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닷새만에 영화 뚝딱, 제작비는 0원
지난 4일 개막한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F)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최초로 ‘인공지능(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만들었다. 영화의 주요 요소인 시나리오, 오디오(음향·음악), 영상에서 한 가지 이상의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을 신청받았다. AI 영화 메이킹(제작) 워크숍도 함께 진행했는데 30명 모집에 6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바람에 정원을 60명으로 늘렸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로 만든 작품 6편이 출품됐다. 소라와 비슷한 동영상 생성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런웨이도 지난 5월 AI영화 페스티벌을 열었다.
생성형 AI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던 문화·예술계가 이를 창작 도구로 받아들이고 주류 무대로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선 배우와 작가 조합을 중심으로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창작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저작권을 불법적으로 사용한다며 장기 파업까지 벌였다. 하지만 1년 만에 국제 영화제에서 AI 영화를 상영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메이저 영화사와 독립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BIFF의 AI 영화 제작 워크숍에 강사로 온 영화감독 데이브 클락은 “챗GPT를 이용해 단 일주일 만에 영화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며 “AI는 연중무휴 24시간 작업시킬 수 있고, 마블 시리즈 같은 거대 영화에 든 예산의 절반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영화제에 등장한 AI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권한슬 감독이 만든 AI 영화 ‘원 모어 펌킨’은 최근 아랍 두바이에서 열린 제1회 인공지능영화제(AIFF)에서 대상을 받았다. 세계에서 500여 편이 출품될 만큼 인기를 끈 영화제다. 닷새 만에 완성한 상영시간 3분짜리 이 영화의 제작비는 전기요금과 감독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0원. 모든 장면과 음성, 음향은 실사 촬영이나 컴퓨터 그래픽(CG) 작업 없이 생성형 AI로만 만들었다.
여느 업계보다 생성형 AI에 대한 공포가 컸던 문화·예술계가 AI에 관심을 돌린 원인 중 하나는 시간과 돈이다. 문화계 중 비용에 민감한 영화·드라마 업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AI를 받아들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보조 출연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군중 장면이나 스턴트맨 촬영의 경우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CG 장면을 AI로 해결하기도 한다.
‘살인자ㅇ난감’ ‘눈물의 여왕’ 등 올해 나온 국내 드라마에도 이미 생성형 AI가 동원됐다. 눈물의 여왕 2회 방송에서 주인공이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걷는 환각 장면은 생성형 AI가 만든 것이다. 덕분에 해외 풍경을 촬영해 와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덜 수 있었다. 광고계에서는 실제로 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를 봤다.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익시’를 활용해 제작한 TV 광고의 경우 기존 광고 대비 제작비는 25%, 제작 기간은 33% 정도 줄었다.
◇비용 앞에 장사 없다
영화·드라마 업계가 AI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엔 올 들어 동영상 생성AI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 것도 있다. 지난 2월 오픈AI가 공개한 ‘소라’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오픈AI는 이미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와 만나 소라를 영화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유명 영화 제작자인 타일러 페리는 소라의 기능을 본 후 8억달러 규모의 스튜디오 확장 계획을 일시 중단했다. 거액을 들여 스튜디오를 짓기보다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국의 숏폼(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가 공개한 동영상 생성 AI ‘클링’은 젓가락으로 국수 먹는 남자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젓가락질을 하는 손가락과 면발의 질감을 실제 촬영한 영상과 근접한 수준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5월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동영상 생성 AI ‘베오’를 공개했고, 런웨이는 지난 2일 오픈AI 소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동영상 생성 AI ‘젠-3 알파’를 유료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를 학습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의 저작권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AI의 소라는 구글 유튜브나 메타의 인스타그램 등에 사용자들이 올린 영상들을 학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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