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부터 별까지 활용… 진화하는 ‘중력파’ 탐색 방법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4. 7.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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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열쇠’ 중력파를 찾아서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우주 중력파… 2016년 레이저 빛으로 첫 관측 발표
중성자별 ‘펄사’ 자전하며 나온 빛… 도착하는 시간 이용해 검출하기도
다양한 주파수의 중력파 분석 땐… 원시 블랙홀 생성 검증 가능해져
두 개의 블랙홀이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모습을 나타내는 그림. 미국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개념이미지연구소 제공

2015년 9월 0.15초 동안 지속되는 미미한 진동이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에 포착됐다.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처음으로 관측된 순간이었다. 한국 과학자들이 포함된 ‘라이고 과학협력단’이 2016년 2월 중력파 첫 관측 사실을 알리며 중력파로 우주 탄생의 비밀을 탐색하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가 열렸다. 2017년 중력파 검출에 공을 세운 3명의 물리학자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검출된 중력파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중력파 검출은 일상이 됐다.

확인된 중력파 대다수는 레이저 빛을 이용해 관측됐다. 과학자들은 레이저 외 다른 방법으로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시도에 매진하고 있다. 레이저 빛으로 관측할 수 있는 중력파의 주파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다양한 주파수의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집중 소개했다.

● 주파수별로 확인 가능한 천체 현상 달라

우주에서 가장 무거운 천체인 블랙홀 2개가 합쳐지거나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충돌할 때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파동이 중력파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돌 주변으로 동그랗게 물결이 파동처럼 그려지는 모습과 유사하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측한 지 100여 년이 지나서야 중력파가 처음 검출됐다. 중력파 검출이 어려웠던 이유는 지구에서 느끼는 중력파 파동의 세기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라이고 과학협력단을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팀은 레이저 빛을 활용해 중력파를 검출했다. 미국 동서에 각각 위치한 길이 4km에 이르는 ‘L’자형 진공터널 ‘라이고’를 이용했다. 같은 광원에서 나온 레이저를 분리시켜 다른 방향으로 보낸 후 다시 거울로 반사시키고 한곳으로 모아 간섭을 일으켜 미세한 파동의 변화를 감지하는 ‘레이저 간섭계’ 원리가 적용됐다.

라이고는 10Hz(헤르츠)에서 1000Hz 주파수 사이 중력파만 검출할 수 있다. 라이고가 검출하는 주파수보다 낮은 주파수의 중력파를 검출하면 에너지가 더욱 큰 천체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별에서 파생된 블랙홀이 병합돼 커지거나 초거대 블랙홀이 충돌하는 현상을 주파수가 낮은 대신 파장이 긴 중력파로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태양 질량의 1000만 배가 넘는 초거대 블랙홀로 알려진 은하 중심 블랙홀까지도 관측할 수 있다.

반대로 높은 주파수의 중력파를 검출하면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천체현상을 연구할 수 있다. 이성호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중성자별 2개가 충돌하고 나서 하나로 합쳐지면 진동을 하다가 잦아들면서 안정화가 되는데 이때 수 kHz의 높은 주파수의 중력파가 생긴다”면서 “이를 관측하면 중성자별 내부를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에서 레이저 빛을 이용해 중력파를 관측하는 기기는 라이고 외에도 유럽의 ‘비르고(VIRGO)’, 일본의 ‘카그라’가 있다. 과학자들은 레이저 빛을 이용하는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구축도 추진 중이다. 유럽의 ‘아인슈타인 텔레스코프(ET)’, 미국의 ‘코스믹 익스플로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 중성자별 ‘펄사’ 활용 중력파 검출 부상

레이저 간섭계 외에 가장 주목받는 중력파 검출 방법은 고속으로 자전하는 중성자별인 ‘펄사’가 자전할 때 나오는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중력파가 지나갈 때 시공간 변형이 생기면서 펄사의 주기가 미세하게 바뀌는 순간을 포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원리다.

김정리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펄사를 이용하면 nHz(나노헤르츠) 단위의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면서 “과학자들이 지난 20년 동안 펄사 관측 데이터를 쌓고 있고 앞으로 이를 분석해 10년 내에 우주에 있는 대다수 초거대질량 중력파의 중첩 현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주에 존재하는 전자기파가 총체적으로 누적된 ‘우주배경복사’ ‘양자 에너지’ ‘원자들의 간섭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사상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저주파 중력파를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인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 ‘리사(LISA)’를 2025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한다고 올해 2월 공표했다.

이 연구원은 “블랙홀 진화 시나리오, 우주 초기의 원시 블랙홀이 생성하고 합쳐지는 시나리오 등 우주에 관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이론이 있다”면서 “다양한 주파수의 중력파로 분석하면 우주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력파
질량을 가진 물체가 충돌하거나 합쳐지는 속도가 변하는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파동’이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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