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텔 코어 울트라 5 품은 갤럭시 북4 프로로 경험한 ‘인공지능(AI) PC’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AI) PC 시대가 눈 앞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 PC 공개와 함께 윈도우 11 운영체제 내 인공지능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중이다. 운영체제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활용하는 문서 작업 도구, 사진영상 편집 도구 등 많은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하며 편의성을 높였다.
인공지능 PC 시대가 온다면 많은 게 바뀔지도 모른다. 복잡한 작업을 간단한 명령어로 쉽게 처리하고 창작의 영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시스템의 인공지능 처리 능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실 데스크톱 PC는 전력 소모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기에 고성능 그래픽카드 장착이 부담 요소는 아니다. 반면 휴대성과 전력 효율성이 강조되는 노트북은 그래픽카드 적용이 어렵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사는 칩 안에 인공지능 처리에 특화된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접목하고 있다. 내장되는 그래픽 처리장치의 성능 개선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두 장치의 장점을 합쳐 인공지능 처리 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인텔은 지난해 공개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Core Ultra Processor)에 신경망 처리장치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인텔 AI 부스트(Intel AI Boost)’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이 장치는 윈도우 운영체제 내에서 인식되어 인공지능 연산이 필요할 때 힘을 보탠다. 현재 우리가 쓰는 인공지능 서비스 대다수가 온라인에 접속해 제공되는 온-디멘드(On-Demand) 방식이어서 하드웨어 의존도가 낮다. 그러나 향후 기기 내에서 처리되는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이 도입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인텔이 준비한 첫 중앙처리장치.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의 인공지능 잠재력과 PC 본연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 갤럭시 북4 프로(Galaxy Book4 Pro)를 통해 알아봤다. 리뷰에 쓰인 노트북은 제품명 NT960XGK-KC51G로 인텔 코어 울트라 5 프로세서 125H와 16GB 용량의 LPDDR5X 메모리, 512GB 용량의 고속저장장치(SSD)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교한 마감의 본체, 선명한 디스플레이 돋보여
노트북의 구성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크기는 14인치(35.6cm)로 간결하면서 직관적인 외모가 인상적이다. 손에 닿았을 때의 질감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정밀한 금속 마감이 이뤄졌다고 예상되는 부분이다. 가로 312.3mm, 세로 223.mm, 두께 11.6mm로 크기보다 두께가 돋보이는 구조다. 무게는 1.23kg 정도로 뛰어난 휴대성을 갖췄다. 16인치(40.6cm) 제품군도 있으니 화면 크기에 초점을 둔다면 이쪽을 참고하자.
확장 단자는 두께에 비해 여유가 느껴진다. USB-C형 단자 2개가 제공되며 A형 USB 3.2 단자 1개가 추가로 제공돼 연결 호환성을 갖췄다. HDMI 영상출력 단자와 마이크로 SD 메모리카드 슬롯도 있다. USB-C형 단자는 썬더볼트4 규격에도 대응하니 외장 저장장치와 모니터 등에 쓰면 된다.
상판을 들어올리면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키보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디스플레이는 14인치 면적으로 해상도는 2880 x 1800에 달한다. 최근 노트북은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2560 x 1440인 것에서 벗어나 더 많은 영역을 보여준다. 이는 곧 사진영상 작업과 문서 생성 등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주사율도 장면에 따라 60Hz 또는 120Hz 전환이 이뤄진다. 주사율은 1초에 화면이 깜박거리는 수를 말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화면을 부드럽게 그려내지만, 높은 시스템 성능을 요한다.
디스플레이는 다이내믹 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Dynamic Active Matrix – OLED) 2X가 쓰였다. DCI-P3 색역 120% 표현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외부에 반사 방지 패널까지 적용해 야외에서도 최대한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터치 기능이 있는 부분도 장점이다.
키보드는 풀사이즈에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우측에 숫자키가 배치되어 있는데 숫자 입력이 많다면 유용하게 쓰인다. 키캡이 조금 낮게 설계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타건감은 경쾌하다. 또 경계가 비교적 분명한 편이라 사용 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손가락이 조금 굵다면 오타가 발생할 수 있으니 판매처에 가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갤럭시 북4 프로의 인공지능 성능은?
갤럭시 북4 프로의 인공지능 성능을 파악해 볼 차례. 노트북에서 전문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는 어렵기에 UL 벤치마크의 프로키온(Procyon) 인공지능 성능 측정 도구와 어도비 라이트룸에서 무압축 사진을 불러와 노이즈를 제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인텔 AI 부스트를 활용한 결과를 보자. 우선 반정밀도(FP16)에서의 결과는 종합 284점을 기록했다. 세부 측정 항목을 살펴보면 이렇다. MobileNet V3 항목은 평균 0.944ms(추론 수 15만 1226)가 소요됐다. RasNet 50 항목은 3.062ms(추론 수 5만 3096), Inception V4는 10.836ms(추론 수 1만 4319), DeepLab V3는 43.817ms(추론 수 3704), YOLO V3는 21.165ms(추론 수 7388), Real-ESRGAN 항목에서는 1024.850ms(추론 수 176)를 기록했다.
정수(Integer)에서의 측정 결과를 보자. MobileNet V3 항목은 평균 0.738ms(추론 수 18만 5230)가 소요되었고 RasNet 50 항목 1.780ms(추론 수 8만 7696), Inception V4는 6.04ms(추론 수 2만 4283)가 소요됐다. DeepLab V3는 25.226ms(추론 수 6068), YOLO V3는 11.113ms(추론 수 1만 2995), Real-ESRGAN 항목에서는 434.561ms(추론 수 414)를 기록했다.
