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집권 막자” 결집... 佛 좌파연합, 총선 출구조사 1위 ‘대이변’
마크롱의 집권 여당이 2위
아탈 총리는 사임 의사 발표
프랑스에서 7일 벌어진 조기 총선 결선 투표에서 또 한 번 이변이 벌어지게 됐다. 투표가 종료된 오후 8시(한국시간 6일 새벽 3시)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출구 조사 결과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가 180~215석을 차지해 원내 1당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 르네상스가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이 150~180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면서 200석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던 극우 성향 국민연합(RN)과 그 연대 세력은 120~150석에 그치면서 3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됐다. RN과 연대하지 않은 공화당(LR) 주류와 기타 우파 정당들은 60~65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1차 투표에서 나타난 정당별 득표율은 물론, 2차 투표 직전 여론 조사 결과까지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RN과 그 연대 세력이 33%를 득표해 1위에 올랐고 좌파연합이 28%, 범여권은 20% 득표에 그쳤다. 일간 르피가로는 이를 바탕으로 전체 577석 중 RN이 240∼270석, NFP는 180∼200석, 범여권은 60∼90석을 차지할 걸로 전망했다. 2차 투표 전날인 6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조사에서는 RN과 그 연대 진영이 175∼205석으로 1위, NFP는 145~175석으로 2위, 범여권 앙상블 118~148석으로 3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매체들은 “극우 RN에 맞선 NFP와 앙상블의 ‘공화국 전선’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공화국 전선은 2차 투표에서 3명 이상이 붙는 지역구에서 NFP와 앙상블측 후보자들이 RN 후보에 맞서 후보 단일화를 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RN 후보가 2차 투표에 나간 280여개 선거구 중 총 205개 선거구에서 1대 1 대결이 벌어졌고, 결국 RN 후보가 대거 낙선하게 됐다. RN의 의회 장악을 막기 위한 좌파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투표율은 67%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1차 투표의 66.7%보다 높은 수치다.
출구 조사 결과가 현실화되면 RN은 의회 장악은 고사하고 총리를 낼 기회도 잃게 된다. NFP가 1당이 되면서, NFP의 리더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총리가 되는 ‘동거 정부’ 출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LFI는 프랑스 내에서도 극좌로 분류되는 정당이다. 이 경우 지난달 9일 마크롱 대통령의 전격적인 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벌어진 정치적 소용돌이의 수혜자는 결국 좌파가 되는 셈이다.
프랑스 정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RN의 원내 1당 등극을 막고, 여당이 제2당의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마크롱의 ‘승부수’가 어느 정도 통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의회가 사실상 ‘3분’ 되면서, 범여당 앙상블이 여러차례 정책 공조를 해왔던 공화당 주류와 손을 잡을 경우 출구 조사상 의석이 210~245석에 달하면서 NFP보다 세가 더 커지게 된다. 이 경우 여당은 NFP와 협상을 통해 제3당 혹은 중립적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는 것을 시도할 수도 있다.
출구 조사가 발표되자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오늘 밤 (좌파와 중도의) 불명예스러운 동맹이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회복의 기회를 빼앗았다. 그들의 선거 합의는 프랑스를 극좌 멜랑숑의 품에 던져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RN은 계속 프랑스 국민의 편에 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차기 총리 1순위로 떠오른 멜랑숑 LFI 대표는 “우리는 극우의 손아귀에서 프랑스를 구해냈다”며 “우리는 통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오늘 우리는 극우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승리를 얻지는 못했다”며 “내일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리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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