적은 있었지만, 당시 안건은 부결돼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표준계약서에 인센티브 항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종종 계약서에 해당사항을 넣는 경우도 있긴한데 그것 자체가 특이한 사례"라며 "계약서에도 조항이 없는데 조합에서 총회에서 시공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가결한 것은 더욱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평촌 트리지아의 입주가 한 달 가량 늦어졌다 해도 해당 안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센티브 10억 지급' 안건은 이미 총회를 통과해 조합 임원의 변경은 변수가 되지 않는다. 시공사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조합 정관에 따라 추진한 사안으로 인센티브 지급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월 총회에서 통과된 인센티브 지급 안건 내용은 그대로 유효하다. 원래 조합과 인센티브 절감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비율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인센티브 지급은 도급 계약 정산 후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인센티브 지급은 도정법 45조와 조합 정관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도정법 45조 제1항에 따르면 정비사업비의 세부 항목별 사용계획이 포함된 예산안 및 예산의 사용내역이나,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면 된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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