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구세주 될까… 홍명보, 10년 만에 지휘봉 잡는다

장민석 기자 2024. 7. 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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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벨기에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H조 3차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당시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조별 리그 최하위(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돌고 돌아 홍명보. 대한축구협회가 차기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직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나고 황선홍과 김도훈 두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하던 대표팀은 5개월 만에 새 사령탑을 맞게 됐다. 울산 구단도 이날 “축구협회와 협의를 거쳤다”면서 “홍 감독이 울산을 떠나 대표팀으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홍 신임 감독은 이로써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직전 대표팀 감독 경험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아시안컵까지라고 알려졌다.

홍 감독은 선수로서는 누구보다 화려했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네 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차범근과 함께 한국 역대 A매치 최다 출장 기록(136경기)도 갖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선 주장을 맡았다.

다만 지도자로선 부침이 있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주최국 영국을 누르고 4강에 올라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이란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2013년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투입되면서 휘광이 바래기 시작했다. 당시 조광래 감독이 물러난 공백을 메운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까지만 맡겠다고 단호하게 나오자 본선을 1년여 앞두고 홍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그런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1무 2패라는 1998년 이후 최악 성적으로 귀국하자 비판 여론이 거세 감독에서 물러났다. 이후 야인으로 지내다 2016~2017년 중국 프로 축구 1부 리그 팀을 맡았지만 2부 리그로 강등되는 등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이후론 축구협회 행정가(전무·2017~2020년)로 현장을 떠나 있다가 2020년 12월 울산 감독으로 복귀했다. 2022시즌 울산에 17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안긴 데 이어 지난 시즌 2년 연속 정상에 서면서 지도자로서 명예 회복을 해나가는 중이었다.

그래픽=송윤혜

사실 이번 홍 감독 선임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였다. 감독 선발 과정을 주도하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경질 이후 홍 감독을 대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지난 2월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장난감이 아니다’ 등 항의 문구를 담은 트럭 시위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전력강화위는 외국인 감독으로 다시 눈길을 돌려 100여 명에 이르는 해외 지도자들을 분석해 이 중 10여 명과 접촉했으나 계약 합의에는 실패했다.

가장 중요하게는 돈 문제가 걸렸다. 축구협회는 내년 준공 예정인 천안 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 300억원 가량 은행 대출을 받았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클린스만 감독 위약금도 남았다. 이러니 신임 대표팀 감독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이 30억원 이상은 힘든 처지. 이 정도 액수로는 명망 있는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긴 역부족이다. 제시 마시 전 리즈 감독은 연봉 수준을 좀 낮추더라도 한국 대표팀을 지도해보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지만,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한다. 마시는 이후 캐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팀을 첫 코파 아메리카 4강으로 끌어올렸다. 클린스만 감독 시절 ‘외유 논란’에 애를 먹은 협회가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에게 ‘국내 체류 의무’ 조건을 내건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전력강화위는 다시 국내 지도자로 선회한 다음 지난달 말 홍 감독을 후보 1순위로 추천했다. 하지만 협회 고위층이 탐탁지 않아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밝히고 홍 감독이 지난달 30일 “협회에서 누구도 정 위원장을 지원해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혼자 고립된 것 같다”며 협회를 공개 비판하자 기류가 바뀌었다. 외국인 감독 후보자였던 거스 포옛과 다비드 바그너 등과 유럽 출장 면접을 진행하고 돌아온 이임생 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지난 5일 홍 감독을 직접 찾아가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제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홍 감독은 하루를 고민하고 6일 저녁 승낙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감독들과 조건이 맞지 않아 홍 감독이 1순위 후보가 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홍 감독이 선임됐지만 갑자기 울산 팀을 떠나는 만큼 K리그 팬들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울산(승점 39)은 K리그 2위로 선두 김천(승점 40), 3위 포항(승점 38)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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