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을 죽였다”… 앞뒤 안가리는 괴물 정치인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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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죽인 게 아니다. 이 나라를 살린 거다."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는 대통령 시해를 시도한 뒤 자신의 비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앞서 박동호는 한때 동고동락했던 대통령이 재벌 총수에게 뒷돈을 받은 사실을 알아챘다.
특히 박동호가 자신이 세운 부패 척결이란 대의를 완수하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시도하는 장면을 통해 선악의 이분법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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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죽인 게 아니다. 이 나라를 살린 거다.”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는 대통령 시해를 시도한 뒤 자신의 비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뇌물과 비리가 판치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더러운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앞서 박동호는 한때 동고동락했던 대통령이 재벌 총수에게 뒷돈을 받은 사실을 알아챘다. 박동호가 이를 폭로하려고 하자, 대통령은 수사기관을 동원해 박동호를 겁박한다. 궁지에 몰린 박동호가 대통령 시해를 시도한 것. 의식불명 상태가 된 대통령을 대신해 박동호가 권한대행이 된다. 이에 재벌 편에 선 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은 박동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과연 박동호는 정치판을 개혁할 수 있을까.
지난달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돌풍’은 배우 설경구가 처음 출연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로 주목받았다. 부패한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공개 직후 한국 1위(TV 부문·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시청자 사이에선 “현실 정치 같아 소름 돋는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판해 통쾌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건 정치인에 대한 현실적 표현 때문이다. 특히 박동호가 자신이 세운 부패 척결이란 대의를 완수하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시도하는 장면을 통해 선악의 이분법을 지웠다.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말”, “여기가 나의 현충원이다” 같은 박동호의 대사를 통해 정치인이 점점 몰락해 가는 이유를 섬세하게 그렸다. 드라마를 연출한 김용완 감독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신념을 가진 인물이 괴물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존 인물들을 생각나게 하는 점도 논란이다. 특히, 마지막에 박동호가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대협에서 활동한 남편 대신 정치에 나서는 정수진을 보고 특정 여성 정치인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김 감독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연상시키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저마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고 했다. 배우 설경구는 “박동호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2012년), ‘황금의 제국’(2013년), ‘펀치’(2015년) 등 이른바 ‘권력 3부작’을 쓴 박경수 작가의 필력도 두드러진다. “두려움은 그들(부패 정치인)의 몫이다”(박동호),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정수진) 등 맛깔나는 대사가 돋보인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배우 김희애는 “‘돌풍’에는 허투루 흘려보낼 수 있는 대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연출은 ‘옥에 티’다. 한국 정치를 소재로 삼아 해외에선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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