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 베네수엘라, 28일 대선…野, '25년史 차비스모' 끊어낼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온건한 사회주의(핑크타이드) 성향 정권이 주류로 자리 잡은 중남미에서 역내 정치 지형도 변화에 분수령으로 인식되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가 오는 28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지지세를 등에 업은 좌파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의 3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중도우파 야권의 결집세 또한 만만치 않아, 투표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일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 보도자료와 주요 정당 사회관계망서비스, 엘나시오날 및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베네수엘라 대선에는 총 10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마두로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웠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계 최고 거물이었던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타계에 따라 2013년 치러진 대선에서 처음 당선된 뒤 11년째 집권 중이다.
그는 '차비스모'(Chavismo) 지지자를 기반으로 "6년 더"를 다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
차비스모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정권을 잡았던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중앙집권적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를 통칭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 유세를 통해 "우리는 민중을 위해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며 "주택과 교육을 민영화하고 외부 세력에 조종당하기 쉬운 대통령은 이 나라에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축소 가속, 무상복지, 미국 제재 극복 및 석유시설 현대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고 있다.
'반미'(反美) 성향을 보이는 그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와 영유권 회복 등도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석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이웃 가이아나와 영토 분쟁 중이다.
마두로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는 중도우파 '민주야권 연합'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곤살레스 우르티아 후보는 새 기르기를 취미로 둔 조용한 성격의 외교관 출신 학자로, 이번 대선 전 현지에서 그다지 주목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민주야권 지도자로 알려진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와 코리나 요리스(80)가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들의 지지를 받은 곤살레스 우르티아 후보가 정권 교체의 선봉에 서게 됐다.
곤살레스 우르티아 후보는 지난 4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첫 유세에서 "변화"와 "자유"를 외치는 지지자 앞에서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군대와 임금 체계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에 평화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부패를 척결하고 법적·행정적 뿌리를 강화하는 작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두 후보 간 맞대결 양상으로 펼쳐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은 안갯속이다.
친정부 성향 여론조사 업체는 마두로 압승을, 미국 등지에 본사를 둔 여론조사 업체는 곤살레스 우르티아 후보 낙승이라는 조사 결과를 각각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 야권 측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조직적 선거운동 방해와 박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는 곤살레스 우르티아 후보 유세 차량이 경찰에 의해 가로막히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운전면허 적법성 확인을 위한 일상적 절차"라는 이유를 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에서 집계해 발표한 유권자 수는 2천139만2천464명이다. 이중 경제난 등을 이유로 조국을 등진 사람들 숫자를 고려하면 실제 유권자는 1천700만명가량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관측했다.
혼전 양상에 선거 결과를 놓고 사회 혼란도 예상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주재 한국대사관은 "우리 국민께서는 불요불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전예방 차원에서 선거일 이후 정세를 보고 방문 여부를 판단하시길 적극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전 지역은 여행경보상 3단계(적색경보·출국권고)로 분류돼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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