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10년 이내 ‘준신축 단지’가 주도

신수지 기자 2024. 7. 8. 00: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년 전 가격 폭등기와 정반대… 20년 넘은 ‘구축’ 상승률의 5배
아파트 매수 심리가 회복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상승하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 오르면서 15주 연속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촌의 모습. /뉴시스

올해 준공 10년 차를 맞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는 지난달 전용 84㎡가 13억원(20층)에 거래됐다. 올해 초만 해도 11억7000만원(22층)에 거래됐는데 반년 새 1억원 넘게 올랐다. 반면, 이 단지 대로 건너편에 위치한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전용 66㎡는 지난달 8억9100만원(7층)에 팔려 연초 때(9억2200만원·7층)보다 오히려 실거래가가 내렸다. 이 단지는 준공 39년 차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DMC파크뷰자이와 성산시영은 모두 4000가구 안팎의 대단지인데 거래량도 크게 차이 난다. DMC파크뷰자이는 5월에만 11건이 거래된 반면 성산시영은 같은 기간 5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준공 10년 이하 준(準)신축 단지가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3년 전 아파트값 폭등기 때 준공 20년을 초과하는 구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이끈 것과 정반대다. 공사비 급등 여파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구축 아파트에서는 재건축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준신축 아파트로 실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서울 준신축 상승률이 구축 5배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첫 주까지 준공 5년 이하 서울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1.63% 올랐다. 준공 5년 초과 10년 이하의 준신축 아파트 역시 1.54% 상승했다. 반면, 준공한 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0.31% 오르는 데 그쳤다. 가격 상승 폭이 신축·준신축 아파트의 5분의 1에 그치는 셈이다.

실제로 준공 7년 차인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전용 84㎡는 지난달 17억2000만원(18층)에 팔려 연초 14억9000만원(15층)보다 15.4% 올랐다. 반면, 준공 26년 차로 이 아파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북아현 두산’은 지난달 8억3000만원(6층)에 팔려 연초 7억8000만원(10층)보다 6.4% 오르는 데 그쳤다. 준공 9년 차인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역시 전용 84㎡가 지난달 연초 16억3000만원(13층)보다 10.4% 뛴 18억원(10층)에 거래됐는데, 인근의 준공 29년 차 ‘청계벽산’은 지난달 전용 114㎡가 연초 11억7000만원(9층)과 비슷한 11억7600만원(5층)에 팔렸다.

이는 3년 전 부동산 상승기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2021년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구축 아파트는 연간 8.11% 상승해 모든 연령별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 신축은 5.23%, 준공 5년 초과 10년 이하 준신축은 4.87% 올라 구축 아파트보다 더디게 올랐다.

◇20·30세대도 “몸테크 싫다”

이처럼 준신축과 구축의 상승률이 뒤바뀐 것은 재건축 아파트 인기가 크게 떨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기대하며 오래된 주택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몸테크’ 열풍이 불었다. 주로 종잣돈이 없는 젊은 층이 새 아파트를 얻기 위한 재테크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조합원이 내야 할 분담금도 치솟으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꺾이자 몸테크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3년 전보다 43% 올랐다. 지난 5월 준공 30년이 넘은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를 팔고 은평구의 준신축 아파트로 갈아탄 김모(34)씨는 “재건축은 언제 될지 답이 없는데 매일 이중 주차와 녹물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더 이상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치솟는 신축 분양가 역시 준신축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엔 서울 강북에서도 3.3㎡(1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어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분양가가 17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상에 차 없는 단지’와 ‘대형 커뮤니티 센터’로 대표되는 주거 환경은 신축과 2010년대 지어진 단지가 크게 차이가 없어 준신축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센터랩장은 “신축 못지않게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져 있고, 내부 인테리어만으로 주거 만족도를 올릴 수 있는 준신축이 실수요자에게 각광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