인텔은 어도비, 블랙매직디자인, X스플릿, 토파즈랩스 등 100여 개 이상 기업과 협력해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로 프로그램 내 인공지능을 쓸 수 있게 힘을 쏟았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촬영한 무압축(RAW) 파일의 노이즈를 인텔 AI 부스트로 처리한다거나, 동영상 배경음악을 분리하는 식이다. 실제로 어도비 라이트룸 내에서 2400만 화소, 약 20MB 용량의 무압축(RAW) 파일을 인공지능 디노이즈한 결과,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로 40초 가량 소요됐다. CPU로는 2분 가량 기다려야 되는 작업을 빨리 처리해 낸다.
‘게이밍, 렌더링’ PC 본연의 성능도 탄탄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원활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PC 시스템이라는 기본적 틀을 벗어나면 안 된다. 문서 생성 및 사진영상 편집 등 윈도우 운영체제 내에서 쓰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호환성은 기저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ARM 기반 중앙처리장치와 그에 맞는 운영체제가 있어도 x86 기반 PC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갤럭시 북4 프로(NT960XGK-KC51G)에 쓰인 중앙처리장치는 인텔 코어 울트라 5 프로세서 125H다. 효율에 집중한 코어 8개, 초저전력 코어 2개, 고성능 코어 4개가 칩 안에 있다. 총 14개 코어가 있으며 고성능 코어에 적용된 하이퍼스레딩(Hyper-Threading) 논리 코어 시스템을 더해 총 18개 스레드 처리를 지원한다. 각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구조다.
작동속도도 모두 다르다. 효율 코어는 최대 3.6GHz, 초저전력 코어는 2.5GHz, 성능 코어는 4.5GHz까지 상승해 명령어를 처리한다. 내장 그래픽 처리장치로는 인텔 아크 그래픽스(Arc Graphics)가 적용되어 있는데 7개의 Xe 코어로 그래픽 명령어를 처리한다. 물론 병렬 구조이므로 인공지능 연산에도 대응한다.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는 없는 상태.
시네벤치 2024판을 실행했다. 단일 코어로 97점, 다중 코어로 581점을 각각 기록했다. 여느 코어 울트라 5 프로세서 125H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이는 동급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성능이다. 여러 코어가 유연하게 작동하며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묵직한 작업이 있어도 최적의 결과물을 제시하리라 예상된다.
게이밍 성능을 확인해 보자. 먼저 일반적인 성능 측정 소프트웨어인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했다. 그래픽카드와 화면 해상도를 고려해 일반 항목을 선택했다. 그 결과 그래픽 점수에서 7460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개의 그래픽 측정 항목에서 각각 34.18 프레임, 30.86 프레임을 1초에 표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3D마크 나이트 레이드 측정 항목 결과다. 그래픽 점수는 3만 110을 기록했는데 두 개의 그래픽 측정 항목을 보면 각각 129.51 프레임, 163.51 프레임을 1초에 그려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테스트는 내장 그래픽 처리장치의 성능 구현에 최적화된 것으로 비교적 가벼운 게임들이 대상이다. 고성능까지 아니지만, 그래픽 효과가 단순한 저사양 게임은 쾌적한 실행이 가능하다.
게임을 실행해 실제 체감이 어느 정도인지 봤다. 철권8은 해상도와 그래픽 품질을 낮추는 식으로 프레임 확보가 가능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내에 인텔의 업스케일링 기능, XeSS(Xe Super Sampling)을 지원하고 있었다. 저해상도 화면을 인공지능이 분석한 후 고해상도로 만들어 준다. 이를 잘 활용하면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풀HD(1920 x 1080) 해상도에 XeSS를 적용,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주사율이 120Hz, 1초에 120회 깜박거리는 구조라 반응에 민감한 리듬게임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키보드가 혹사될 수 있으니 별도의 키보드를 준비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가볍게 1~2곡 정도 즐기기에는 갤럭시 북4 프로의 탄탄한 키보드도 좋은 감각을 전달한다. 또한 사양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장 그래픽 처리장치 없이 내장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PC 본연의 성능과 인공지능 시대의 잠재력까지...
삼성 갤럭시 북4 프로(NT960XGK-KC51G). 삼성전자 온라인몰 기준 215만 원에 판매 중인데 2024년 7월 한정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노트북이 갖춰야 할 요소인 외모(디자인), 기본 성능 등 균형미를 잘 갖춘 노트북이다. 국산 노트북 제조사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편의성 등 매력적 요소 또한 다수 있다. 국산 제품이라는 부분을 뒤로 하더라도 마감과 디스플레이의 선명함은 타 프리미엄 노트북과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다.
PC 본연의 성능은 불편함이 없다. 인텔 코어 울트라 5 프로세서 125H가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중앙처리장치인 점부터 여유로운 메모리 용량으로 대부분 작업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메모리, 저장공간 용량을 제공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리뷰에 쓰인 제품은 16GB 메모리와 512GB 공간의 저장장치가 있는데 32GB 메모리와 1TB 공간 정도는 기본 제공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이 부분이 아쉽다면 사양이 더 뛰어난 갤럭시 북4 울트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인텔 AI 부스트는 인공지능 처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프로키온 측정 도구 작동 시 인텔 AI 부스트가 활성화되면서 처리를 자연스레 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온-디바이스 AI 환경에 대응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는 이제 시작됐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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