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퇴 연판장 논란... 막장으로 치닫는 與 당권 경쟁

김민순 2024. 7. 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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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로 촉발된 한동훈 당대표 후보 논란이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사태로 비화됐다.

한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선거관리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닌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오늘 후보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예스냐 노냐' 묻는 협박성 전화도 돌렸다"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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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6일 분당 당원조직대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 후보, 6일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나경원 대표 후보, 7일 울산광역시당 간담회에 참석한 원희룡 대표 후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는 윤상현 대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로 촉발된 한동훈 당대표 후보 논란이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사태로 비화됐다. 후보들은 각자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하며 서로 맹공을 퍼부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면서 연판장도, 한 후보를 공격하는 기자회견도 일단 무산됐지만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계파 갈등은 더 극심해졌다. 쪼그라든 여당이 자정능력마저 사라져 총선 참패의 단초가 된 지난해 3월 전당대회의 꼴불견을 반복할 참이다.

한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선거관리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닌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오늘 후보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예스냐 노냐' 묻는 협박성 전화도 돌렸다"고 올렸다. 기자회견에는 당초 수십 명이 모일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원외 인사들은 전날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를 막았고,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며 다른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사퇴 요구에 동참할 것을 물었다. 전화를 받은 한 인사는 "'협박 반, 설득 반'으로 (사퇴 요구) 기자회견에 올 거냐, 안 올 거냐 빨리 정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는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 제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지난해 친윤계의 조직적인 압박에 밀려 당대표 출마를 접은 나경원 반대 연판장에 빗댄 것이다.

한 후보 측은 친윤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원희룡 후보 측 소행으로 보고 있다.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목적이 고작 한동훈을 막기 위함이냐"며 "대통령과 당이 어찌되든 말든 툭하면 위험에 빠뜨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것이 국민의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반면 원 후보는 "저희 캠프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며 "그때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연판장 주동자들이 지금 특정 캠프의 핵심 멤버들이다. 연판장 프레임 자체가 악의적인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과 별개로 당내 계파 간 대립이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무성하다. 당을 장악했던 친윤계는 총선 패배로 입지가 좁아졌고, 친한계는 눈에 띄게 세를 불렸다. 주도권을 놓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여사가 1월 보낸 문자를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 후보가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가 하면,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오로지 당권을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한 후보가 받은 문자를 직접 봤다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 모든 일이 폐족이 될 위험에 처한 세력이 김건희 여사를 꼬드겨 벌인 일이라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김 여사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원 후보는 "진 교수는 문자 원문을 보셨나. 보셨다면, 누구의 폰에 있는 것을 보신거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원 후보와 함께 당대표 경선에 나선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덤앤더머로 보인다"(나 후보), "당정갈등의 장본인인 한 후보와 원 후보에게 자제를 촉구한다"(윤 후보)고 비판했다.

상황이 격화되자 당 선관위는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원외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린 인사로 지목된 박종진 선관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선관위는 '주의 경고' 조치에 그쳤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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