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축구… 10년만에 다시 ‘홍명보號’ 띄운다
洪, 신태용이후 6년만에 韓지도자
2026년 월드컵이후까지 임기 보장
오늘 감독선임-수락과정 등 브리핑
홍명보 울산 감독(55)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프로축구 울산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2월 16일)된 후 142일 만이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이 고민 끝에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수락했다. ‘내정’이라는 표현을 쓴 건 계약서 작성을 아직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정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대표팀 정식 감독을 한국인 지도자가 맡는 건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신태용 감독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번 말해 왔다.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프로축구 K리그1 방문경기를 앞두고선 취재진 앞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한국 축구가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거듭된 설득과 요청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면 K리그 시즌 도중 소속 팀 울산을 떠나야 하는 걸 두고 부담과 고민이 많았다. 울산 구단 서포터스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뒤 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홍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트럭 시위도 벌였다. 시즌 도중에 프로 팀 감독을 빼가는 건 K리그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홍 감독은 소속 팀 울산 구단과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흔들리는 한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최근 며칠 새 여러 축구인이 홍 감독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떠맡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밤 12시가 다 돼 가는 시간에 홍 감독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홍 감독으로선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은 후배인 이 이사가 밤늦은 시간 집 앞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돌려보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시안컵 기간에 후배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의 멱살을 잡을 정도로 흐트러진 대표팀 분위기를 빠른 시간 안에 되돌려 놓을 지도자로는 홍 감독이 가장 적임자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울산 구단에도 양해를 구하며 설득했다. 울산 구단 김광국 대표이사는 “축구협회가 우리 구단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홍 감독이 그동안 팀에서 이룬 성과가 많고 존재감이 워낙 커 솔직히 후임 감독 선정에 고민이 많이 된다. 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홍 감독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한국 축구 레전드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국 남자 축구 A매치 최다 출전(136경기) 기록을 갖고 있다. 지도자로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땄다. 한국 축구 유일의 올림픽 메달이다. 대회 개막 1년을 앞두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구원투수’ 격으로 지휘봉을 잡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울산 구단 창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축구협회는 8일 그동안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선택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브리핑한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외국인 지도자를 우선순위로 두고 수십 명의 후보를 리스트에 올렸지만 적임자로 거론된 감독들의 경우 연봉에서 큰 차이를 보여 선임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3월과 6월에 있었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각각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치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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